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새누리당 지도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지금 박원순 서울시장이 조용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민주당 현역 구청장(서울은 25개 자치구 가운데 19개가 민주당 구청장이 맡고 있다)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민주당 구청장 대부분 이번 지방선거에 함께 나올 것이기에 보나마나 박 시장 재선에 목숨 걸고 달려들 것이다. 지금 새누리당은 어떤가. 정몽준과 김황식, 두 정치인 이름값에 안철수 신당에 의한 3자 구도만 쳐다보고 있다.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지난 대선 선대위 핵심에서 일했던 새누리당 한 보좌관은 6월 지방선거 전망이 결코 밝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현 상황을 “당 지도부가 전략공천을 해서라도 강하게 선거를 이끌어야 하는데 술에 물 탄 듯, 전혀 의지가 안 보인다. 그러니 위에서 나오라고 해도 다들 몸을 사리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럼에도 여권에서는 수도권 중진 차출 움직임이 여전하다. 경기지사 후보로는 차기 원내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남경필 의원의 ‘전향적 자세’를 바라는 눈치다. 인천시장은 황우여 대표 차출에서 최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으로 시선이 옮겨진다. 최근 새누리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에서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인천시장 후보로 유정복 장관이 가장 경쟁력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고 한다.
기초의회 출신의 한 여권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에서 유정복 카드를 꼭 쓰려는 것 같다. 수도권은 사실 이름난 중진 아니면 힘들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러니 내부 반발을 알면서도 계속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올 초까지만 해도 황우여 대표에게 인천시장 출마를 강권했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초 기자에게 “황우여 대표가 직접 나서야 한다. 수도권에서 전패하면 차기 국회의장 자리는 그냥 날아가는 것 아닌가. 국회의장은 고사하고 다음 총선 공천 여부마저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송영길 인천시장 시정이 비판받아 마땅함에도 현역 프리미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학재 의원으로는 어렵다는 말이 많다. 지금 안상수 전 시장보다 지지율이 안 나오지 않느냐. 이학재 의원이 출마하면 곧바로 지역구(인천 서구·강화갑)에 보궐선거가 있을 텐데 설상가상 지역구 1석까지 야당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이미 출마 의사를 밝히고 선거를 준비하는 다른 여권주자들은 힘이 빠진다고 토로한다. 앞서 언급한 이학재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중진 차출론, 더는 떠들지 맙시다”라며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후보 비서실장을 맡은 친박계임에도 당에서 중진 차출 이야기가 그치지 않자 선제적으로 대응한 셈이다. 이 의원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인천시가 2011년과 2013년 2억 6000만 원을 들여 불법 여론조사를 벌인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지만 당 차원의 전략이라기보다 ‘지방선거 열세를 의식한 정치적 행위’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왼쪽부터 남경필 의원, 유정복 장관.
부산 지역에서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의 피로감은 벌써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새누리당 부산시당의 한 관계자는 “서병수 의원이 무난하게 당선되지 않을까 싶다”라면서도 “지역에서 좀 젊고 참신한 인물이 나오면 좋지 않겠느냐는 여론이 있는 건 확실이다. 특히 부산은 박근혜 대통령 공약 파기에 따른 비토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라고 전했다.
최근 정부 차원의 부산 살리기 방안이 쏟아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정가의 관측이다. 사실상 부산 지원용으로 활동하고 있는 새누리당 ‘동북아 선박금융 허브 육성 TF팀(팀장 서병수)’은 부산에 ‘해양금융 종합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출입은행·무역보험공사·산업은행의 정관에 해양센터 소관업무와 관련한 조직 및 인력을 부산에 두도록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정부에서는 수협은행을 수협중앙회와 분리해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부여당 움직임이 자칫 야권의 역공에 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민주당 부산시당에 대선공약실행촉구특위라는 게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부산지역 핵심공약인 해양수산부 이전과 선박금융공사 설립이 무산됐다. 정권 출범 이후 ‘꿩 대신 닭’으로 내놓은 정책금융공사 부산 이전마저 현 정권에서 임명한 금융위원장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더니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또 다른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부산 유권자들이 세 번이나 속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에서도 파열음이 들린다. 김범일 대구시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공천이 곧 당선’으로 직결되는 이곳은 이미 유력 주자로만 10명이 넘는 전·현직 의원이 거론된다. 지역 정가에서는 ‘당 지도부가 대구시장만 가장 나중에 결정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했다고 한다. 이에 당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민주당보다 먼저 상향식 공천제도를 확정한 것은 대구시장을 누구에게 줄지 결정할 수 없어서였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번에 새누리당이 도입키로 한 상향식 공천제는 광역단체장 및 일정 규모 이상 기초단체장 후보로 2명 이상 나올 경우 당원과 일반 시민을 5:5 비율로 해 경선을 치르겠다는 것이 골자다. 전략공천을 원천봉쇄한다는 측면에서 새로워 보이지만 큰 틀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앞서의 여권 관계자는 “대구가 친박계 본산 아닌가. 아직 출마선언도 안 한 현역 의원이 대 놓고 전략 공천을 요구하기도 한다더라”며 “일일이 거절하기가 궁색하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 상향식 공천은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라고 전했다.
한편 대구시장 야권주자인 김부겸 민주당 전 의원은 선대본부장으로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을 접촉하고, 임기 내 밀양 신공항 건설을 공약하는 등 과감한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대구지역 새누리당 의원은 “김부겸 전 의원이 이기기는 힘들겠지만 40% 이상만 득표해도 후폭풍을 각오해야 한다”라며 “지금 당 지도부에서 ‘선거의 여왕’ 박 대통령이 그리울 것”이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트러블메이커를 왜 책사로 쓰나”
여의도 정가에 문대성 의원 복당이 임박했음은 홍문종 사무총장 입을 통해 먼저 알려졌다. 홍 사무총장은 2월 초 기자간담회와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문 의원 복당 문제에 관해 “IOC에서 문제가 됐던 논문표절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다”고 주장하며 “국민대학교에서도 그 문제에 관해 더 이상 문제 삼고 있지 않고 있다(국민대는 논문표절에 관한 문 의원 재심 청구를 1년 넘게 방치하고 있다). 또 지역민들이 우리당에서 뽑힌 국회의원을 되돌려 달라는 요구도 있다”라며 복당 방침을 강력 시사했다.
태권도 진흥기관인 국기원 이사장이기도 한 홍 사무총장은 탈당 이후에도 문 의원을 특별히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가 하면 홍 사무총장 역시 문 의원처럼 복당의 아픔이 있다. 그는 지난 2006년 강원도 수해지역에서 골프를 쳐 물의를 일으켜 제명당한 뒤 지난 2012년 총선 직전 복당했다. 문대성 의원이 탈당하기 꼭 두 달 전이다.
홍문종 사무총장이 운영하고 있는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외국인 노동자’ 임금착취 의혹에 시달린 바 있다. 임준선 기자
최근에는 홍 사무총장이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이 외국인노동자 임금착취 의혹에 시달리면서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사무총장은 당의 자금과 조직을 총괄하는 핵심 요직이다. 과거엔 당 대표 다음 서열이었다”며 “다행히 홍 사무총장 임기가 올 5월까지다. 문제는 당 지도부가 그를 6월 지방선거기획위원장에 임명했다는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