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어지러움의 연속이다. 일반 캠코더와 휴대폰으로 촬영한 동영상 위주의 영화인데 그마져 불에 탄 것을 어렵게 복원한 것이다. 게다가 야간 투시경으로 촬영한 장면은 화질이 상당히 떨어지는 흑백이다.
영화 <에비던스>는 전체 분량의 2/3 이상이 증거로 확보된 동영상이다. 스타가 되고 싶은 배우 지망생 리엔(토리 드비토 분)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고 있는 친구 레이첼(캐이틀린 스테이시)이 촬영한 동영상이 영화의 큰 줄기다. 여기에 다른 피해자들이 휴대폰으로 촬영한 동영상도 틈틈이 추가됐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제목처럼 증거에 대한 영화다. 영화는 LA에서 라스베가스로 향하는 외딴 길목의 한 버려진 트럭 정비소에서 벌어진 처참한 살육전의 범인이 누군지를 수사하는 내용이다. 모든 게 불에 타서 피해자의 신원파악조차 힘든 상황에서 증거라곤 현장에서 발견된 캠코더와 휴대폰에 저장된 영상들뿐. 그조차 불에 타 힘겹게 복원한 화면들로 화질이 그리 좋지 않다.
영화의 상당 부분이 증거물인 복원된 동영상인 터라 화질이 떨어지고 편집도 지저분하다. 또한 아마추어가 촬영한 터라 화면 흔들림이 심하고 화면 구도도 불안정하다. 결국 증거물을 확보한 경찰이 동영상을 복원한 뒤 일일이 확인해 범인을 쫓는 과정은 영화의 액자에 불과하고 영화의 속 알맹이는 사건 현장을 촬영한 피해자의 동영상이다. 이로 인해 이 영화의 관객들은 경찰이 돼 증거물인 피해자들이 남긴 동영상을 실감나게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았지만 그 대가로 엄청나게 흔들리고 화질도 떨어지는 데다 편집까지 엉성한 영화를 감상해야 한다.
모든 사건이 그렇지만 보는 이의 관점에 달라 전혀 다르게 상황을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사건 관계자들의 시선에도 개개인의 편견이 담겨 있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피해자들이 편견 없이 자신의 시선에서 촬영한 동영상만을 증거로 사건을 재구성한다. 그 과정에서 범인의 실체가 드러나지만, 영화는 막판 반전을 통해 경찰이 확보한 결정적 증거에도 함정과 빈틈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줄거리
영화는 LA에서 라스베가스로 향하는 외딴 길목의 한 버려진 트럭 정비소에서 벌어진 처참한 살육전의 현장에서 시작된다. 라스베가스 행 버스를 탄 7명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경찰이 현장 수사를 진행하는 모습에서 시작된 이 영화는 곧 수사에 난항을 겪는 경찰의 난처함으로 이어진다. 모든 게 불타버려 아무런 증거가 없는 사건, 게다가 시신까지 불에 타 피해자의 신원 파악조차 불가능하다.
다행히 현장에서 발견된 캠코더와 휴대폰에서 동영상 파일이 있지만 대부분 불에 타버린 상태다. 어렵게 화면을 복구한 경찰은 증거물인 피해자들이 남긴 동영상을 통해 그날의 처참한 상황과 함께 범인의 실체에 다가간다.
동영상 속 피해자들은 애초 행복한 모습이다. 라스베가스로 여행을 떠나는 리엔(토리 드비토 분)과 레이첼(캐이틀린 스테이시), 그리고 리엔의 남자친구인 테일러(놀런 제라드 펑크 분) 등은 버스에서 함께 라스베가스로 떠나는 동승자들을 만난다. 그렇지만 한참 라스베가스로 향하던 도중 휴대폰도 터지지 않는 사막의 외딴 길목에서 차량이 크게 파손되는 사고를 겪는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찾은 인근의 버려진 트럭 정비소. 그렇지만 거기에는 누군가가 있고, 그 누군가에 의해 7명의 버스 동승자들은 차례로 끔찍하게 살해당한다. 과연 누가 이들을 상대로 무참한 살육전을 벌인 것일까. 유일한 에비던스(증거물)인 동영상에는 진실이 남겨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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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관람용 영화로는 아쉬움이 있지만 집에서 TV나 컴퓨터로 즐기기에는 손색이 없다. 오히려 막판 반전이 다소 황당하다는 부분이 약점이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구성이나 편집 등은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물론 훼손된 동영상 파일을 복원한 것이 영화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어 화질이 다소 많이 떨어진다는 부분이 약점이자 장점이다. 그렇지만 관객이 아닌 실제 경찰이 된 심정으로 집중해서 본다면 그 어지러움이 더욱 생생한 재미로 다가올 수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