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십승지’는 전쟁이나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열 군데의 땅을 말한다. 그만큼 문명의 때가 덜 묻은 최적의 힐링 장소들이다. 하지만 저자는 십승지마을을 여행하면서 자연경관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십승지 중 한 곳인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는 이순신이 은둔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승전을 확인한 장군은 전사로 발표하고 실제로는 야음을 틈타 은둔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것인데, 이는 전사 사실을 장남 회와 조카 분, 그리고 몸종 김이, 이렇게 세 사람만이 알고 있었다는 점과 장군의 장례식 과정에서 생긴 많은 의문점이 드러난 데서 비롯된 설이다.
정설에 의한 장례를 보면, 11월 19일 사망했다는 이순신 장군의 시신은 20일이 지난 12월 10일 고향 아산으로 옮겨졌고, 국가가 장례비를 지원했음에도 그로부터 80일이나 지난 다음에 치러졌다 (81~83페이지).’
이처럼 이 책에는 정사와 야사, 구전, 그리고 실제 십승지마을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사례가 공존한다. 선각자들의 지식을 바탕으로 저자가 직접 현장을 찾아가 향토사학자와 마을 원로들에게 자문을 구하며 스토리를 완성했다.
1장은 십승지 중 1번지라 할 수 있는 영주 풍기를 탐방한다. 2장에서는 한국의 무릉도원이라 불리는 봉화 춘양을 살펴보고, 3장에서는 몸을 숨기기에 좋은 보은 속리산을 살펴본다.
4장에서는 불치병도 낫게 하는 남원 운봉으로 흥부와 놀부의 실존인물이 살았다는 마을을 소개해 흥미를 더한다. 5장은 인재가 많이 배출되는 예천 금당실을 살펴보고, 6장에서는 천하제일의 땅이라 불리는 공주 유구․마곡을 탐방한다. 7장에서는 영월 연하리․미사리․노루목을 살펴본다.
8장에서는 명성황후의 척신도 탐내던 무주 무풍을, 9장에서는 허균이 꿈꾸던 이상사회의 터전인 부안 변산을 탐방한다. 특히 허균, 유형원, 박지원 등 선조들의 삶과 사상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 더해져 흥미롭다. 마지막으로 10장에서는 합천 가야를 살펴본다.
휴양지이자 역사적 이야기가 깃든 이 지역들을 탐방하면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것을 느낄 것이다. 남민 지음. 소울메이트. 정가 1만 6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