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양반! 기자랑 정자랑 꽁지꾼이랑 공통점이 뭔지 알아? 인간될 확률이 존나게 없다는 거야.”
영화 <들개들>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대사다. 물론 대부분의 영화와 드라마에서 기자들은 대부분 좋지 않게 묘사된다. 기자가 주인공인 영화 <들개들>에서조차 기자는 이런 취급을 받고 있다. 참고로 정자가 난자를 만나 수정이 돼 인간이 될 확률은 최고 3억분의 1이다. 대한민국, 아니 전세계 기자의 수를 모두 합쳐도 분명 3억 명은 안 될 테니, 기자 가운데 인간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얘기다. 나름 몰입하며 영화를 봤음에도 마지막 장면의 이 대사 때문에 현직 기자인 필자는 급속도로 이 영화에 대한 호감도가 사라지고 말았다. ‘뭐 기자도 사람이니까’라고 쓰려 했는데, 이 영화는 기자는 사람이 될 수 없다고 하니…. 심히 난감하다.
영화 <들개들>은 지난 2012년 전북 무주 주민들의 소녀 성폭행 사건을 모티프로 제작됐다. 먼저 무주 지적장애 소녀 성폭행 사건을 살펴본다. 당시 13세이던 지적장애가 있는 소녀 A 양은 친구의 할아버지인 김 아무개 씨 등 마을 주민 5명에게 4년 동안 성폭행을 당했다. 심지어 피의자 가운데에는 A 양 아버지의 친구도 포함돼 있다. 4년 동안 지속된 마을 주민들의 성폭행은 장애인 돌보미의 신고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영화 <들개들>은 피해자 소녀의 설정을 약간 바꿨다. 우선 소녀의 연령대를 높였다. 정확한 나이가 언급되진 않지만 피해자인 김은희(차지헌 분)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가량이다. 또한 지적장애 대신 야맹증을 앓고 있어 밤에는 앞을 잘 보지 못한다. 또한 암에 걸려 투병 중인 모친이 있다. 결국 김은희가 마을 주민들에게 매일 밤 성폭행을 당하는 까닭은 우선 야맹증으로 밤에 앞을 잘 보지 못하는 데다 아픈 엄마를 두고 떠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김은희가 사는 마을은 강원도 산골에 위치한 오소리다. ‘범죄 없는 마을’이라는 간판이 아이러니한 이곳은 외지인의 왕래가 거의 없다. 몇 안 되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데 주민들이 김은희와 그의 모친에게 먹을 거와 땔감, 그리고 약 등을 구해준다. 밤에 눈이 잘 안 보이는 김은희를 위해 주민들이 인근 전봇대에 특수 장치를 해 놓기도 했다. 김은희가 불을 켜 놓은 채 잠에 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말 인심 좋은 산골 마을이다.
그렇지만 실체는 그렇지 않다. 이웃 주민 남성들끼리 순서를 정해 매일 밤 돌아가며 김은희의 집을 찾는다. 전봇대에 설치한 특수 장치 역시 그들의 못된 행각을 위해서다. 먼저 전봇대에서 불을 꺼 김은희가 앞을 보지 못하도록 만든 뒤 찾아가 성폭행을 하는 것이다.
실제 사건에선 장애인 돌보미가 이를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해결됐지만 영화에선 삼류기자 소유준(김정훈 분)이 등장한다. 소유준 역시 불륜과 도박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인간이다. 그가 오소리를 찾은 까닭 역시 그와 불륜 관계인 선배 기자의 와이프가 다시 남편과 잘 지내보고 싶다면 결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소유준은 불륜녀의 남편인 선배 기자를 죽이기 위해 오소리를 찾았다. 남편에게 돌아가려는 불륜녀를 계속 자기 곁에 두려면 남편이 죽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불순한 마음으로 범죄 없는 마을 오소리를 찾은 소유준은 우연히 마을 주민들이 김은희를 대상으로 엄청난 짓을 자행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자신들의 은밀한 비밀을 지키기 위해 살인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오소리 주민들과 소유준의 사투가 시작된다.
결국 이 영화는 우리 사회의 들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들개를 비하하는 것은 아니고, 인간이 아닌 짐승 같은 이들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한 명의 여성을 마을 주민 전체가 성폭행하는 오소리의 남자들은 물론 들개들이다. 게다가 불륜녀의 남편을 죽이기 위해 오소리를 찾은 소유준 역시 들개다. 그가 '기자는 인간될 확률이 존나게 없다'며 인간 이하의 짐승 취급을 받는 까닭 역시 여기에 있다.
@ 베드신 / 노출 정보
베드신은 여러 차례 등장하지만 모두 강간 장면들이다. 심지어 소유준 역할의 김정훈이 등장하는 베드신 역시 이별을 선언하는 불륜녀를 강제로 품으려 하는 장면일 정도다. 마을 주민들이 번갈아 가며 김은희를 성폭행하는 장면들 역시 당연히 강간 장면이다. 게다가 변태적인 각자의 취향으로 김은희를 강간하는 터라 상당히 추악하다. 대부분의 베드신이 숨어서 이를 지켜보는 소유준의 시선에 맞춰져 있지만 관음증 유발과는 거리가 있다. 노출 수위는 여배우의 가슴이 드러나는 정도지만 한두 장면에 불과하다.
@ 에로지수 : 0
이런 영화의 에로지수는 당연히 0일 수밖에 없다. 물론 베드신이 여러 차례 등장하고 여배우의 노출도 이뤄지지만 베드신의 쓰임새가 다른 영화들과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영화 속 베드신은 에로티시즘의 측면에서 다뤄지지만 영화 <들개들>에선 관객들에게 분노를 유발하기 위해 사용된다. 성관계 자체보다는 마을 주민들의 범죄 행각에 초점을 맞춘 베드신이기 때문이다. 에로티시즘 측면에서 접근할 수 없는 베드신들이니 에로지수 역시 당연히 0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