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 [$50K 앤 어 콜 걸 : 어 러브 스토리] 포스터. 작은 사진들은 실리콘밸리 매춘부들로 SNS를 통해 고객을 유혹하는 모습.
산호세에서 매춘부로 일하고 있는 카렌은 백만장자다. 그녀의 주된 고객은 IT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로, 대부분 친절하고 다정한 20~30대의 젊은층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다들 높은 연봉으로 주머니가 두둑한 ‘부자’라는 점이다. 그녀가 이들로부터 받는 시간당 금액은 최고 500달러(약 53만 원).
이처럼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해 산호세 지역에서 실리콘밸리 고객들을 상대로 매춘을 하는 여성들은 다른 지역의 매춘부들에 비해 월등한 수입을 자랑한다. 수백 혹은 수천 달러를 벌어들이는 여성도 많으며, 카렌처럼 수백만 달러를 너끈히 버는 경우도 많다.
비싼 서비스료를 척척 지불하는 고객을 뒀으니 매춘부들의 수입 역시 높을 수밖에 없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하고 있는 매춘부인 수지 큐는 “나는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27세 여성치고는 아주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매일 외식을 하고, 좋은 옷을 사고, 또 여행도 다닌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IT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실리콘밸리 드림’을 꿈꾸면서 실리콘밸리로 몰려오는 것처럼 매춘부들 역시 금맥을 찾아 이곳 서부 도시로 끊임없이 몰려들고 있다. 카렌은 “매춘부들 사이에서 대어 고객을 잡기 위한 경쟁이 숱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들을 고객으로 두기만 하면 별장 등 원하는 것은 뭐든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매춘부는 스마트폰 카드결제 기기인 ‘스퀘어’를 이용해 서비스료를 받는다.
이곳의 매춘부들이 다른 곳의 매춘부들과 가장 다른 점은 고객을 끌어 모으는 방법에 있다. 고객들의 눈높이에 맞춰 첨단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 전문가 못지않게 IT에 능숙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사용하는 인터넷 도구와 언어를 적극 활용하는 여성들도 많다.
매춘부인 멜리사 기라 그랜트는 “매춘부들이 다른 20대들처럼 소셜미디어서비스(SNS)를 사용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는가 하면, 조세핀이라는 여성은 “나는 고객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노력한다.‘techy’(기술을 좋아하는 사람), ‘nerdy’(머리는 좋으나 세상물정은 잘 모르는 사람), ‘geeky’(괴짜이면서 엽기적인 사람)와 같은 생소한 단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스트리퍼이자 매춘부인 수지 큐 역시 SNS를 홍보에 적극 활용한다. 그녀가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는 텀블러,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며, 홈페이지도 두 개 운영하고 있다. 심지어 구글 보이스도 사용하고 있다.
그녀가 운영하고 있는 팟캐스트인 ‘호어캐스트(The Whorecast)’를 통해서는 주기적으로 섹스 산업의 전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그녀는 “나는 매매춘도 하나의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매춘부의 인간적인 면을 봤으면 한다. 또한 사람들이 나를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고자 열심히 일하는 한 명의 여자로 봐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 IT 인재들이 모여 있는 산호세 지역 식당가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IT 창업자 고객들과 매춘부들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이들이 ‘소기업 사장’이라는 데 있다. 창업을 주로 하는 고객들처럼 이들 매춘부 역시 자신들을 소규모 사업가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어떤 매춘부들은 휴대용 스마트폰 카드결제기기인 ‘스퀘어’를 이용해서 서비스료를 받기도 한다. 한 매춘 여성은 “보통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에 먼저 청구서를 보낸다. 서비스 대금은 컨설팅 회사로 돼 있는 다른 사업자 앞으로 결제된다”라고 말했다.
첨단기술을 이용해 투잡을 뛰는 여성들도 있다. 키티 스트라이커는 낮에는 지역 스타트업 기업들을 위한 소셜미디어 마케터 역할을, 그리고 밤에는 자신의 매춘 사업을 위해 동일한 어플을 사용한다. 그녀는 “내가 소셜미디어 마케팅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모든 것은 매춘을 하면서 배운 것들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그녀가 사용하고 있는 SNS들은 훗스위트(아이폰용 트위터 어플), 클라우트(SNS 영향력을 평가해주는 서비스), 트위터 달력 등이다.
이런 매춘부의 변화에 대해 그랜트는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매매춘도 세월에 따라 진화한다”라면서 “매춘부들이 다른 20대들처럼 SNS를 활용하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이는 북부 캘리포니아에서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경제 흐름이다. 골드러시나 철도러시처럼 이제는 괴짜 청년들의 부흥과 연관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