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경 씨가 <일요신문>에 건넨 가족사진.
[일요신문] 나훈아와 정수경 씨는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법적인 부부였다. 정 씨는 1993년 하와이로 떠난 뒤 계속 미국에서 살았으며 그 과정에서 미국 국적을 취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2010년 미국 법원은 정 씨가 제기한 나훈아와의 이혼 소송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미국에선 법적인 부부가 아닌 남남이 된 것이다. 이어 정 씨는 2011년 8월 나훈아를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렇게 시작된 이혼 소송은 결국 대법원까지 갔고 2013년 9월 정 씨가 패소하면서 이들은 법적인 부부 관계를 유지하게 됐다.
- 미국에서의 이혼이 이뤄진 과정이 궁금합니다.
▲ 2010년 후반에 미국에서 이혼이 이뤄졌어요. 2006년 연말 남편이 떠난 뒤 생활비와 아이들 학비 등을 전혀 받지 못했어요. 남편의 경제적인 지원이 끊긴 상황에서 있는 것이라곤 달랑 집뿐이었어요. 경제적으로 많이 힘겨운 시기였어요. 갓 대학을 졸업한 아들이 우리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으니까요. 미국에선 이혼을 해 싱글맘이 되면 학자금, 세금, 보험 등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아들과 상의해 결국 이혼을 결심하게 됐죠. 미국에선 일정 기간 이상 남편과 연락이 안 되는 등 ‘유기’가 이뤄지면 쉽게 이혼이 돼요. 그래서 미국에서 이혼 소송을 시작한 뒤 6개월여 만에 이혼이 이뤄진 거죠. 그 덕분에 딸 대학 등록금은 혜택을 많이 받았어요.
- 결국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미국에서 이혼하셨다는 거네요.
▲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미국에선 법적으로 남편이 있으면 실제로는 싱글맘일지라도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해요. 너무 궁핍해지다 보니까 이혼까지 생각하게 됐어요.
- 한국에서 이혼 소송을 제기한 까닭은.
▲ 그 사람이 먼저 이혼 촉탁서를 보내왔어요. 2007년부터 연락이 끊긴 채로 지내다 2011년에 어렵게 연락이 됐어요. 그제야 애들 학비로 20만 달러를 보냈더라고요. 그때 돈과 함께 남편 측에서 이혼 촉탁서를 함께 보냈어요.
- 이혼 촉탁서라는 게 뭐죠?
▲ 미국 기준으로 볼 때 저는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미국인이에요. 이미 미국에선 이혼을 했고 한국에서도 이혼을 하려면 남편 쪽에서 제 미국 거주지 영사관에 이혼 서류를 보내야 돼요. 내가 영사관을 찾아가 영사 앞에서 관련 이혼 서류에 서명을 하면 이혼이 성립되는 거죠. 당시 남편은 그렇게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이혼을 끝내려고 한 것 같아요. 그렇게 이혼 촉탁서를 받고 사인을 하려다 거부하고 한국에서 정식으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어요.
한국에서의 이혼 소송에서 나훈아와 정 씨 측은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펼치며 맞섰다. 나훈아 측에선 정상적으로 생활비를 지급해 왔다고 주장하며 이혼할 생각이 없다고 주장해 온 데 반해 정 씨 측에선 생활비 등을 거의 받지 못한 데다 연락도 끊기는 등 수년 동안 유기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대법원은 나훈아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정 씨의 변호사는 “미국에선 부부 생활에서 유기를 중요하게 봐 이런 사유로 이혼이 손쉽게 성립된다”며 “반면 한국에선 혼인파탄의 귀책사유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이혼이 성립되는 터라 이혼이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인터뷰에서 정 씨는 나훈아의 주장과 달리 먼저 이혼을 요구한 것이 나훈아이며 아이의 학비로 받은 20만 달러를 받았을 뿐 생활비 등 경제적인 지원도 거의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수경 씨가 <일요신문>에 건넨 사진.
-자녀 학비로 보낸 20만 달러가 사실상 위자료였네요.
▲ 그런 거였던 것 같아요. 남편이 이혼 서류를 먼저 보내와서 이혼 소송을 시작하게 된 거죠. 만약에 이혼서류를 안 보냈으면 내가 한국에서 이혼 소송을 제기할 일은 없었을 거예요.
- 이혼 촉탁서를 받았을 때 심정이 어땠나요.
▲ 너무 화가 났죠. 그동안 살면서 남편이 이런 저런 거짓말을 하긴 했지만 어떻게 이혼 서류까지 보낼 수 있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남편이 설명한 말도 황당해요. ‘법적으로 무슨 문제가 생기면 너한테 첫 번째로 가니까 이혼서류를 보낸다. 널 지키기 위해 이혼한다더군요. 정말 너무 화가 났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이혼 소송을 시작한 거죠. 아마 그 사람도 많이 놀랬을 거예요. 함께 사는 동안 남편이 시키는 대로 다 했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어기지 않았거든요. 어느 정도였냐면, ‘유리컵이 돌컵인 줄 알아’라고 남편이 그러면 ‘알았어’ 하고 그 이 말을 따랐어요. 남편은 당시 내가 이혼 소송을 할 거라고는 아마 상상도 못했을 거예요.
