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경남신화의 우승기록인 0:59.8초는 최근 들어선 처음으로 1분벽을 깬 대기록이다. 2011년에 연두와 세명센트럴 이후 3년 만에 나온 기록이다. 물론 포화상태에서 낸 기록이라 액면 그대로 인정할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경남신화의 구간별 타임을 보면 앞으로 이 마필의 성장 가능성을 짐작케 해준다.
경남신화는 초반 200미터를 13.8초, 시속으로는 52km로 비교적 빠르게 출발했고, 이후 안쪽에 있는 1번 무지개동산을 넘어가는 과정에서 조금 무리스럽게 가속을 내면서 64km로 속도를 올렸고 코너를 지나면서 속도를 늦춘 뒤 결승선 직선 초입에선 58km의 속도로 뛰었다. 여기까지는 제법 잘 뛰는 말이면 뛸 수 있는 구간기록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말들은 마지막 200미터는 속도가 떨어지면서 결승선을 통과한다. 하지만 경남신화는 마지막 200미터에서 ‘터보엔진’을 단 것처럼 오히려 걸음이 폭발했다. 기록은 무려 11.1초였고 시속으로 환산하면 약 64km다. 오르막길에서 이 정도로 가속을 냈다는 것은 힘이 많이 남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경남신화는 부마 키이드엔트리와 모마 베이브루키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마는 G1대회 3위 기록이 있고 G2대회에선 우승을 한 번 한 적이 있다. 모마의 성적은 일반대회에서 3승을 수확한 게 전부다. 일종의 돌연변이라고 할 정도로 혈통적 기대치와는 완전히 다른 능력을 나타내는 말이라 거리적성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할 수 있겠지만 일단은 1800미터까지는 승승장구할 것으로 보인다.
3월 1일 서울 토요경마에선 10경주의 하트로이가 주목을 받았다. 이미 일요신문i의 배틀마 신마분석 코너에서 그 가능성을 논한 바 있지만 이 정도로 가파른 능력상승을 보일 줄은 몰랐다. 이 경주에서 하트로이는 안쪽 게이트의 이점을 십분 활용해 초반에 선두에 나섰다가 이내 외곽에서 올라온 마필들에게 선두 자리를 내주고 2선에서 선입전개를 했다. 그러다 직선주로에 들어서 폭발적인 탄력으로 2위마를 6마신이나 따돌리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4전 동안 2승 2위1회 3위1회로 입상률 100%를 기록하고 있다.
2월 28일 부산경남경마장에서 열린 3경주에서 경남신화가 압도적인 차이로 우승했다. 한국마사회 동영상 캡처.
3월 2일 서울 일요경마에선 페르시아왕자와 더블샤이닝이 돋보였다.
페르시아왕자는 단거리에서 상승세를 이어가다 중장거리로 넘어가선 강적들 틈새에서 고전해왔다. 그러다 지난번 경주에선 장거리에서도 우승마와 1마신 정도의 착차로 3위를 차지하면서 장거리에도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뚝심과 지구력이 보강된 상태에서 이번엔 1400미터 단거리에 출전했다. 예전 단거리에서 뛸 때의 능력만 놓고 봐도 입상권이었지만 장거리를 계속 뛰면서 지구력이 보완된 상태였기 때문에 예전능력+알파가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분석이 적중했음인지 몰라도 페르시아왕자는 실전에서 초반부터 맞불을 놓으면서 강하게 대시를 했고 결승선에선 여유있게 우승을 했다. 이미 장거리에 적응한 마필이라는 점에서 다음 경주 때도 거리와 상관없이 좋은 활약이 기대되는 말이다.
더블샤이닝은 이 경주가 1군 데뷔전이었다. 하지만 직전 2군 경주에서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고, 특히 선행이 아닌 선입으로 여유승을 거뒀다는 점에서 ‘걸음이 터진’ 경주마로 분석됐었다.
실전에서 더블샤이닝은 금덩이와 초반 한때 선두경쟁을 하면서 무리를 했다. 선입으로 뛰어난 경주력을 발휘한 말을 갖고 무리하게 선행을 고집하는 건 작전미스였고, 더 가면 둘다 죽는다고 걱정하는 그 순간 유승완 기수가 말을 제어하면서 선입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미 발동이 걸린 상황이라 기수의 제어에 잘 따르지 않고 헛심을 썼다.
그런 상태에서 선행을 나선 금덩이의 바로 뒤에서 질주를 했다. 누가 봐도 종반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더블샤이닝은 라스트에서도 그런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한발을 더 썼다. 대상경주 단골출전마들을 모조리 꺾는 이변을 일으킨 것이다. 비록 목 하나 차이의 근소한 승리였지만 이 같은 경주내용을 감안하면 다음에는 좀 더 성숙한 경주력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