김연아는 21일 새벽(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 144.19점(기술점수 69.69점, 예술점수 74.50점)을 받았다. 이로써 김연아는 전날 쇼트프로그램 74.92점을 더해 총점 219.11점을 기록했지만 금메달은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6)에게 돌아갔다.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올림픽 2연패에 도전했던 김연아는 이날 프리 연기에서 단 한 차례의 실수도 없이 거의 완벽한 무대로 전 세계 중계진의 찬사를 받았었다. 금메달이 러시아로 확정되자 해외 외신들은 이구동성으로 결과에 의구심을 표했고, “김연아가 금메달을 도둑맞았다”는 직접적인 표현도 나왔다.
특히 프랑스의 유명 스포츠 일간지 레퀴프는 20일(현지시간) 여자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끝나고 '스캔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러시아 역사상 첫 번째 여자 피겨 금메달은 심판이 만들었다”며 “소트니코바는 금메달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세계적인 전직 피겨 요정들도 반발했다. 구 동독 출신의 '은반 요정' 카타리나 비트는 경기 이후 독일 국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이런 결과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미국 '피겨 전설' 미셸 콴은 김연아의 은메달 소식에 “믿을 수 없다 (@Yunaaaa? Unbelievable!)”라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남겼다.
사진=GettyImage/멀티비츠 캡쳐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페어 부문 금메달리스트 제이미 살레는 '김연아 은메달' 소식에 분노를 표했다. 제이미 살레는 21일(한국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난 심판은 아니지만 여자 피겨 싱글 경기를 다시 봤다”며 “난 이 결과를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 많은 다른 사람들처럼”이라고 분통을 드러냈다.
이어 “ISU, 이제 어쩔거냐”라고 덧붙여 국제빙상연맹의 책임을 물었다. 또 이후 “내 마음 속 순위는 김연아 1위, 카롤리나 코스트너 2위,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3위다”라고 적었다.
특히 제이미 살레는 '2002 솔트레이크 스캔들'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그의 분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캐나다 페어팀으로 출전한 제이미 살레-데이비드 펠티 조는 완벽한 연기를 펼치고도 연기 도중 넘어지는 등 실수를 연발한 러시아의 엘레나 레레즈나야-안톤 시카룰리제 조에 밀려 2위 판정을 받았다.
경기 이후 심판 판정 논란이 거세지자 프랑스 심판이 나서 “러시아에 유리한 판정을 하라고 프랑스 스케이팅연맹으로부터 압력을 받았다”며 러시아 조에 대한 점수를 고친 사실을 공개했다.
이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례적으로 2위를 차지한 캐나다 조에도 금메달을 수여하는 것으로 문제를 마무리지었다. 이후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채점 방식을 바꾸는 등 자구노력을 시도하기도 했다.
'김연아 은메달' 후폭풍은 해외 언론과 유명 피겨 스타들 뿐만 아니라 국내외 팬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어 상당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ISU 페이스북과 홈페이지에는 심판 판정 논란과 관련한 국내외 팬들의 글이 폭주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음모론을 넘어 러시아 당국이 주도한 검은 커넥션 의혹도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는 형국이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