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대부분의 여대생들은 각자 ‘집’이라 불리는 공간이 따로 있는 경우 함께 생활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동거로 생각하지 않는 성향이 강했다. 일부 여대생들은 이를 ‘반 동거’라고 칭하며 동거경험에 대한 질문에서도 “남자친구 집에서 자거나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긴 했지만 내 자취방(기숙사 등 포함)도 있었으니 엄밀히 말해 동거는 아니었다”고 답했다.
한편 경험 유무를 떠나 동거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51명의 여대생들은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할 수 있으면 해보고 싶다”는 답변도 7명에 달했으며 “결혼을 약속한 사이라면 꼭 살아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답한 여대생도 있었다. “이혼보다는 파혼이 낫다”는 파격적인 답변도 눈에 띄었다. 나머지 49명의 여대생들은 “절대 반대”라는 입장이었다(1명은 무응답). 순기능에 대해 모르는 것은 아니나 아직 우리나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으며 이외에도 ‘연애의 애틋함이 사라진다’ ‘서로 미래의 배우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여성에게 특히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집은 혼자만의 쉬는 공간이다’는 등의 답변이 나왔다.
반면 ‘미래의 남편이 결혼 전 동거경험이 있다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100명 중 68명의 여대생들이 강하게 반대했다. ‘동거경험이 있는 남자라면 애초에 만나지 않겠다’ ‘파혼이다’ ‘완전 최악이다’ ‘죽인다’ 등의 과격한 발언이 쏟아졌다. 나머지 32명의 여성들 대부분도 대놓고 반대를 하지 않을 뿐 싫은 기색이 역력했다. ‘애만 없으면 된다’ ‘상관없다’는 입장의 10명을 제외하면 ‘모르면 상관없지만 알면 평소처럼 지낼 순 없을 듯’ ‘달갑지는 않다’ ‘신경이 쓰일 것 같다’ ‘몇 달 정도는 괜찮은데 1년 이상은 고민이 될 듯’ ‘이해는 하나 싫을 것 같다’는 부정적인 답변이 주를 이뤘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한국사회의 이중적인 성 의식이 여대생들에게도 뿌리 깊게 스며들어 있음을 엿보게 한다.
동거경험이 있다는 한 여대생은 “동거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혼은 다르다. 나도 결혼할 상대에게는 동거경험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 미래의 남편도 동거경험이 없어야 한다. 본인에게 아무리 좋은 추억이라도 상대가 그것을 품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젠간 불화의 원인이 될 것이라는 걸 알기에 남편의 동거경험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