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영국은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억압적 권력으로부터 일찍 자유로워졌고 자유주의도 빨리 발전했으며, 자유주의 발전의 전형적 모델을 제시했다고 알려졌다. 이런 생각은 과연 타당한 것일까. 이 책은 18세기 이후 영국 자유주의의 발전 과정에 대한 검토를 통해 영국사 속의 민주주의의 허와 실을 밝혔다.
저자는 자유주의는 복수의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어떤 자유주의는 왕에 대한 귀족의 재산권 보호를 요구한다. 어떤 자유주의는 독점상인에 대한 일반 상인의 권리를 요구한다. 어떤 자유주의는 성인남자의 보통선거권을 요구한다. 어떤 자유주의는 국가간섭에 대한 거부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가난한 사람을 정부가 보조해 주는 것이 자유를 실현시키는 것인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가난한 사람을 보조해 주는 행위는 일종의 간섭 행위로 자유를 해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견해와 정부가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자유를 실현시키는 것이라는 견해가 지금까지도 팽팽히 맞선다.
영국에는 의회가 일찍부터 출현했다. 이는 ‘영국은 의회 민주주의가 일찍부터 발달한 나라’라는 인식을 낳았다. ‘의회’와 ‘민주주의’가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대초기 영국 의회와 지금의 의회와는 다르다. 당시의 의회는 귀족들이 왕권을 제약하기 위해 만든 기구였고 귀족들이 장악한 기구였다.
영국 의회 중 상원은 아예 귀족들로만 구성되었으며, 하원은 비록 평민들의 대표로 구성되기는 하였지만 실제로는 귀족들이 통제하고 그들의 이익이 반영된 기구였다. 그러니 영국은 의회는 있었지만 일찍부터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영국의 제도나 문화를 우월한 것으로 간주하는 선입견에서 벗어날 때, 영국이란 나라에 대해 보다 많은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김명환 지음. 혜안. 368쪽. 2만 8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