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1월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국고섬은 중국 섬유업체를 자회사로 둔 싱가포르 소재 지주회사로서 당시 싱가포르 주식시장에도 상장돼 있었다. 연합과기(2008년 12월 상장), 성융광전투자(2010년 9월 상장) 등과 함께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중국기업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고섬은 상장된 지 불과 두 달 만인 2011년 3월 회계 부정 논란으로 거래정지됐다. 이후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 2년 7개월 간 거래정지 끝에 지난해 10월 결국 상장폐지됐다. 이 고섬 사태로 수많은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제사기극’이라는 비난까지 쏟아졌다.
중국고섬의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가 바로 대우증권이다. 한화증권과 함께했지만 대우증권이 대표주관사다. 한화증권 역시 지난해 10월 증선위로부터 중국고섬과 관련해 2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지만 지난 2월 20일 금감원 조치에서 대우증권만 기관경고 조치를 받은 이유는 대우증권이 중국고섬 상장 대표주관사였기 때문이다.
이번 기관경고 조치로 대우증권은 향후 사업을 진행하는 데 큰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기관경고를 받으면 3년간 국내에서 새로 금융투자업 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할 수 없고 자회사 신설도 불가능하다. 해외 진출, 인수·합병(M&A) 등 신규 사업에도 진출할 수 없다. 대형 증권사들이 2011년부터 공을 들여온 ‘종합금융투자업자’로서 성장하는 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대우증권 측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이미 20억 원의 과징금 조치를 받았는데 같은 사안으로 기관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아 안타깝다”며 “대표주관사라고 하지만 우리로서는 그다지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며 회계법인의 잘못이 더 크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대우증권이 같은 사안으로 금융위와 금감원으로부터 이중 징계를 받은 것에 대해 의아해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신규상장 주식이 2개월 만에 거래정지, 상장폐지된 것은 분명 흔치 않은 일이지만 한 증권사가 같은 일로 금융당국의 이중 징계를 받은 것도 보기 드문 일”이라고 전했다. 더욱이 지난해 대우증권이 부과받은 과징금 20억 원은 증선위가 내릴 수 있는 최대 금액이다. 대우증권은 20억 원의 과징금이 부당하다며 금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대우증권을 향한 투자자들의 원성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공교롭게도 대우증권은 연합과기·성융광전투자 등 중국기업들의 국내 주식시장 상장을 이끈 대표 주관사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모두 상장폐지되면서 피해를 본 투자자가 상당수다.
중국고섬과 관련해서는 현재 대우증권과 피해 투자자들이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1월 17일, 중국고섬 투자자 550명이 한국거래소·대우증권·한화증권·한영회계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법원은 “중국고섬의 회계 상황을 적정하게 검증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대우증권의 책임만 묻고 투자자들 피해액의 50%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공모주를 매입한 125명에게만 해당됐을 뿐 중국고섬이 주식시장에 상장된 후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의 피해는 인정되지 않았다.
한 투자자는 “외국 기업이기에 일반 투자자들로서는 기업정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다”면서 “증권신고서나 대우증권의 IR(투자설명) 자료 등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들 자료에는 중국고섬 연 매출이 3000억 원에 이르고 영업이익률도 25% 이상인 것으로 나와 있다. 즉 대우증권이 주관한 공모주 청약에 몰린 투자자만 피해를 본 게 아니라 대우증권이 관련된 각종 자료를 참고해 투자한 사람들도 피해자라는 얘기다. 투자자들은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고섬이 국내 증시에 상장된 2011년 1월 당시 대우증권 IB사업부장은 “(중국고섬은)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25%나 되는데 싱가포르 증시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처럼 해외 증시에서 저평가된 기업의 주식가치 및 기업가치를 국내 증시에 상장시키면서 재평가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의 중국고섬 발굴과 국내 증시 상장에 뿌듯해 했던 것. 당시 IB사업부장은 현재 대우증권 전략기획본부장(부사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 금감원 조치에 경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증권업계 현실에서 대우증권은 잇달아 중징계를 받음으로써 실적 면에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2010년 이후 대우증권의 영업이익은 계속 떨어지더니 지난해(4~12월)는 급기야 36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금융당국의 중징계로 돌파구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게 됐다. 피해를 봤다는 투자자들과는 소송전을 치러야 한다. 업계 ‘빅3’ 증권사의 체면이 이래저래 말이 아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