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감별사는 어떻게 10달러짜리 와인과 100달러짜리 와인을 구별할 수 있을까? 저자 메리 로치에 따르면, 사람의 혀는 단맛, 쓴맛, 짠맛, 신맛, 감칠맛 등 다섯 가지 맛을 구분하지만 코는 수백만 가지 냄새를 감지한다.
먹는 행위에서 감각이 동원되는 부분 중 80~90%는 후각의 몫이다. 만에 하나 와인감별사의 혀가 잘려나간다고 해도 여전히 이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을 거라고. 따지고 보면 대장금은 ‘절대미각’이 아닌 ‘절대후각’인 셈이다.
<꿀꺽, 한 입의 과학>은 음식물이 입을 통해 식도를 타고 들어가 항문으로 나오는 과정까지 하나의 여행으로서 풀어간다. 섭취와 분해, 흡수와 배설에 대한 도발적이고 속 시원한 견문록이다. 이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꺼내놓는다.
내장과 간, 힘줄, 피, 벌레를 먹는 것은 잘못일까? 보기 흉한 내장과 간은 고단백 영양식이자 훌륭한 채소 대용품이라고 한다. 대강 씹어 삼키면 정말 소화가 안 될까? 어떤 음식도 대충 씹어 삼키면 뒷일은 소장에서 다 처리한다. 사람의 소화관은 애초에 음식에서 짜낼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짜내도록 생겨 먹어서 유난 부릴 필요가 없다고 한다.
감기와 독감환자가 사용한 물컵을 공유하면 옮을까? 독감에 걸리려면 바이러스가 직접 몸에 닿아야 한다. 즉 바이러스가 묻은 손으로 눈을 비비거나 코를 파서 바이러스가 호흡기로 들어가지 않는 한 독감에 걸리지 않는다. 감기 연구팀이 피실험자들의 코를 파는 손가락에 감기 바이러스 입자를 묻히고 관찰한 결과, 7명 중 2명이 감기에 걸렸다고 한다. 주변에 감기를 달고 사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코를 자주 후비는 습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소화기관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애완동물용 먹이 제조사의 실험실이나 네덜란드의 침 연구실, 내장과 간을 즐겨 먹는 북극의 에스키모 마을 등을 방문한다. 다소 충격적으로 들리는 대변(대장 박테리아) 이식 수술을 설명하는가 하면, 내시경으로 위장 속 음식의 운명까지 포착해서 그 과정을 생생히 묘사해 낸다.
<뉴욕타임스>는 “피부에 절절히 와 닿는 일상적인 소재들로 실체화한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했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첫 장을 펼치는 순간, 즐거운 위장관 과학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다. 쫄깃한 역사 기술과 생생한 장면 묘사를 통해 독자들을 자석처럼 끌어당긴다”고 평했다.
저자 로치는 복잡한 과학 이론을 일반 독자들이 납득하기 쉬운 언어로 풀어내는 데 선수다. 영양가도 많고 맛도 좋은 이 책은 억지로 꼭꼭 씹지 않아도 술술 넘어갈 것이다.
메리 로치 지음. 최가영 옮김. 을유문화사. 368쪽. 1만 5000원.
연규범 기자 ygb@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