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부산시장 도전을 결심한 오거돈 전 장관이 “나는 부산을 동북아 해양수도로 만들 수 있는 해양 전문가”라고 말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저는 부산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저는 부산을 동북아 해양수도로 만들 수 있는 해양 전문가다. 그동안 해양수상부 장관, 한국해양대학교 총장 등 해양과 끈질긴 인연이 있었다. 시장 선거에서 두 번 낙선한 것도 큰 정치적 자산이 됐다. 첫 번째 부산시장에서 떨어졌을 때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두 곳에서 출마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부산 발전을 위해 열린우리당을 택했던 것이다. 만약 시장이 돼야겠다는 마음만 있었다면 쉬운 길을 택했을 것이다. 이런 제 진정성을 시민들이 알아주고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 돌아온 것 같다.”
―‘통 큰 연대론’을 내놓은 바 있다. 여야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이번 선거의 특징은 정당 중심이 아닌 인물 중심으로 간다는 것이다. 정치의 입장에서 본다면 여야를 아우르는 것이 어렵다고 보겠지만 시민 입장에서 보면 여야 아우르는 통 큰 연대가 당연한 주장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좋은 명분이 있더라도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정당만으로는 어렵다. 시민 사회 단체가 중심이 돼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새누리당 지지자들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통 큰 연대를 해야 승리할 수 있다고 본다.”
―여야 모두를 아우른다는 개념 때문에 오히려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말도 있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선거나 총선과는 다르다고 본다. 대선과 총선은 정치적 선거지만 지방선거는 지역 발전을 위한 참일꾼을 뽑는 것이다. 지방 선거에 있어서 저는 가장 적합한 정체성을 갖고 이번 선거에 임하고 있다. 우리의 가치는 부산 발전이다. 물론 (여야를 아우르는 통 큰 연대를) 이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시민들의 의식 변화도 이끌어내야 하고 정치권에서의 대화도 필요하다. 하지만 저는 과거의 선거와는 전혀 다른 틀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흩어지면 지고 단결하면 이긴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민주당에서는 ‘인기 없는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와서 떨어졌다’는 발언에 대해 ‘과거를 부정하고 있다’며 서운해 하고 있다.
“그분들의 말씀은 충분히 이해한다. 척박한 부산 정치판에서 그래도 정통 야당의 위상을 유지해나가면서 고생하고 있는 분들이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도 ‘사람은 좋은데 당이 안 좋다’는 말을 쓴 적이 있다. 그만큼 이곳에 지역감정이 심하다는 취지로 말했던 것이다. 과거의 선택에 대해서 후회는 없다.”
―민주당의 부산시장 후보로 김영춘 전 의원이 유력하다. 그에 대해 평한다면.
“김영춘 전 의원은 아주 교과서적인 정치를 하는 분이다. 어떤 면에서는 저런 분들이 좀 지역에서 인정받고 더 큰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갖고 있다. 다만 부산에 좀 늦게 왔다. 특색이 강한 부산지역에서 뿌리를 내린다는 게 1~2년 가지고 되지 않는다. 그 분이 지금처럼 부산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갖고 활동하면 언젠가 시민들이 알고 크게 써줄 것이라 본다. 저도 마찬가지 아닌가.”
―김영춘 전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후보 단일화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남긴 바 있다. 단일화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당에 소속돼 있는 분이기 때문에 개인적 감정으로 단일화를 할 수는 없다. 제 단일화의 폭은 훨씬 더 큰 것이다. 정당, 시민사회, 새누리당 지지자들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부산 발전을 위해서는 김 전 의원과도 언제든지 깊이 있는 대화는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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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 오거돈 장관 등 관계자들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일요신문 DB
“여러 영입설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시민들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여러 정당과 대화는 할 수 있지만 특정 정당에 가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과 같은 경우는 영입설은 어떤 면에서는 저를 흔들기 위한 정략적인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새누리당 입당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안철수 의원 측에서 가장 탐내는 인재다. 안 의원 측의 구애는 얼마나 받았나.
“안 의원은 대단히 신중하고 선비 같은 성품이 있으신 것 같다. 공식적 제의를 받은 적은 없다. 다만 주변에서 간접적으로 여러 메시지가 오는 것은 사실이다.”
