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내린 장병우 판사는 누구

광주지역 대표적 ‘향판’ 알려져

[일요신문]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노역장 5억 일당 결정을 내린 장본인은 2심 때의 장병우 판사였다.

그는 지역의 대표적인 향판(지역법관제도 서울 외 지역 법원에서 퇴임 때까지 근무한 법관)이다. 1954년 전남 화순에서 태어났다. 민주당 장병완 의원의 동생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이후 사법연수원 14기 출신으로 1985년부터 법조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장 판사는 임관한 해인 1985년 광주지방법원 판사로 부임한 뒤 지금까지 광주 일대를 떠나지 않았다. 현재는 지역 최고 판관인 광주지방법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광주지법, 고등법원에 있으면서 민사, 형사, 행정 사건을 두루 담당했다. 지역 변호사들에게 그의 평판을 들어보려 했으나 “섣불리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장 판사는 지난해 5월, 뇌물을 수수한 서기동 구례군수가 군민들이 신청한 주민소환투표를 방해했을 당시 항소심에서 판결을 맡아 군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외에도 자의적으로 보조금을 나눈 나주시장에게 1심 무죄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를 내리는 등 정치인들에 대한 판결에 냉정했다. 

형사 사건에서도 ‘서릿발 판결’이 있었다. 2009년 보복살해 사건을 다룬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의 ‘동정표’로 피고인이 4년을 선고받자 원심을 깨고 징역 7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국민참여재판의 1심 양형이 상급심에서 늘어나기는 처음이었다.

치밀한 법리 검토로 합리적 판결을 내려온 그가 유독 허 전 회장 사건에서만 ‘튀는 판결’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일단 ‘판결봉 두드리는 판사마음(자율권)’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양형은 어디까지나 판사의 주된 영역이기 때문에 마땅히 그것을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 다만 장 법원장이 지역의 대표적 ‘향판’이었고, 허 전 회장 집안 또한 부친이 판사 출신인 법조가문인데다 호남의 유명한 기업인이자 지역유지였다는 점에서 두 사람이 일정정도 ‘친분’이 있을 수 있다는 추론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또한 허 전 회장의 변호인들 역시 판사가 향판 출신이기에 부담을 느꼈으리라는 추정도 나온다. 허 전 회장은 1심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변호인을 선임했다가 재판 하루 전 변호인을 바꿨다. 광주지법원장을 지낸 전도영, 박행용 변호사가 허 전 회장의 변론을 맡았다. 

전 변호사는 2000년~2002년, 박 변호사는 2004년~2006년에 각각 광주지방법원장을 지냈다. 특히 박 변호사는 ‘도가니’ 사건으로 알려진 인화학교 사건의 변호를 맡아 승소, 전관예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두 변호사가 법원장을 지낼 당시 장 법원장은 광주지법 부장판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장 법원장은 지난 2월 13일 취임식을 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법 감정과 상식에 맞는 재판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서윤심 인턴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