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TV의 인기 먹방 BJ들인 ‘더디바’ ‘범프리카’ ‘왕쥬’(왼쪽부터). ‘더디바’는 미국 CNN 방송을 타기도 했다. 사진들은 방송 화면 캡처.
아프리카TV는 BJ (Broadcasting Jockey방송 자키)를 통해 시청자들과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개인방송 플랫폼이다. 1000만 회원을 자랑하는 아프리카TV는 BJ만도 20만 명을 훌쩍 뛰어넘어 다양한 종류의 방송이 이뤄지고 있다. 그중 ‘먹방’은 단연 인기다. 먹방을 내걸고 방송하는 이들만도 3000여 명에 달하는데 저마다 콘셉트가 뚜렷하다.
모두가 먹방을 표방하고 있지만 BJ들의 성향에 따라 크게 ‘빨리 먹기’ ‘많이 먹기’ ‘맛있게 먹기’로 방송 방향이 나뉜다. 빨리 먹기를 지향하는 BJ들은 자장면 5그릇을 8분 만에 해치우며, 많이 먹기를 자신하는 BJ들은 왕만두 30개를 그 자리에서 해치운다. 누구보다 음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말하는 BJ들은 씹는 소리, 표정, 멘트 등 그들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잠깐 먹방으로 유명한 BJ들의 콘셉트를 살펴보자. ‘BJ더디바’로 이름을 알린 박서연 씨는 ‘천천히 맛있게 꼭꼭 씹어 먹기’를 철학으로 내세우며 아프리카TV 먹방을 장악하고 있다. 박 씨가 먹는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앉은 자리에서 꽃등심 2.5㎏(33만 원 상당)과 김치찌개, 밥을 해치우며 치킨은 4마리가 기본이다. 계란후라이 30개는 애피타이저에 불과하며 중국음식 배달을 시키면 짬뽕, 자장면, 요리 2개가 세트다. 성인 남성 5인분을 거뜬히 먹어치우는 박 씨는 매일 저녁식사를 2~3시간씩 시청자들과 대화하며 한다. 양식, 한식, 일식, 중식, 분식, 퓨전까지 가리는 음식이 없는 박 씨는 컴퓨터 앞에서 직접 요리를 하면서 먹는 경우가 많아 더욱 식욕을 자극한다. 그런 박 씨를 보기 위해 하루 1만여 명이 방송을 찾는데 누적 시청자 수만 약 6500만 명에 달한다.
특히 박 씨는 매일 수천 칼로리를 섭취함에도 불구하고 키 170㎝, 몸무게 53㎏의 완벽한 몸매를 자랑해 여성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채팅창의 대부분의 글들이 박 씨의 몸매비결을 묻거나 다이어트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글일 정도다. 게다가 예쁜 미모까지 더해져 팬을 자처하는 남성들도 적지 않다. 또한 지난 2월에는 미국의 뉴스전문 채널 CNN에서 박 씨를 소개했으며 국내 지상파 3사에도 출연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BJ범프리카 김동범 씨의 인기도 박 씨 못지않다.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로 방송을 진행하는 김 씨는 전체 BJ 순위에서도 항상 톱10 안에 자리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는 먹방의 원조를 자처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그의 특기는 맛있게 많이 먹기. 시청자들이 제안하는 미션에도 거리낌 없이 응하는 ‘소통형 BJ’로 불린다. 다만 그의 인기만큼 몸무게도 불어 방송 초반 미남형으로 불리던 외모가 사라져 여성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부친 장례식장에서 먹방을 진행한 BJ(왼쪽)와 벽에 간장을 뿌리고 퍼먹는 행위를 한 BJ 등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내숭 제로’를 내세우는 BJ왕쥬 권지현 씨도 아프리카TV 먹방에선 유명인사다. 여성임에도 음식을 입 안 가득 넣어 게걸스럽게 먹거나 마이크에 대고 트림을 하는 등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줘 인기를 끌고 있다. 이밖에도 군대 콘셉트로 음식을 먹는 BJ, 게스트를 초청하는 BJ, 야외를 고집하는 BJ 등 다양한 형태로 먹방이 이뤄지고 있다.
콘셉트는 다양하나 대체로 일반인보다 먹는 양이 월등히 많은 먹방 BJ들의 식비는 얼마나 될까. 앞서의 박서연 씨의 경우 한 달 식비가 무려 300만 원에서 최대 700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김 씨 역시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이 식비를 걱정하는 일은 없다.
두 사람이 한 번 방송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평균 30만~40만 원에 이른다. 김 씨는 일주일에 1000만 원을 벌어본 적도 있을 정도다. 이들의 수입은 시청자들이 보내주는 ‘별풍선(박스기사 참조)’인데 먹방 BJ 중 일부는 연간 억대의 소득을 올린다고 한다. 여기에 음식은 기본이요 방송에 비춰지는 모든 물품, 의류까지 협찬 요청이 쏟아지니 어지간한 직장인보다는 풍요로운 생활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BJ들의 방송이 지나치게 엽기적이거나 가학적으로 변질됐다는 점이다. 한 BJ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벽에 음식을 던지거나 심지어 음식을 온몸에 끼얹는 행위도 불사한다. 지나치게 매운 음식을 억지로 먹다 토하거나 기절할 지경에 이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BJ들끼리 대결을 신청해 경쟁을 하다 온갖 욕설이 난무하는 저질방송으로 전락하거나 재미를 추구하다 화재까지 발생할 정도다.
이처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이 자주 일어남에도 먹방 신드롬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매일 먹방을 찾는다는 김 아무개 씨(29)는 “처음엔 엄청난 음식을 먹는 것을 보고 거부감이 들었는데 이내 호기심으로 변하더라. 나중엔 진짜 저 음식들을 다 먹나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계속 시청하다 어느 순간 중독이 됐다”며 “BJ들이 맛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면 혼자 식사를 해도 외롭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먹방 애청자 박 아무개 씨(여33)도 “다이어트를 할 땐 BJ들이 먹는 걸 보고 대리만족을 느낀다. 평소에도 늘 혼자 밥을 먹어 입맛이 없을 때 봐도 식욕이 생겨 좋다. 현실에선 혼자이지만 인터넷만 켜면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으니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