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00억 투입 예정인 ‘비금풍력발전사업’ 자금조달 의문, 주가부양 의혹도
- 인천도시철도 공사 담합 ‘부정당업자’ 등록 심사 회부 공공기관 입찰 제한
- 작년 순손실 규모 -589억원, 코스닥 상장업체 중 세 번째 ‘부실경영’ 도마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이 공격적인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사업 추진 과정에서 갖가지 잡음과 의혹이 불거지고 있어 건설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희건설은 전국 건설도급순위 30위인 중견전문건설업체다. 하지만 서희건설은 지난해 순손실 규모가 -589억원을 기록해 코스닥 상장업체 중 세 번째로 손실 규모가 컸다. 이런 실적에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감내해야 했고, 부실 경영 논란도 끊이질 않고 있다.
사진= 지난해 2월15일 이봉관 회장(오른쪽)과 박우량 신안군수가 비금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희건설 제공
이런 와중에 이 회장은 사업비만 1700억대에 달하는 대규모 풍력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희건설은 전남 신안군 비금도에 60MW 규모의 ‘비금풍력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신안군과 MOU를 체결한 서희건설은 풍력발전사업에 약 17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약 3만5000여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국내 3번째 규모의 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할 계회이다.
서희건설은 산업자원부의 발전사업허가 및 한전과 송전선로 이용계약을 완료하고 지난해 12월 ‘비금풍력발전사업’을 위한 특수목적 법인(SPC)인 (주)비금풍력발전을 설립한 상태다. 서희건설은 지자체의 개발행위허가를 득한 후 올 해 3분기 중에 착공에 들어가 2015년말 풍력발전 단지를 준공할 예정이다.
문제는 아직까지도 단지조성 부지 선정 및 자금조달 계획 등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 600억에 가까운 순손실을 입은 서희건설이 1700억대에 달하는 사업자금을 어떻게 조성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수목적 법인(SPC)은 특수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만들어지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로서 대출채권, 리스채권, 외상매출채권 등의 자산을 집합하여 이를 증권 형태로 매각하는 자산유동화에 있어서는 서류상 회사형태의 유동화전문회사를 말한다.
그동안 SPC는 부실회사 정리나 수익성 있는 부동산 개발에 활용되면서 긍정적인 순기능을 해 왔지만 금융사기에 자주 등장하면서 불신을 키우기도 했다.
사진=풍력발전단지. 한국관광공사 제공
지난 2011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부산저축은행 부실사태, 일산 고양터미널사업 불법대출 사건 등은 모두 대주주가 개인이나 차명 소유로 여러 개의 SPC를 만들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또한 SPC가 금융사기에 자주 사용되는 것은 설립이 쉽고 금융당국의 규제를 피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SPC는 상법상 자본금 5000만원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법인 설립자가 원할 때만 금융위원회에 등록하도록 돼 있어 사실상 금융당국이 일일이 간섭할 수 없는 사각지대인 셈이다. SPC가 대기업 오너 일가의 조세 피난처 및 비자금 조성 창구로 활용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서희건설은 이미 SPC를 설립해 실패한 선례가 있다. 지난 2007년 10월 서희건설은 다른 3개사와 함께 공동 출자해 특수목적법인(SPC) 미래산단개발을 설립한 뒤 전남도와 미래산단 조성사업 민간투자 이행협정을 체결했다.
이들 회사는 2008년 8월 나주시에 전남도의 미래산단 지정·고시를 위해 먼저 투자한 용역비 89억7천여만원 가운데 22억4천여만원 지원을 요청했지만 시는 15억6천만원 지급을 결정했다.
이후 금융조달 어려움과 경기침체로 사업 지속이 어렵게되자 양 측은 2010년 3월 협정을 해지하기로 하고 시는 SPC에 용역비 중 보조금을 제외한 74억1천여만 원과 별도의 타당성 검토 용역비 3000만 원을 주기로 이행각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나주시가 약정한 돈을 주지 않자 SPC는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이 사건을 맡고 있는 광주지법 민사합의14부는 최근 SPC 미래산단개발이 나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약정금 소송에서 “나주시는 원고에게 74억40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미래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을 둘러싼 전현직 단체장의 책임공방이 불거지는 등 적잖은 후폭풍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서희건설이 현재 ‘부정당업’자 등록 심사에 회부된 상태라는 사실도 이 회장의 공격 경영에 대한 의문을 부추기고 있다. 서희건설은 인천도시철도2호선 공사 담합에 가담한 혐의로 부정당업자 등록 심사에 회부된 상태다.
따라서 서희건설이 부정당업자로 등록될 경우 공공기관 입찰에 최대 2년간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이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비금풍력발전사업’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건설업계 주변에서는 이 회장이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1700억대 풍력사업 프로잭트를 가동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형국이다.
또한 공기업인 한국전력이 사기업인 서희건설과 전력 수급 문제를 사전에 조율했거나 협의했다면 ‘특혜’ 의혹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나 사정당국이 서희건설과 이 회장의 위험한 공격 경영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일요신문>은 지난 4월 2일 이 회장의 ‘공격경영’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에 대한 서면질의서를 보냈지만 답변이 없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