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영 발탁
캐리커처=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사실 박주영은 홍 감독이 대표팀 선발 최우선 원칙으로 내걸었던 ‘소속 팀에서의 꾸준한 출전’과 거리가 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에서 거의 3년 간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던 그는 지난 1월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챔피언십(2부 리그) 왓포드로 3개월 긴급 임대 됐으나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적 5경기 만에 처음 실전에 투입되는 등 ‘반쪽짜리’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홍 감독은 박주영을 선택했다. 고민의 흔적이 역력했다.
홍 감독은 박주영과 관련해 코치들과 끊임없이 의견을 나눴다. 또 여러 차례 박주영과 직접 전화통화를 나눴다. 그리고 끌어안는 쪽을 택했다. 다만 조건이 걸려 있다. ‘박주영 대표팀 승선 & 주전 만들기’ 프로젝트가 아닌, 어디까지나 지금은 월드컵 예비엔트리 30명 선발 작업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수년간 대표팀을 떠나 있던 박주영이기에 검증 절차는 반드시 필요하다. 어차피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홍명보 감독은 “지금이 아니면 더는 소집할 수 없다. 최종엔트리로 뽑힐 23명을 보살피는 것도 꼭 필요하겠지만 예비엔트리 7명을 관리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박주영이 바로 7명의 범주에 해당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 베테랑 활용
4년 전 2010남아공월드컵 당시 대표팀 수석코치로 참여했던 대한축구협회 정해성 심판위원장은 이색적인 의견을 내놨다. 바로 전력 배분이다. 월드컵 최종엔트리 23명 가운데 골키퍼 한 명이 포함된 18명을 제외하면 모두 5명이 남는다. 이중 2명의 골키퍼를 제외한 3명은 언제든 투입할 수 있는 비상시 전력으로 가동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정 위원장은 “이들이 월드컵 본선에 가서 한 경기도 출전할 수 없을 공산이 크지만 벤치에서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팀 전체 분위기가 뒤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홍명보 감독이 지난 1월 27일 국내파로 꾸려진 축구 국가대표팀 훈련에 앞서 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자연스럽게 이는 전임 최강희 감독(현 전북 현대)이 대표팀을 이끌던 당시 주장으로 활약했던 중앙 수비수 곽태휘(알 힐랄)와 홍명보호 체제에서 처음 부름받은 오른쪽 풀백 차두리(FC서울)에 시선이 모아진다. 곽태휘는 33세, 차두리는 34세다. 홍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수비 안정’이기 때문에 수비진에 베테랑이 몰려 있다는 건 결코 이상하지 않다. 사실 둘은 홍명보호에서 서른을 넘긴 ‘유이한’ 선수들이다. 차두리는 소집 직전 허벅지 근육 부상으로, 곽태휘도 왼 발등 부상으로 그리스 원정에 합류할 수 없지만 여전히 홍 감독은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 주전 싸움 향배
속된 표현으로 가장 ‘박 터지는’ 포지션은 어디일까. 무엇보다 최전방과 골키퍼를 빼놓을 수 없다.
2월 1일 열린 미국과의 평가전에서 이근호가 드리블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여기에 본래 중앙 수비수이지만 오른쪽 풀백으로도 활약이 가능한 ‘멀티 수비수’ 황석호(산프레체 히로시마)의 포지션 전환 여부도 볼거리다. 그간 이용(울산 현대)이 붙박이로 나선 이 포지션에 차두리까지 가세했으니 적어도 2 대 1, 최대 3 대 1까지 경쟁률이 올라간다.
뿐만 아니라 손흥민(레버쿠젠)-김보경(카디프시티)-남태희(레퀴야) 등이 경합할 왼쪽 윙포워드 경쟁 또한 흥미진진하다. 다만 김보경은 최근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되는 분위기인데, 이렇게 되면 본업인 수비형 미드필더에서 전진 배치된 구자철(마인츠05)과 자리가 겹친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