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지방선거 관련, 야권에 비해 참신한 인물 등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월에 열린 새누리당 의원 총회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여권의 전략 쪽에 조언을 하는 한 정치권 인사는 오는 64 지방선거를 바라보는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는 광역단체장 후보군만이라도 극적 등장을 통해 유권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길 바랐다고 한다. 하지만 올 초부터 후보 ‘스포일러(영화, 소설, 애니메이션 등의 줄거리나 내용을 예비 관객이나 독자, 네티즌에게 미리 밝히는 행위)’가 난무했고, 이미 식상해졌기에 여론조사 지지율이 이 모양이라고 푸념을 늘어놨다. 이 인사의 말을 더 들어보자.
“17, 18대 국회 ‘남원정’도 그때 남원정이지 지금은 그리 참신하지 못하다. 호남 출신으로 최장수 총리라는 좋은 스토리를 가졌던 김황식 전 총리도 너무 오래 주무르지 않았나. 야권은 아직도 베일에 가려져 있는 인물이 많고, 통합신당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인물도 있다. 이런 사람이 막판에 새 정치에 설득당해 입당하겠다고 하면 또 나름의 극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남원정은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소장파 모임인 ‘새정치 수요모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전현 의원을 줄여 부르는 말이다. 남정 의원은 경기지사에, 원 전 의원은 제주지사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여권 일각에선 “짜고 치는 고스톱은 흥행할 수 없다”며 몇몇 아쉬운 대목도 이야기했다. 가장 먼저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과 이학재 의원 이야기였다. 여권 관계자의 얘기다.
“유 전 장관 (인천시장) 차출론이 나왔고, 곧 출마 선언이 있었다. 인천에서도 친박근혜계 핵심 간의 피 터지는 (경선) 경쟁이 일종의 흥행 요소가 될 것이란 분위기였다. 그런데 불과 이틀 만에 이 의원이 유 전 장관 지지를 선언하며 얼싸안았다. 누가 봐도 배후를 의심할 만한, 너무 빠른 교통정리 아니었는가. 친박 간의 치열함이 사라졌다.”
원내대책 회의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에서는 재선의 조원진 의원, 재선 출신의 친박계 주성영 전 의원이 시장 출마를 선언한 상태였는데, 서상기 의원(국회 정보위원장)이 가세했다. 이를 두고 그 지역 정치권에서는 조주 후보가 서 의원 지지선언이라도 한다면 야권 후보인 김부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지지율이 더 오를 것이라 우려한다고 전해졌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 상황이나 환경도 여당에게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도 새누리당으로선 걱정거리다. 일단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은 쉽게 꺼지지 않는 사안이다. 여당에 우호적인 보수 언론에서조차 이 사건을 중대하게 다루고 있다. 한풀 꺾이나 했던 국정원 개혁이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파문도 다시 거론되는 분위기다.
또한 보수층 표심을 자극할 수 있었던 이산가족 이벤트도 서서히 잊혀 ‘상봉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기에 야권은 기초노령연금 문제를 다시 꺼내 들며 투표소 결집력이 무서운 노년층의 표심 분열을 꾀하는 모양새다. 한 정치평론가의 말을 들어보자.
“지방선거는 대통령선거와는 성격이 다르다. 대선에선 거대담론, 일종의 핫이슈를 가지고 큰 선거를 치르는 것이다. 공략 타깃이 학생, 주부, 청년, 장년, 노년층, 남녀, 이렇게 굵직굵직하다. 하지만 지방선거는 동네 현안을 샅샅이 까는 선거가 아닌가.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 후퇴론을 야권이 들고 나오면서 새정치를 앞세운 그럴 듯한 골목 공약을 제시하면 아무래도 선거가 쉽지 않다. ‘바람의 선거’는 이제 박풍(朴風)이 아닌 야풍(野風), 신풍(新風새정치 바람)으로 불 수 있다.”
“결국 또 이번 지방선거는 여당의 힘이 아니라 청와대에 기대는 꼴이 연출되고 있다.”
정부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발표를 두고 한 당직자는 이런 해석을 내놨다. 인물과 정책의 힘으로는 지방선거 승리요인을 발굴하지 못하는 여당을 두고 청와대가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서민생활침해사범 단속에 나선 수사기관이 지방선거 전만이라도 좀 느슨하게 해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발 ‘지방선거 어렵다’ 우려가 역정보가 아니냐는 경계론도 나온다.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은 언론에 ‘우리 후보가 질 수도 있다’는 분위기를 흘렸다. 안철수 당시 무소속 후보의 양보 후 단일화 효과가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효과’ 이상이라는 이야기를 공사석 가리지 않고 흘렸던 적이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층이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우호적인 것 같다는 이야기도 사실은 새누리당발이었다. 결국 이런 이야기가 회자하면서 5060세대가 결집하는 효과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에서는 거의 몰표에 가까운 박근혜 지지율을 보였다.
시나리오가 없다는 내부 평가가 나오는 새누리당과 신당 창당 이후 컨벤션 효과를 노리는 야권의 한판승부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