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오늘날 ‘투명성’은 중요한 화두다. 정치에서는 물론이고 경제에서도 투명성이 강조된다. 사람들은 투명성이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많은 정보의 자유, 더 높은 효율성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인터넷, SNS 등의 발달로 정보가 모두에게 동등하게 공개되고 무제한적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서 투명한 사회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게 됐다는 믿음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저자 한병철은 투명사회는 신뢰사회가 아니라 통제사회라고 주장한다. 투명사회는 우리를 민주주의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만인의 만인에 대한 감시 상태, ‘디지털 파놉티콘(1791년 영국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죄수를 효과적으로 감시할 목적으로 고안한 원형 감옥을 말한다)’으로 몰아넣는다. 이 새로운 통제사회에서 우리들은 너무나도 자발적으로, 심지어 그것을 ‘자유’라고 오해한 채 자신의 모든 것을 전시하고 공개해버린다.
‘감시와 통제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적 요소에 속한다. 디지털 파놉티콘의 독특한 점은 빅브라더와 수감자 사이의 구별이 점점 더 불분명해진다는 데 있다. 여기서는 모두가 모두를 관찰하고 감시한다. 국가의 첩보 기관만 우리를 엿보는 것이 아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기업도 마치 첩보 기관처럼 작동한다. 이들 기업은 우리의 삶을 훤히 비추어 거기서 캐낸 정보로 수익을 올린다. 회사는 직원들을 염탐한다. 은행은 잠재적인 대출 고객들을 들여다본다(212~213쪽).’
<투명사회>는 인간을 비밀이 없는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투명성’의 전체주의적 본질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담고 있다. 이 책은 2012년 독일에서 먼저 출간되었는데, ‘투명성’을 절대적인 가치로 간주해오던 독일 사회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문학과사상사. 235쪽. 1만 2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