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바 ‘선수’들이 직접 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한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사실과 관련없음. | ||
“그래요. 1인당 팁 8만원씩. 더 이상 안돼요. 서비스 제대로 해 드릴게요.”
“정말?”
끓어오르는 욕구를 해소하려는 남성과 여성 포주 사이에 오고가는 대화가 아니다. 주객이 전도됐다고 보면 된다. 믿기 어렵겠지만 호스트바(일명 ‘호빠’) 앞에서 여성들과 업소측이 벌이는 실랑이다.
룸살롱이 그러하듯 ‘호빠’도 ‘격’이 무너지고 있다.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일반 음식점이나 카페 간판을 내건 변종 ‘호빠’가 활개를 치고 있다.
최근에는 가라오케나 노래방으로 등록된 호스트바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세간의 화제다.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새벽 1∼2시까지는 가라오케로, 그 이후에는 ‘호빠’로 여성들을 맞고 있다.
대도시 유흥지대에서는 이러한 업소들의 플래카드와 홍보 전단지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노래방·유흥주점이라는 부담없는 타이틀과 저렴한 가격, 정통 호빠 출신 ‘선수’들을 전면에 내세워 주머니가 얄팍해진 ‘나가요 걸’과 주부, 여대생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지난 10월28일 오후10시 전남 광주의 한 번화가. 이곳에서는 행인들에게 홍보 전단지를 나눠주는 도우미들로 북적거렸다. 거리에는 행인들이 보고 버린 업소 전단지가 이리저리 휘날리고 있었다. 모두 ‘여성 전용 노래방’, ‘여성 가라오케’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전봇대나 상가 벽면에도 ‘젊은 늑대와 긴 밤을 불태우고 싶은 분’, ‘저렴한 가격으로 풀 서비스를 만끽하세요’라는 문구가 삽입된 전단지가 여성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도우미들은 20대 초반 남성들이었다. ‘영계’들이 홍보대사 노릇을 하고 있었던 셈. 보스나 아르마니 등 고급 정장을 입지는 않았지만 불가리 등 명품 액세서리로 무장한 그들은 누가 봐도 미남이었다.
도우미들은 지나가는 여성들을 연이어 낚아챘다. 인근 A유흥주점이 이들을 직접 거리로 나서게 한 것이었다. “술 드시고 노래만 하시다 돌아가셔도 좋아요. 들어오세요.” 살며시 팔짱을 끼며 온갖 ‘뻐꾸기’를 날리는 도우미들의 능수능란한 작업에 두 명의 여자가 못 이기는 척 업소로 입장했다. ‘선수’들은 그대로 지나치는 여성들도 손에 사탕을 쥐어주며 명함을 건넸다.
이들은 전문 호스트였다. 그곳은 여성 전용 노래방이 아닌 유흥 주점이자 호스트바였다. 업소 내부는 일반 룸살롱과 차이가 없었다. 업소 관계자는 “여성 전용 노래방이라고 간판을 내건 것은 ‘호스트바’에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고 있는 여성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자정이 넘어서자 ‘선수’들이 호객 행위를 마치고 업소로 복귀했다. 본격적으로 손님을 받기 위한 채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이 시간대가 되면 인근 식당이나 술집에서 1차를 즐긴 여자 손님들이 하나둘씩 입장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이혼녀, 주부들이 주고객이라고 한다.
기본 메뉴는 양주 1병에 과일 안주. 호스트 1인당 팁은 10만원선. 그러나 최근 7만∼8만원선까지 팁을 인하했다고 한다. 손님이 준 탓이었다. 술값은 4인 기준으로 30만∼40만원선. 2차는 25만∼30만원선이다. 4인 술값이 2백만∼3백만원에 육박하는 강남 호스트바에 비하면 저렴한 수준이다.
이처럼 요즘 호스트바들은 저렴한 가격과 더불어 호스트들의 ‘개인기’에 승부를 건다. 호스트의 얼굴로 승부하는 정통 고급 호스트바와 확실히 대비되는 점이다. 2차까지 줄기차게 ‘폭소탄’을 터트려 파트너의 진을 빼놓는 것이 요즘 호스트바의 특징이다. 호스트들의 노출 수위도 상식선을 넘는다. 홀딱쇼는 ‘워밍업’에 불과할 정도이고, 알몸쇼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이다.
이 같은 가라오케+유흥주점 스타일 말고도 다양한 변칙 호스트바가 성행하고 있다. 광주의 한 룸살롱은 업소를 1부와 2부로 나눠 이중 영업중이다. 오후 7시부터 새벽 3시까지는 아가씨들을 내세워 남자 손님을 받고 그 이후에는 호스트바로 전환, 여성 손님을 맞이한다. 일부 소주방이나 룸카페, 나이트클럽에서도 이 같은 호스트들을 영입하는 추세. 경찰 관계자는 “가라오케 등으로 등록, 호스트바 영업을 하는 곳이 1백여 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올 초에는 서울 장안동에 ‘호프트바(호프집+호스트바)’ 형태의 업소가 생겨나 세간의 시선이 집중된 바 있다. 이밖에 인천에서는 시간당 2만∼3만원이면 남자 도우미를 소개시켜주는 남자 보도 노래방이 알려졌다. 또한 일부 중·소 도시에서는 30∼40대 아주머니들을 위한 ‘아빠방’과 심야시간을 이용, 여성들이 사는 집만을 대상으로 커피를 배달하면서 ‘화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남성 티켓다방’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생겨난 변칙 호스트바들은 ‘경찰 단속이 가능한 규정은 청소년 출입과 불법 윤락밖에 없다’는 점을 최대한 이용하면서 룸살롱, 가라오케 등의 영업도 병행하고 있다. 한 마디로 ‘멀티바(multi-bar)’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