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전 앤더슨이 골라준 의상으로 갈아입는 린스 데이팅의 한 남성회원.
앤더슨의 고객 가운데 최소 90명은 현재 데이트를 하고 있으며, 38명은 이미 결혼한 상태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혼한 부부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앤더슨은 “내 고객들은 모든 것을 갖춘 사람들이다. 지적이고 전문적이다. 하지만 이성 관계는 그렇지 못하다. 배우자를 만나는 데 있어서는 기술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IT 업계 전직 간부인 한 60대 남성은 앤더슨의 도움으로 결혼에 성공한 케이스다. 2년 동안 앤더슨의 VIP 회원이었던 그는 총 네 명의 데이트 상대를 소개받은 끝에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첫 번째 데이트 장소를 정하는 데 있어서부터 앤더슨의 지시를 따랐던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 앤더슨은 프랑스 레스토랑을 추천하면서 “이 장소가 딱이에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녀의 말만 믿고 데이트 장소를 정했던 그는 그동안 번번이 실패로만 끝났던 데이트가 성공하자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4개월 후 프러포즈를 할 때에도 앤더슨의 도움을 빌렸다. 앤더슨이 가르쳐준 대로 프러포즈 장소를 골랐던 그는 근사한 호텔방을 빌린 후 방안을 온통 초와 장미꽃잎으로 장식했다. 그리고 머라이어 캐리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방안에서 프러포즈를 했고, 그해 가을 결혼에 골인했다.
하지만 아무나 앤더슨의 고객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앤더슨의 연애 코치를 받으려면 우선 주머니가 두둑해야 한다. 2년 동안 무제한 소개팅을 받을 수 있는 기본 서비스의 가격은 2500달러(약 266만 원). 하지만 다양한 부대 서비스(의상 쇼핑, 에티켓 교육 등)를 제공해주는 맞춤식 VIP 서비스는 5만 달러(약 5300만 원)부터 시작한다.
VIP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앤더슨의 코치를 받게 된다. 게임 회사에 근무하는 한 20대 이혼남의 경우도 그랬다. 먼저 16시간 동안 앤더슨에게서 일대일 코치를 받았던 그는 가장 먼저 입고 다니던 추레한 청바지와 냄새 나는 운동화를 버려야 했다. 그리고 앤더슨이 골라준 것들로 싹 갈아입었다.
그리고 앤더슨이 준비해온 가상의 데이트 시나리오에 따라 예행연습을 하고, 대화 소재를 준비했으며, 상대와 눈을 맞추는 법과 심지어 따뜻하게 포옹하는 법까지 일일이 배웠다. 데이트 당일에는 평소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습관 때문에 앤더슨의 도움으로 자동차까지 따로 빌릴 수 있었다.
실리콘밸리 뚜쟁이로 통하는 에이미 앤더슨.
그리고 나면 또 한 차례 상담이 이뤄진다. 이 자리에서 앤더슨은 고객들이 바라는 이상형에 대해서 묻는다. 가령 외모, 학력, 직업, 정치적 성향, 취향과 같은 것들이다. 이렇게 심사를 받아 통과한 사람들은 열 명 가운데 여섯 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굳이 비싼 돈을 내고, 이렇게 까다로운 서비스를 신청하는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여기에는 그녀의 중매 서비스가 여타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와는 다른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다른 면은 그녀의 높은 매칭 성공률을 보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그녀의 서비스는 ‘양보다는 질’이다. 다른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 업체들이 동시에 여러 명으로부터 데이트 신청을 받아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명을 만날 수 있는 반면, 앤더슨의 중매 서비스는 한 번에 한 명씩만 만나도록 주선한다. ‘까다롭게 고르는 쇼핑의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앤더슨은 “때로 고객들을 대할 때면 그들을 재교육시켜야 할 때가 있다. 많이 만나야 그만큼 확률도 높아진다는 실리콘밸리 특유의 사고방식 때문에 결국은 질보다 양을 추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 30대 여성 창업가는 너무 바쁜 일과 때문에 제대로 데이트를 할 기회가 없었다. 여러 차례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 업체를 통해 남자를 만났지만 진지한 만남으로 이어진 경우는 없었다. 그녀는 “하루에 400~500명으로부터 데이트 신청을 받았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대신 데이트를 해줄 사람을 고용해야 할 것만 같았다”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결국 앤더슨의 회사에 등록한 그녀는 앤더슨의 주선으로 네 명의 남자를 만났다. 이 가운데 한 남자가 마음에 들어 데이트를 시작했지만 더 가까워지지 못한 채 애매한 사이가 되고 말았다. 그러자 앤더슨이 중간에 나서서 코치를 했다. 당분간 남자의 연락을 받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른바 ‘비싸게 굴어 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몇 개월 후 그 남자와 진지하게 사귀는 사이가 됐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