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윤창렬 대표. | ||
최근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굿모닝시티의 내부 문건 ‘정리 담보권 및 채권구성원 명단(10월2일 작성)’에 따르면 신안그룹 계열사인 전일저축은행과 그린C&F는 각각 2백20억원과 1백50억원 등 총 3백70억원을 굿모닝시티에 대출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굿모닝시티 사건이 처음 터졌을 때인 지난 7월 금융감독원의 발표를 보면 신안그룹 계열사들이 굿모닝시티에 대출해준 액수는 3백15억원이었다. 따라서 55억원이 늘어난 셈이다.
문제는 왜 신안그룹의 굿모닝시티에 대한 대출액수가 실제보다 축소되었느냐 하는 부분. 또 차액 55억원은 어디로 사라졌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굿모닝시티측은 이 사건이 불거질 당시 신안그룹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은 3백15억원이며, 이 돈은 지난해 서울 을지로6가의 굿모닝시티 쇼핑몰 부지를 매입하는 데 일부 쓰고, 나머지는 (주)한양의 인수자금으로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실제 대출금이 이보다 55억원이나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이 돈의 행방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만약 사라진 55억원이 로비자금이나 다른 용도로 사용됐다면 굿모닝시티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이 한양 인수대금 제공 대가로 윤창렬 굿모닝시티 대표로부터 28억원을 받았다는 혐의가 있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박 회장 본인과 주변 관계자들의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당초 신안그룹은 총 3백70억원을 굿모닝시티에 대출해준 뒤, 이중 일부를 박 회장이 다시 개인 차원에서 굿모닝시티로부터 받은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굿모닝시티’ 사건이 터진 직후인 지난 6월 말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굿모닝시티의 금융권 여신현황’ 자료에는 신안그룹의 경우 계열사인 전일상호저축은행이 빌려준 1백65억원을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와 함께 대한화재 2백억원, 동양생명 66억3천만원, 동양종금증권 66억원 등 금융기관 네 곳이 모두 4백97억원의 대출을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됐다.
그런데 이 거래내역에서 눈길을 끈 부분은 박순석 회장의 차남이 대표이사로 있는 신안상호저축은행의 경우 72억원을 굿모닝시티에 빌려줬으나, 윤 대표가 검찰에 체포되기 바로 직전에 이 돈을 전액 회수한 점이었다.
타 금융기관의 경우 대출금을 전혀 회수하지 못한 반면 신안상호저축만 사건 직전에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굿모닝시티의 ‘몸통’은 박순석 회장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이 같은 의혹은 사건이 터진 지난 7월 이후 신안그룹과 연관성이 있는 사채 금융업체인 그린C&F라는 회사에서도 78억원을 대출해준 사실이 드러나는 등 그동안 숨겨졌던 신안그룹과 굿모닝시티의 거래가 속속 드러나면서 증폭됐다.
신안그룹 계열사들이 굿모닝시티에 빌려준 대출금은 제도권 금융기관인 전일저축은행에서 1백65억, 신안저축은행 72억원, 비제도권 금융사인 그린 C&F에서 78억원 등 모두 3백15억원에 이른 것.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 신안그룹 정재하 총괄사장은 “알려진 것과는 달리 굿모닝시티로부터 단 한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안그룹이 굿모닝시티로부터 72억원을 회수했다는 금감원의 발표도 완전 부인했다.
그는 “신안저축은행이 72억원, 그린C&F가 78억원 등 모두 1백50억원을 굿모닝시티에 대출해줬는데, 나중에 대출한도 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알고 굿모닝시티측에 대출금을 상환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굿모닝시티는 자금사정이 악화돼 갚을 수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신안그룹측은 신안저축에서 빌려준 72억원을 계열사인 그린C&F가 대체 상환하는 형태로 변경, 현재 그린C&F가 1백50억원의 굿모닝시티 채권을 모두 떠안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정 사장의 주장은 <일요신문>이 입수한 굿모닝시티 내부문건 내용과도 일치한다. 문건에 따르면 그린C&F는 굿모닝시티로부터 1백50억원을 돌려 받지 못한 것으로 기록돼 있는 것.
그러나 문제는 굿모닝시티가 전일저축으로부터 빌린 총액은 2백20억원인 것으로 문건에 나타나 있는 부분이다. 이는 금감원이 국회에 제출했던 자료에 나타난 ‘전일저축은행 대출금 1백65억원’과는 무려 55억원이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55억원의 거금에 대한 행방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전일저축은행이 굿모닝시티에 대출하는 과정에서 고위층끼리 모종의 ‘뒷거래’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다시 말해 굿모닝시티가 전일저축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면서 장부상에는 1백65억원으로 기록해놓고, 실제로는 2백20억원을 빌렸을 것이란 추측인 것. 그리고 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55억원은 윤창렬 대표가 비자금으로 조성했거나, 이 돈 중 일부를 박순석 회장에게 주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검찰은 윤 대표가 이 돈의 일부를 비자금으로 조성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한 결과 일부 단서를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2부도 지난 9일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박 회장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계좌 추적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박 회장이 지난해 말부터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전일저축은행과 신안저축은행 등을 동원해 동일인 여신한도를 초과하면서 굿모닝시티에 한양 인수자금을 빌려줬다”며 “박 회장이 대출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윤씨로부터 28억원을 받은 경위를 캐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박 회장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정밀 내사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연관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사라진 55억원의 행방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경우 윤창렬 대표의 로비리스트가 새로 만들어질지 모른다는 얘기도 검찰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