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7경주 우승마 네버신비포는 오랜만에 보는 능력마로 분석된다. 출발도 좋았고 특별한 추진 없이도 마필이 알아서 선두권에 가세하면서 자연스럽게 따라갔다. 직선주로 들어선 빠르고 경쾌한 발놀림으로 앞서가는 말들을 모조리 제꼈다. 주행자세가 좋고 유연해 장거리에서도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장거리까지 잘 뛰어주는 엑톤파크의 자마다. 모마인 광열한도 단거리부터 장거리까지 고루 활약하며 외1군까지 진출했었다. 다만 체격이 크지 않아(420kg대) 부담중량이 늘어나면 고전이 예상된다. 어린 말이라 성장할 여지는 많지만 전형제마(부마와 모마가 모두 같은 말)인 ‘팀워크’도 체격이 크지 않아, 체격조건이 명마로 성장하는 데 핸디캡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건 나중의 문제고 현재는 충분한 휴식을 주면서 말에게 무리를 주지 않고 단거리 중심으로 출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부경 일요경마 1경주의 비보마린도 관심마다. 외곽선입으로 따라가다 막판에 여유승을 거뒀다. 큰 능력이 있는 말은 아니지만 최근 국산마 4, 5군 경주는 편성이 약하기 때문에 이 정도면 4군에서도 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부마는 중거리까지 좋은 활약을 했던 워챈트(War Chant)고 모마는 런어웨이그룸(Runaway Groom)의 자마인 런어웨이리비다. 워챈트의 부마, 그러니까 비보마린의 조부마는 저 유명한 씨수말 댄지그다. 댄지그는 무려 4차례나 미국 리딩사이어에 올랐던 말이다.
2경주의 아인스는 능력이 급상승한 마필이다. 그동안 가능성을 보이며 꾸준하게 뛰어온 말이지만 최고 성적이 모두 3위(4회)에 그쳤었다. 그렇지만 이번엔 예전과 다르게 확실한 결정력을 보여줬다. 중하위권에서 따라오면서 힘을 안배한 이후 월등한 뒷심으로 강한 상대들을 여유 있게 이겼다. 그동안의 고질이었던 결정력 부족이 해소됐다는 측면에서 차기도 기대된다. 단거리부터 중거리까지 고르게 활약했던 스카이메사(Sky Mesa)의 자마다.
6경주의 천지불패는 건재함을 과시한 케이스다. 그랑프리에서 3위를 차지했을 만큼 뛰어난 경주력을 보유했지만 오랜 휴양 끝에 복귀전에 나섰는데 바로 우승했다. 경주 당일 체중도 불었고, 훈련시 스피드감이 예전 같지 않아서 우려를 샀지만 막상 실전에 나서자 투지 넘치는 모습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혈통적 거리적성도 중장거리형이라 꾸준한 활약이 기대된다. 에이피인디의 자마인 베르나르디니가 이 마필의 부마다. 힘으로 뛰는 경향이 있다는 게 단점인데 이 점만 보강된다면 한 단계 더 성장할 마필이다.
2월 16일 부산경남경마장에서 열린 경주에서 1위로 들어오는 천지불패(위)와 2월 15일 과천경마장에서 열린 경주에서 1위로 들어오는 삼정제왕. 한국마사회 동영상 캡처.
캠프이천의 부마는 포리스트캠프이고, 모마는 과거 국1군에서 좋은 활약을 했던 융창이다. 4경주의 애커더미션은 신인기수의 소극적인 추진으로 입상에 실패한 마필로 기수가 교체된다면 주목해볼 만하다. 당초 이 경주는 특별한 선행마가 없어 애커더미션에겐 충분히 따라가면서 뒷심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분석됐지만 신인기수 조한별이 초중반에 너무 소극적인 말몰이를 한 데다 결승선에서도 망설이다 추진했기 때문에 힘을 남기면서 4위에 그쳤다. 추입마는 3~4코너 중간쯤에선 탄력을 붙이며 결승선 오르막을 맞이해야 하는데 이 마필은 4코너를 통과한 후에도 탄력을 붙이지 않고 따라만 갔었다.
10경주의 큐피드걸은 중거리인 1800미터 경주에 처음 출전해 기선을 제압했지만 외곽의 마필에게 선행을 내준 뒤 따라가다 막판 역전승을 했다. 거리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비교적 여유 있는 걸음이었다는 점에서 차기 경주는 더 뛸 여지가 있어 보였다. 부마가 중거리까지 잘 뛰어준 비카이고 모마는 추입마인 프로인그란과 화이트핫디시를 낳은 쉬저핫디시다. 현재까지는 그리 강한 경주마로 보이지는 않지만 부마의 스피드와 모마의 스태미나가 잘 배합돼 3군에선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10경주의 삼정제왕은 경주력이 한 단계 더 성장한 케이스다. 당초 레이스가 너무 빨라 삼정제왕이 따라붙기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외곽을 선회하며 빠르게 가세하고도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도주마 문학스피드의 덜미를 잡아버렸다. 힘이 차면서 스피드와 뚝심이 동시에 호전돼 거리가 늘어나도 잘 적응할 수 있다는 평가다.
16일 서울 일요경마에선 10경주의 언비터블이 요주의마다. 직전경주에서 이미 1군에서 입상한 전례가 있었지만 어부지리 성격이 짙어서 이번에도 인기가 8위였다. 하지만 막판 생고무줄 같은 탄력으로 2위를 차지했다. 내용은 더 알차다. 직선 주로에서 두 차례나 진로가 막혀 이쿠야스 기수가 옆으로 말을 빼서 재차 추진을 했는데도 더 가속이 붙었다. 종반 200미터 기록이 12.2초다. 우승한 빛의왕자와의 차이가 머리 하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마필이 최근 얼마나 상승세에 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번에 2위를 한 덕분에(?) 다음 경주에서도 부담중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인코스만 배정받는다면 강하게 노려도 무방할 것 같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