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아직도 이런 걱정을 하는 커플들이 있을 것이다. 이른바 ‘몰카 공포’가 한반도를 뒤흔들고 있다. 이런 흐름에 편승해서 최근 등장한 것이 몰래 카메라를 잡아낼 수 있는 자판기다. 최근 수도권 외곽에 포진해 있는 러브호텔을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몰카 탐지 자판기’는 말 그대로 몰래 카메라를 찾아낼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이 자판기를 이용하면 탐지를 시작하는 ‘내장형’, 휴대용 몰카 탐지기를 뽑아서 쓸 수 있는 ‘일회용’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떻게 몰카 자판기까지 나오게 됐나”라며 씁쓸해하고 있다.
그동안 서울과 수도권 주변의 일부 모텔에서 손님 유치 작전의 한 방편으로 몰카 탐지기를 나눠주고 있다는 제보는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몰카를 잡을 수 있는 자판기까지 등장했다는 제보를 접한 것은 지난 주였다.
취재진은 몰카 탐지 자판기가 나타났다는 인천의 한 모텔 밀집지역을 찾았다. 그러나 업주들은 한결같이 ‘모르쇠’로 일관했다. ‘몰카’라는 말에 아예 처음부터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내며 손사래를 치는 업주들도 적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몰카 탐지 자판기를 사용하는 한 업소를 어렵게 찾을 수 있었다. 자판기의 외형은 언뜻 봐서는 기존의 성인용품 자판기와 별반 다른 점이 없다. 그러나 이 자판기 내부에는 고성능 몰카 탐지기가 장착돼 있다고 한다. 요컨대 손님들이 성인용품을 구입하기 위해 자판기 버튼을 누르면 몰카 탐지기가 작동된다는 것이다. 주변에 몰카가 있을 경우 경고음이 울리거나 램프가 깜빡이게 된다.
자판기 한 대당 가격은 3백만원을 호가한다. 요즘 같은 불경기를 감안할 때 적지 않은 액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판기를 도입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몰카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손님들이 뚝 끊겼다는 것이다.
이 모텔의 업주 김아무개씨(56)는 “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의 몰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오르내리면서 단골손님마저 발길을 돌렸다”며 “할 수 없이 대출을 받아 몰카 탐지 자판기 몇 대를 들였다”고 말했다. 손님들의 반응은 예상외로 폭발적이었다. 김씨는 “어떻게 알았는지 입소문을 듣고 손님들이 찾아온다”며 “특히 여성 손님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최근 모텔 등에 설치되고 있는 몰카탐지자판기의 한 모델. | ||
이에 반해 객실형은 방안에 마련돼 있기 때문에 주변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정밀도도 복도형에 비해 뛰어난 편이다. 때문에 요즘은 복도형보다는 객실형 자판기가 잘나간다는 게 서 대표의 설명이다. 일부 업소의 경우 서비스 차원에서 자판기를 도입하기도 한다. 그는 “동전으로 작동되도록 한 뒤 프런트에서 동전을 나눠주는 곳이 있다”며 “이 경우 음료수 몇 병 서비스하는 것보다 훨씬 반응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몰카 탐지 자판기는 시내보다는 시외의 러브호텔에서 더 선호하는 편이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자판기 종류만 3∼4개가 있다”고 밝혔다.
이마저도 성이 차지 않는 사람들은 휴대형 몰카 탐지기를 직접 뽑아 사용할 수 있다. 탐지기 한 대당 가격은 2만원. 모텔 이용료와 맞먹는 액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는 게 제작업체측의 설명이다.
실제 보안 전문 회사인 S사는 요즘 몰카 탐지기를 팔아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이 회사 이아무개 부장에 따르면 보안 관련 사업의 경우 사회 분위기에 따라 매출이 널뛰듯 달라진다는 것. 굵직굵직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매출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청주 몰카 파문’이나 ‘국정원 도청사건’ 등의 악재가 오히려 이 회사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그는 “최근 몇 개월 사이에만 매출이 3∼4배 정도는 는 것 같다”며 “대기업의 간부들도 상담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그러나 몰카 탐지기만을 100%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그는 “보안 기술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훔쳐보려는 사람들의 수법도 점차 교묘해지고 있다”며 “몰카 탐지기를 사용하기에 앞서 항상 주변을 살펴보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 프리랜서 zeus@newsbank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