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당시 엄청난 화제를 모은 <누가 백만장자…>의 남성출연자 릭 록웰과 최종 승자 다바 콩거. 이 프로그램은 숱한 논란 속 딱 한번만 방송되고 막을 내렸다.
<더배철러>의 컨셉트는 간단하다. 한 명의 미혼남, 즉 ‘배철러’(bachelor)와 25명의 미혼녀가 출연한다. 매 회마다 장미를 받지 못한 여성은 탈락하고 마지막에 최종 승자로서 한 여성이 남는다. 남자는 그녀에게 청혼할 수도 있고, 그냥 연인 관계로 남을 수도 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 가장 먼저 문제 제기를 한 사람은 ‘시즌 13’의 도전자 중 한 명이었던 메건 패리스였다. 2009년 <LA타임스>에 실린 리얼리티 쇼에 대한 기사에서, 그녀는 <더 배철러>가 편집을 통해 픽션에 가까운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누군가가 어떤 이야기를 할 때 다른 출연자의 반응 숏을 붙이게 되는데, 그 방식이 모두 조작이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떤 출연자는 다른 출연자들의 불쾌한 반응을 얻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실제로 그런 반응을 하지 않았지만 교묘한 편집을 통해 마치 ‘왕따’를 당하고 있는 듯한 효과마저 만들어낸다는 게 메건의 주장이었다. 이건 사전 대본에 의한 것이며 “<더 배철러>라는 리얼리티 쇼에 진정한 리얼리티는 없다”고 그녀는 이야기했다.
그런데 2010년 어느 토크쇼에 출연한 <더 배철러>의 제작자 마이크 플라이스는 도전자들에게 일정 정도의 캐릭터를 부여하며, 매 시즌마다 여성 참여자들 중 악당 캐릭터를 만들어낸다는 걸 인정했다. 좀 더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위해선 리얼리티를 희생해야 한다는 걸 자인한 셈이다. 게다가 2012년엔 무시하지 못할 사건이 일어났다. 미처 마이크를 끄지 않은 상태에서, 참가자 중 한 명인 커트니 로버트슨과 프로듀서 사이의 사적인 대화가 스튜디오에서 흘러나왔는데, 마침 취재 중이던 기자들 귀에 들어갔다. 대화 내용은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프로듀서는 참가자에게, 진심이 아니더라도 카메라 앞에서 어떤 감정을 드러내야 한다고 지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2003년에 <더 배철러>에서 갈라져 나온 <더 배철러렛>은 비극적인 상황을 겪기도 했다. <더 배철러>와는 반대로 미혼녀(bachelorette)가 25명의 남성 중 자신의 결혼 상대자를 찾는 리얼리티 쇼다. <더 배철러렛> ‘시즌 5’의 여성 참가자는 질리언 해리스. 2009년 1월 <더 배철러> ‘시즌 13’에 출연해 1회에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던 그녀는, 같은 해 5월 <더 배철러렛>로 돌아왔던 것. 캐나다 출신인 그녀는 최종 선택자인 에드 스위더스키와 약혼까지 했지만 결국 2010년 7월에 파혼하게 되는데, 4개월 후 슬픈 소식을 듣는다. 남자 후보 중 한 명으로 3라운드까지 갔던 34세의 레스토랑 경영자인 줄리언 허그가 2010년 11월에 자살한 것. 캘리포니아의 피뇬 파인스 지역 고속도로 부근에서 발견된 그의 시신 옆엔 부모에게 보내는 유서가 있었는데,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함께 극심한 우울증을 도저히 견디지 못해 세상과 이별하는 방법을 택했다는 말이 있었다. 이에 <더 배철러렛>의 여성 참가자였던 질리언 해리스는 트위터에 “잃어버린 친구를 위해 기도한다”며 허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혹시 <더 배철러렛>에서 겪었던 경험이 죽음에 영향을 준 건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지만, 그건 증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더 배철러렛> 시즌 5의 여성 참가자였던 질리언 해리스는 자살한 남성 출연자의 죽음을 애도했다.
후폭풍은 거셌다. 제일 먼저, 릭 록웰이 진짜 수백만 달러의 재산가인지 문제 제기가 있었다. 폭스TV에선 그가 75만 달러의 현금과 200만 달러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집은 너무나 평범했고, 정원 한 구석엔 고장 나 버려진 화장실이 있는 황폐한 광경이었다. 두 번째, 그의 전력 시비가 붙었다. 방송에선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화술을 익히기 위해 1990년에 잠깐 코미디 무대에 섰다고 했지만, 그는 TV쇼 출연 2년 전인 1998년에도 코미디언으로 활동했고, 과거 싸구려 코믹 액션인 <토마토 공격대> 시리즈에도 출연한 바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의 과거 동거녀인 데비 고인이 1991년에 폭력과 스토킹 혐의로 그를 고소한 사실도 밝혀졌다.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모든 방송 관련 저널리스트들은 비난을 퍼부었고, 결국 <누가 백만장자와 결혼하길 원하는가>는 한 번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한편 바베이도스의 허니문에서 돌아오자마자 다바 콩거는 인터뷰를 통해 “내 마음은 그와 결혼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여행 기간에도 각방을 썼으며 무대 위에서 록웰에게 강제로 키스당했던 것이 얼마나 치욕적이었는지 이야기했다. 즉시 결혼 무효 소송을 냈고 반지도 팔아버렸으며 쇼에서 받은 물품은 모두 옥션 사이트에 올렸다. 이후 셀러브리티가 된 그녀는 <플레이보이>에 누드 사진을 찍기도 했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