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현지시간) 오후 5시 30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돌비 씨어터에서 열린 제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영화배우 폴 워커가 등장했다. 화려한 레드카펫을 통해 등장했으면 좋았겠지만 추모 영상이 이를 대신했다. 폴 워커가 지난 2013년 11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준비한 사망 영화배우 추모 ‘메모리엄’ 공연에는 폴 워커와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등이 등장했다.
폴 워커의 유작으로 알려진 <분노의 질주7>은 2015년 4월 개봉 예정이다. 본래 2014년 7월 개봉 예정인 <분노의 질주7>은 폴 워커가 촬영 도중 사망하면서 개봉이 2015년 4월로 연기됐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대표하는 폴 워커의 사망으로 닮은 동생이 대신 투입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현재는 폴 워커가 맡은 배역인 브라이언 오코너가 은퇴하는 것으로 시나리오가 수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분노의 질주7>은 고인의 진정한 유작은 아니다. 대신 2013년 개봉한 영화 <아워즈>가 진정한 유작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아워즈>는 폴 워커가 영화 전체 분량의 80% 이상을 홀로 책임졌을 만큼 혼신이 깃든 작품이다. 게다가 고인이 세상을 떠난 상황에서 볼 땐 마치 고인이 어느 정도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드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했을 당시를 소재로 하고 있다. 영어 원제는
첫 번째 시간은 출산 예정일이다. 주인공 헤이즈(폴 워커 분)는 갑작스런 부인의 진통으로 병원을 찾는다. 출산 예정일보다 5주나 빨리 진통이 온 것이다. 예상치 못한 조산은 결국 헤이즈의 부인을 사망에 이르게 만든다.
문제는 너무 빨리 세상에 나온 헤이즈의 딸이다. 아직은 자가 호흡이 불가능한 딸은 인큐베이터 안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다. 의사는 최소한 48시간은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어야 하는데 첫 울음이 터지면 안심해도 된다고 말한다. 의사의 첫 울음 언급은 이 영화에서 엄청난 감동으로 되돌아온다.
영화 <아워즈>는 허리케인을 소재로 한 재난 영화지만 그 보다는 재난 상황에서 딸을 살리기 위한 아버지의 부정이 더 중심인 영화다.
이런 부분은 불의의 교통사고라는 재난을 만난 주인공 헤이즈 역할의 폴 워커의 삶과 닮아 있다. 폴 워커에게도 실제로 외동딸이 있는데 고인은 270여억 원에 이르는 유산을 딸에게 남겼다. 다만 영화에선 막 태어난 신생아지만 실제 폴 워커의 딸 미도우 워커는 15살이다.
영화는 다소 지루할 수 있다. 주인공 헤이즈는 무슨 일이 있어도 딸이 있는 인큐베이터에서 최장 3분 이상 떨어져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생존을 위해 병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지만 결국 3분 이내에 되돌아와야 한다. 이런 주인공의 제한된 움직임이 영화의 현실감은 높였지만 재미는 반감시켰다. 그렇지만 지루한 헤이즈의 사투는 마지막 장면에서의 엄청난 감동으로 어느 정도 보상된다. 폴 워커의 대표작인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스피드를 다룬 영화라면 <아워즈>는 너무 느리게 가는 시간을 소재로 한 영화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와는 정반대 개념의 영화 <아워즈>가 결국 고인의 유작이 된 것이 참 아이러니한데, 어쩌면 폴 워커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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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워커의 유작인 만큼 평소 그의 팬이었던 분들에게 추천한다. 고인을 생각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관람할 수 있는 영화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고인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아워즈>는 죽음이 임박한 상황의 폴 워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시간이 워낙 더디게 가는 영화인 터라 소위 말하는 ‘재밌는 영화’는 아니자만 마지막 장면에서의 감동은 남다르다. 게다가 고인의 유작임을 감안하면 여러 가지 생각의 거리도 남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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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리 재밌는 영화는 아니다. 재난 영화지만 허리케인이 도시를 덮치는 등 재난 상황을 직접적으로 그린 블록버스터는 아니다. 오히려 병원에 방치된 신생아와 그 아버지를 텅 빈 병원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그려내고 있다. 이로 인해 사실성은 배가되지만 영화적인 재미는 많이 반감됐다. 다만 이런 답답한 전개는 마지막 장면에서의 감동을 배기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국내에선 엄청난 블록버스터 재난 영화로 소개됐지만 실은 다소 허술한 외국 TV용화들에 비하면 감동이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아워즈>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적어도 묵직한 감동은 있고 또 폴 워커의 유작이니까. 이런 ‘영화의 재미’ 이외의 영역으로 인해 다소 높은 가격을 책정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