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관급목재 등을 빼돌린 신 대목장과 광화문 복원 공사 중 공사비를 횡령한 J 건설 대표 김 아무개 씨(75), 김 씨로부터 정기적으로 금품을 받은 문화재청 공무원 2명 등 문화재 비리 관련자 24명을 모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신 대목장은 지난 2008년 문화재청이 광화문 복원용으로 공급한 금강송 36주 가운데 4주를 자신이 운영하는 강원 강릉시 W 목재에 보관하고 숭례문 복구용으로 제공된 국민기증목 338본 중 154본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 대목장은 문화재청에 “기둥 등으로 쓸 금강송을 시중에서 구하기 어렵다”고 보고해 금강송을 받아낸 뒤 이 중 4주를 빼돌렸다. 빼돌린 금강송 대신 자신이 갖고 있던 일반 소나무를 대신 사용했지만, 감리업체 등에는 금강송을 모두 사용했다고 허위 보고했다.
경찰 조사에서 신 대목장은 금강송 횡령은 인정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기증목을 빼돌린 것에 대해서는 “지시하거나 보고받지 못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반면 신 대목장의 한 제자는 “기증목 사용 지시를 받았다”고 경찰에 상반된 진술을 한 바 있다.
신 대목장이 횡령한 목재의 감정가는 약 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도 신 씨는 경복궁 복원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J 건설에 2500만 원을 건네고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증을 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J 건설 대표 김 씨는 신 대목장이 운영하는 업체 등 총 8개 문화재수리업체에 자격증을 빌려주고 6억 7000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신 씨에게서 부풀린 공사비 1억 원을 되돌려 받는 등 5개 하도급 업체 대표들과 공모해 공사비 5억 원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이번 수사에서는 문화재청 공무원들의 광범위한 비리 실태가 드러나기도 했다. J 건설은 광화문과 경복궁 복원공사를 담당한 문화재청 공무원 6명에게 매월 50만 원에서 100만 원을 상납하고, 명절 때는 200만 원 상당의 선물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문화재청 공무원 박 아무개 씨(42)와 최 아무개 씨(46)를 뇌물수수 혐의로 입건하고 나머지 4명에 대해서는 기관 통보했다.
광화문과 경복궁 복원공사를 담당한 문화재청 공무원 6명은 J건설로부터 매월 50만~100만원이나 명절 때 200만원 상당의 선물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중 1,700만원을 챙긴 박모(42ㆍ6급)씨와 1,100만원을 받은 최모(46ㆍ5급)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입건하고 4명에 대해서는 기관 통보했다. 문화재위원 5명도 회의비와 명절선물 명목으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J 건설로부터 총 2730만원을 받았지만 직무 관련성이 적어 입건하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신 대목장에 대해 사법기관 최종 판결 결과에 따라 중요무형문화재 해제 등 필요한 법적ㆍ행정적 조치를 취하고, 금품수수 공무원들에게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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