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볼티모어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한 윤정현.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하지만 이내 잘못된 사실임이 드러났다. 켈러는 약 2시간 뒤 자신의 트위터에 “다른 윤이다. 실망시켜드려 죄송하다”라고 적었다. 켈러가 본 ‘윤’은 윤석민이 아니라 지난해 볼티모어에 입단한 투수 윤정현(21)이었다.
윤정현은 지난해 동국대를 중퇴하고 7월 16일 볼티모어와 계약금 3만 달러에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한 왼손투수다. 루키 신분으로 메이저리그 훈련장의 마이너리그 훈련에 참가했던 윤정현은 자신의 라커에 붙은 ‘YOON’이라는 성 때문에 본의 아니게 윤석민으로 오인을 받는 다소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것.
지난 20일(한국시간) 사라소타 마이너리그 캠프에서 만난 윤정현은 “그때 일을 생각하면 재미있기도 하고, 윤석민 선배님께 죄송하기도 했다”면서 “그래도 윤석민 선배님이 우리 팀으로 오시게 돼 정말 기쁘고 반가웠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훈련장이 다르다보니 윤정현이 윤석민을 자연스럽게 만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훈련이 끝나면 얼마든지 따로 시간을 내 만날 수 있는 터라 윤정현은 내심 그런 시간을 기대하기도 했다.
이제 겨우 루키 신분인 윤정현으로선 윤석민의 메이저리그 입단이 부러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추신수,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터라 그로선 롤 모델을 삼을 수 있는 선배들이 늘어난다는 게 자극과 용기를 준다고 한다.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추신수 선배님과 류현진 선배님을 거론하며 ‘너도 잘 아는 선수들이냐’라고 묻곤 했다. 직접 뵌 적은 없지만, 한국에서 야구하는 후배들이 존경하는 선배님이라고 소개하자, 일본 선수가 아닌 한국 선수가 뛰어난 실력을 나타내고 있는 데 대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선수들이 그런 반응을 보일 때마다 내가 우쭐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마이너리그에 있는 후배들로선 선배님들의 활약이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아주셨으면 한다.”
마이너리그 생활은 고달픔의 연속이다. 아직은 루키 신분이라 구단의 보호와 지원 속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싱글A로 올라서면 그는 의식주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한다. 윤정현은 구단에서 관심있게 지켜보는 루키인 터라 부상 없이 제몫을 해낸다면 어느 누구보다 빠른 스피드로 빅리그를 향해 올라갈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잊지 않았다.
“루키에서 빅리그까지는 거쳐야 할 단계도, 그에 따른 시간도 필요하다. 추신수 선배님도 7년이 넘는 시간을 기다린 끝에 빅리그에 오르지 않았나. 하다 보면 때론 좌절의 늪에도 빠지겠지만, 중도에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선수로 기억되진 않을 것이다.”
미국 진출 후 자신을 찾은 한국 취재진은 처음 만났다며 수줍음을 드러낸 윤정현의 각오가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이영미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