- 원래 순종적인 편이셨군요.
▲ 네. 거의 반은 순종적이었죠. 나머지 반은 완전 체념한 상태였고. 뭐 그런 관계였죠. 남편 입장에선 말 잘 듣는 부인이었을 테지요.
- 결국 나훈아는 학비 20만 달러만 주고 이혼하려 한 거네요.
▲ 그렇죠. 남편이 먼저 이혼을 하고 싶었던 거죠. 내가 판단하기로는 그래요. 재산을 주기 싫으니 이혼촉탁서를 보내 협의 이혼으로 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 평소에는 위자료나 재산에 대해 얘기한 적 없었나요? 나훈아는 김지미와 이혼 당시 여자가 혼자 살려면 돈이 필요하다며 위자료로 전 재산을 내준 일화로 유명하잖아요.
▲ 잘 살 때야 위자료 얘길 할 필요는 없었죠. 다만 유산 얘기는 했어요. 자기 재산을 모두 내게 주겠다고, 이미 유언장에 다 그렇게 해놨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얘기하곤 했죠.
- 이혼 소송 과정에서 남편과 대화를 시도해 봤나요.
▲ 대화를 하고 싶어도 연락이 안됐어요. 어쩌다 전화 통화라도 되면 뭘 물어봐도 ‘나도 몰라’라고만 답해요. 황당하죠. ‘아들 결혼식 올거냐’ 물으면 ‘나도 몰라’, ‘지금 어디에 있어?’, ‘나도 몰라’. 그 사람 항상 하는 말 ‘18번’이에요. ‘나도 몰라.’
현재 나훈아 측은 정 씨에게 미국 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귀국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에 정 씨가 귀국해서 나훈아를 만났을 당시 나훈아는 이런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다시 정상적인 부부로 살아갈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정 씨 역시 이혼하지 않을 거라면 정상적인 부부처럼 같이 살자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정 씨는 이런 나훈아의 재결합 얘기는 하나의 구실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도저히 자신이 할 수 없는 사안을 그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나훈아의 부인 정수경 씨가 <일요신문>과 만나 둘의 결혼생활에 대해 털어놨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최근 만남에서 나훈아는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하라고 얘기했습니다. 또한 본인이 살아 있는 동안 책임지겠다고도 했죠. 그럼 정수경 씨가 귀국해서 재결합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 7년 만에 어렵게 남편을 찾아가 만났어요. 그렇지만 단 20분 정도 만난 게 전부였죠. 그때 남편이 그런 말을 한 것은 사실이에요. 다만 미국 일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귀국하라는 것인데 그게 불가능해요. 미국에서의 이혼을 취소하고 다시 부부 관계를 회복하려면 본인이 직접 미국으로 가서 일을 처리해야 하거든요. 그건 안하겠다고 버티면서 나보고 미국에 돌아가서 그 일을 혼자 정리하라는데 그건 말이 안 되죠. 말로는 본인이 다 책임질 테니 미국 생활을 다 정리하고 한국으로 들어오라면서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잖아요. 결국 우리하고 다시 같이 살 생각이 없다는 얘기예요.
- 미국에선 이미 이혼을 했고 한국에서도 이혼 소송을 진행했어요. 그러는 과정에서 계속 연락은 끊겨 있었는데 두 자제분의 심경도 궁금해요.
▲ 아들은 연락이 끊긴, 그래서 자기 결혼식에도 오지 않은 남편한테 화가 많이 나 있어요. 딸은 그래도 아빠가 보고 싶은가봐요. 나한테는 내색하지 않지만 오빠한테는 아빠에게 연락 오면 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네요. 그 얘길 듣고 또 얼마나 슬프고 미안했는지 몰라요. 이번에 한국에 와서 7년 만에 남편을 만났어요. 그리고 딸하고 통화하는데 딸이 ‘만났어? 어땠어? 우리 얘기 물어봐?’라고 묻는데 뜨끔했어요. 정말 남편이 애들 얘긴 단 한마디도 안했거든요. 그래서 짧게 만나느라 정신없어서 아빠가 너희 얘긴 못 물어보셨다고 얘기해주는데 정말 가슴 아팠어요.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지요.
▲ 곧 보스턴으로 돌아가요. 이젠 아이들하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려해요. 하와이에선 이웃들이 우리가 나훈아의 가족이라는 사실을 대부분 알았지만 보스턴에선 잘 몰라요. 그냥 싱글맘으로 알려져 있을 뿐이죠. 그렇게 미국에서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곰곰이 생각해 보려고요.
- 마지막으로 남편 나훈아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저는 그래요. 사람이 살다가 싫어질 수도 있고 좋은 사람 생길 수도 있어요. 정상적으로 이혼하면 되잖아요. 그리고 최소한 애들하고는 연락을 해야죠. 애들도 이제 다 커서 성인이고, 굳이 나를 안 거쳐도 애들한테 연락하면 만날 수 있잖아요. 다 할 수 있는데 지금 상황이 너무 유치해요. 그러니까 정정당당하게 나와서 대화했으면 좋겠어요. 싫으면 이혼하고 좋으면 다시 살고, 명확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