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지역법관 수는 300여 명이며 이 중 10년이 넘는 지역법관이 150여 명이다. 나머지 150여 명 중 70여 명은 지역법관 연차 5~6년 미만이다. 올해 300여 명 중 절반 정도가 임기가 끝나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순차적으로 임기에 맞춰 폐지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10년 경과자는 철회가 가능하고 나머지는 수도권 연고 초임법관이 서울, 수도권에 5년여 근무 후 경향교류를 하듯이 해당 지역법관에 대한 경향교류 등 제도개선을 하더라도 전체 인사시스템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향토법관’에 대해서도 “내외부의 의견수렴을 거쳐 다른 권역으로 순환근무를 하도록 금년 상반기 중 긍정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행정처의 이런 개혁안에 대해 그동안 관행적으로 유지돼 온 법원 인사의 큰 틀은 바꾸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경향교류제와 향판으로 운영되는 법원의 인사틀을 깨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 지금도 지역법관을 신청하지 않고 지역에 지원해 오랫동안 근무해온 판사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장병우 전 광주지법원장도 이런 케이스다. 법원행정처는 이러한 일명 ‘지역근무 희망 법관’의 경우는 계속 근무하게 하지 않고 일정기간 지나면 다른 권역으로 한번 전출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법조계의 한 인사는 “현재 지역법관제로 활동하고 있는 공식 ‘향판’ 외에 지역근무 희망 법관이 이미 지역에 완전히 뿌리를 내린 ‘향판’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 그들은 이미 나이도 들고 해서 몇 년 동안 다른 지방으로 돌린다고 해도 다시 자신들의 지역기반이 있는 곳으로 ‘귀향’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중간에 한번 단절이 있긴 하지만 향판과 지역 토호들 간의 유착을 완전히 끊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향판제를 아예 없을 경우 기존 향판들뿐만 아니라 대다수 수도권 근무를 원하는 법관들도 모두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향에 돌아가 봉사하고 싶다는 ‘순수한 향판’들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고, 수도권 근무를 원하는 법관들이 현실적으로 상당히 많은데 그나마 ‘향판제도’가 있어서 수도권 근무 희망자들의 인사적체를 해소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대등재판부, 평생법관제 등을 개혁 인사정책을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시 인사제도의 큰 틀을 깨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것도 ‘향판’ 문제점을 뿌리 뽑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