―새정치연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를 위한 도전정신과 실험정신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번에 새정치연합이 창당 절차를 밟고 있는데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분은 합리적 보수와 성찰적 진보라는 표현을 쓰던데 목표의식이 저와 상당히 맞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조만간 안 의원 측과 만난다고 들었다.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할 건가.
“통 큰 리더십을 발휘하라고 말할 것이다. 새정치연합 출신은 무조건 시·도지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나라의 정치 발전을 위해 어떤 것이 도움이 되는가를 고민하는 통 큰 리더십을 갖고 급하게 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김성식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이 부산시장 후보로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야권 쪽에 좋은 분들이 많이 출마 했으면 좋겠다. 김성식 위원장 출마는 새정치연합에서 판단할 문제다.”
―야권 후보가 많이 나오면 표가 나뉘지 않겠나.
“표가 나뉘면서도 한쪽에서는 또 대화가 되지 않겠나. 결국 모두 이기기 위해 나오는 것이다.”
―무소속 출마로 방향을 굳힌 것인가.
“저는 현재로서는 무소속의 통 큰 연대를 하는 시민 후보로서 위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무소속이 여러 한계를 갖고 있고 선거가 100일 넘게 남아있는 상황이니까 여러 정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처해야 하지 않겠나.”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해양수산부 업무보고에 앞서 오거돈 장관과 함께 회의실로 들어가며 이야기를 하는 모습. 일요신문 DB
“그분은 현실에 안주하는 분이 아니었다. 어려운 장벽을 피해가지 않고 정공법으로 치는 정치인이었다. 또 잘 통하는 분이었다. 제가 장관으로 일할 때 보람 있게 일했다. 어떤 문제든지 정직하게 창의적인 발상을 내면 그것을 수용하려는 분이었다. 노 대통령은 지역 균형 발전에 대단한 관심이 있었고 어떤 면에서 보면 대단히 부산을 사랑하는 분이었다. 하지만 부산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활용할 수 있는 그릇이 만들어지지 않았던 것 같아 안타깝다.”
―문재인 의원과는 고교(경남고) 선배후배 사이인데, 선배로서 조언한다면.
“동창회 같은 데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 바빠서 그렇겠지만 그런 재미있는 모임에는 별로 참석하지 않는 것 같다. 이 때문에 많은 분들이 문 의원에 대해 크게 친근감을 갖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선배로서 그런 생각이 든다. 일만 열심히 할 게 아니라 (부산에) 자주 좀 와서 시민들과 만났으면 한다.”
―한동안 해양수산부 장관이 화제였다. 경질된 윤진숙 장관의 문제점이 무엇이었다고 보는가.
“해양수산부 부활을 위해 앞장섰던 사람으로서 참 안타깝다. 윤진숙 전 장관은 여러 어려운 여건 속에 있었다. 항만·물류 산업이나 수산업 같은 것들이 최악의 상황인데 그 자리를 맡아서 고생 많이 했다. 연구 부분에서 얼마든지 좋은 활동을 할 수 있는 분인데 정치적인 일, 관료의 일에 뛰어들게 하지 않았나 싶다. 적재적소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됨으로써 윤 전 장관이 오히려 피해자가 된 것 같다.”
―새로 내정된 이주영 해수부 장관은 어떤가.
“이주영 장관은 4선 의원으로서 집권당 실세 아닌가. 그동안 윤 전 장관이 갖지 못했던 정치적 파워를 가지고 해양수산부가 역할 할 수 있도록 틀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분은 해양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할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의 해수부 부산 유치 공약은 어떻게 보는가.
“해양수산부를 부산에 유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해양수산부는 생긴 지 얼마 안 돼 다른 부처와의 유대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 또한 국정 비전에 해양강국을 넣는 것이 중요하기에 해양수산부가 지금 당장 부산으로 오는 것보다 중앙에 있는 것이 낫다. 만약 다른 부처들도 지역으로 간다면 해양수산부는 부산으로 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현 정권에서 해양수산부가 부활된 것 말고는 공약이 시행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이) 좀 더 공약 이행에 분발해줬으면 좋겠다.”
―공식적인 출마 선언은 언제하나.
“(출마 결심이) 한 달 사이에 이뤄졌기에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하는 단계였는데 거의 마무리됐다. (공식 출마 선언은) 적어도 3월쯤에는 할 예정이다.”
부산=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