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경희대학교 교수들은 교육부에 ‘특별 경영감사 요청’, ‘개방이사 승인 취소 요청’, ‘이사 행정처분 요청’, ‘감사 행정처분 요청’ 등을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캠퍼스 본관 및 평화의 전당. 사진출처=경희대 홈페이지
특히 경희대학교 내부에서는 과도한 재정 적자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문건은 “대학당국이 지난 2013년 5월, 갑자기 예산대비 ‘35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며 학기 중에 예산삭감 조치에 나섰다”며 “그 와중에서 그동안 억눌려왔던 갖가지 구조적 문제점들이 노정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교수의회는 물론 총동문회까지 나서서 총장에게 대학의 정상적 운영을 촉구하는 성명서와 질의서를 발표하였지만 지금까지도 총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을 뿐 어떤 인정도, 사과도 시정조치도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조인원 총장의 무능과 거짓을 거듭 확인하고 이제 더 이상 기대와 기다림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지적했다.
교수들이 제기한 특별경영감사 요청은 총 9건에 달한다. 첫째는 재정 운영 문제에 관한 감사다. 문건은 “조인원 총장이 취임할 당시 경희대학은 재정적으로 매우 안정되고 적립금 규모도 최상위권 대학 가운데 하나였다. 그런데 조인원 총장 취임 이후 7년 동안 단 한 동의 건물도 건설한 일이 없는데 갑자기 대규모 적자 대학이 되고 말았다”며 “적법한 절차와 합리적 판단에 따라 목적기금 등 적립금을 적절하게 관리했는지 확인해주길 바란다”고 적시돼 있다.
둘째는 가장 논란을 빚고 있는 ‘스페이스 21’에 대한 감사 청원이다. 스페이스 21은 경희대학교에서 2008년부터 진행한 캠퍼스 종합개발 계획으로, 현재 일각에서 “공사가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며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문건은 “두 차례에 걸쳐 성대한 기공식을 거행했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사 진척은 전무한 상태다. 지금까지 진행된 공사 관련 진척 사실을 확인해주시기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스페이스 21’ 사업은 공사 설계비 의혹까지 따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문건은 “공사 설계비로 ‘100억여 원’이 지출되었다는 소문이 있다. 과연 100억여 원의 설계비가 지출되었는지, 그 비용이 적절한 것인지, 그에 따른 배임여부가 없는지 확인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히고 있다.
이밖에도 제기되는 문제는 총장의 업무상 배임, 대학 당국의 탈법적인 예산 전용, 편법적인 교수 임용 등이다. 문건은 “학교법인 경희학원 결산감사를 분석해 본 결과 ‘강동경희대병원 암센터 계약 관련 사항’, ‘국제캠퍼스 공학관 식당 공사’, ‘재정사업본부 업무추진비의 무분별한 사용’ 등은 배임 및 불법적인 업무 집행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총장은 설립자의 차남이라는 특수한 위상과 법인 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지위를 이용하여 캠퍼스 종합개발 계획에 관한 법인의 정상적인 감사를 회피하도록 하는 등 대학 운영과정에서 전횡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한 관계자는 “경희대학교의 문제점은 지난해 5월 350억 원 재정적자 논란이 일어났을 때부터 제기됐다”며 “교수들이 직접 나서서 총장에게 여러 문의를 하고 심지어 신뢰를 잃은 총장을 물러나라고 거듭 요청하기까지 했지만 총장은 현재까지도 묵묵부답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교육부는 경희대학교 내부에서 제기된 감사 요청을 토대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미 한 차례 경희대학교에 재정 문제나 스페이스 21과 관련한 질의를 해서 답변서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내용이 부실해 다시 여러 증빙자료와 설명 등을 추가해서 다시 답변하도록 요청했다”며 “다음 주에는 답변이 올 것 같다. 문제점이 확인된다면 감사가 진행될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