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한국인들은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한국을 잘 안다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 그럴까? 한국에서 출간된 미시사, 일상사, 생활문화사의 대부분은 유럽사다.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 수준은 낮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에드워드 홀(1914~2009)은 “문화는 드러내는 것보다 감추는 것이 훨씬 더 많으며, 더구나 묘한 것은 그 문화에 속한 사람들이 감춰진 바를 가장 모른다는 점이다. 나는 여러 해 동안 문화를 연구하면서 정말로 중요한 일은 외국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의 대표 논객 강준만 교수가 지은 <우리도 몰랐던 우리 문화>는 화장실의 역사, 행운의 편지의 역사, 두발 논란의 역사, 자기계발서의 역사, 보부상과 행상의 역사, 크리스마스의 역사, 데이 마케팅의 역사, 배달문화의 역사, 립스틱의 역사 등 한국의 일상사를 다뤘다.
이 중 배달의 역사를 살펴보자. 배달문화는 외국인들이 놀라워하는 한국 문화 중 하나다. 2011년 5월 미국 CNN이 운영하는 아시아 정보사이트 ‘CNN Go’는 ‘서울이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도시인 50가지 이유’에서 배달 서비스를 세 번째 이유로 꼽았다.
그럼 우리나라에서는 왜 배달문화가 발달했을까. 한국전쟁 이후 대중화된 짜장면은 한국의 음식 배달문화를 낳은 기수로 꼽힌다. 짜장면으로 시작된 배달문화를 본격적으로 발전시킨 것은 ‘빨리빨리 문화’다. ‘빨리빨리 문화’에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보편적인 욕구가 맞물리면서 우리나라 특유의 배달문화가 발달했다고 보고 있다.
이 책은 그동안 ‘거대담론’에 밀려 역사 연구의 주제로 거의 다뤄지지 않은 일상사들, 즉 우리도 몰랐던 우리문화의 이모저모를 파고들었다. 강준만 외 지음. 인물과 사상사. 320쪽. 1만 4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