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0일 서울경마장에서 열린 10경주에서 무브먼트(8번 마)를 따라가는 선입작전을 펼친 금아챔프(7번 마)와 초원여제(10번 마)가 1, 2위를 차지했다. 한국마사회 동영상 캡처.
첫째는 직전에 부진했던 금아챔프의 우승이다. 금아챔프는 직전경주에서 박을운 기수가 타고 초반부터 무리하게 가속을 붙이며 선두권을 따라잡아 4코너에선 2위권까지 따라잡으며 강력한 대시를 했지만 뒤따라온 초원여제와 불꽃대왕에게 추격을 허용하고 5위로 밀렸다.
경주 중반 초보자들은 “금아챔프가 승부가 걸렸어!” “뒷심이 좋은 말이라 저 정도면 무조건 1착이야” 라면서 응원을 했지만 전문가들은 “저거 오버하는 거 아냐” “추입마를 저렇게 타도 되나”라며 우려했었다. 레인즈캣, 통제사 등 빠른 말들이 많은 경주에서 무리한 가속은 누가 봐도 작전실패였다.
금아챔프는 선입마도 선행마도 아니다. 초중반에 힘을 비축했다가 막판에 몰아치는 전형적인 추입마인데, 이미 힘을 다 써버린 탓에 자신보다 뒷심이 모자라는 말한테도 밀려버린 것이다.
직전경주가 작전실패라는 것은 이번 경주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날은 선행마가 없고 대부분이 추입마였기 때문에 금아챔프는 직전경주 흐름대로 뛴다면 선행까지 가능한 편성이었지만 문세영 기수는 차분하게 선입으로 따라갔고 결승선에서 뒷심을 발휘해 우승을 차지했다.
그렇다면 금아챔프의 직전 작전은 확실히 실수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실수라면 조교사가 내린 작전일까 아니면 기수의 단독플레이일까. 누구라도 상관이 없다. 필자는 실수라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당시 현장에서 지켜본 많은 전문가들도 ‘의도된 실수’라는 데 동의했다. 예시장에서 주로 출장을 거쳐 발주대 앞에까지 오는 과정과 경주 때 기수의 말몰이를 보면 그 정도는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초원여제의 2위 이변이다. 직전 경주에서 금아챔프와 동반 출전해 추입으로 3위를 하는 이변을 터트렸던 초원여제는 이번에도 팬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의 3위는 금아챔프의 오프페이스로 얻어낸 어부지리 성격이 강했고 2위마한테 5마신이나 뒤처진 결과였다.
그렇지만 필자는 선행마가 없는 편성이라는 것을 주목했다. 초원여제는 빠른 경주에서도 선행마를 바짝 따라갈 만한 순발력을 지녔고, 추입보다는 선입으로 뛸 때 더 좋은 성적을 내왔던 말이다. 이번처럼 선행마가 없는 편성이라면 선행을 수월하게 나설 수 있고, 설사 선행을 못가더라도 최소한 2위권은 편하게 따라갈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레이스가 느리게 전개된다면 스피드가 뛰어난 초원여제가 결승선에서 한발을 더 쓸 것이라 기대했다. 실전에서도 초원여제는 선행을 시도하다 이내 2위로 따라가는 선입으로 전개했고 직선주로에서도 끝까지 버텨내면서 2위를 지켜냈다. 경마는 객관적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전개도 큰 변수가 된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경주였다.
세 번째는 불꽃대왕의 입상실패다. 불꽃대왕은 1군 데뷔전이었던 직전경주에서 2위를 차지해 최고의 인기를 모았다. 1군 강자들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두 번째인 이번엔 더 뛰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것.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여러 가지면에서 직전 이상을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늘어난 거리다. 추입마라 늘어난 거리가 유리하다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분석했지만 타고난 거리 적성을 보면 장거리는 검증이 필요한 말이었다. 부마인 피코센트럴이 주로 활약했던 경주거리(1200~1600미터)가 길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은 직전보다 부담중량이 1kg 정도 더 늘어났다는 점이다. 단순한 1kg이 아니다. 상대마들의 부담중량은 줄거나 그대로였기 때문에 실제 격차는 그보다 컸다. 마지막으로 직전경주는 조경호 기수가 경제적인 말몰이로 사력을 다한 경주였다. 게이트는 외곽이었지만 후미에서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고, 견제도 막힘도 제어도 없이 자연스레 앞선과 서서히 거리를 좁힌 다음 결승선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서 ‘직전이 최선이었다’는 분석이 가능한 것이다.
혹자는 경주마는 살아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걸음이 변한다고 주장하지만 1군까지 올라온 말이 갑자기 걸음이 더 늘어날리는 만무하다. 간혹 그런 말이 있기는 하지만 거기에도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동안 불꽃대왕은 주로 늦발 후 외곽 무빙이나 추입을 했기 때문에 인코스로 경제적인 레이스를 하면 1군 데뷔전에서 보여준 정도의 경주력은 언제든지 발휘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분석일 것이다.
게다가 이번 경주의 기수는 그동안 불꽃대왕과 좋은 호흡을 보였던 조경호가 아닌 문정균이었다. 문 기수는 오랜 공백 후 복귀한 상황이라 예전같은 기승술을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경마는 결과를 보면 다 맞힐 수 있고 그럴듯한 입상 이유를 갖다붙일 수 있다. 그래서 결과론적인 분석은 절대 하지 말라고들 한다. 하지만 다음 출전 때 대입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냉정한 분석이야말로 베팅의 보증수표가 될 수 있다. ‘최선에 최선을 다한’ 경주마가 거리도 늘고, 부중도 높아진다면 부러뜨릴 이유는 충분한 것이다.
김시용 경마전문 프리랜서
다음경주 관심마 4연승 ‘스트릭틀리투스텝’ 모래 맞는 연습 이미 했다 일요신문 팬들한테만 살짝 공개한다면 이 말은 주행검사에서 일부러 따라가며 모래를 맞히는 연습을 했다. 당시엔 특별한 거부반응 없이 잘 따라갔고 투지도 그대로였다. 다음 경주 빠른 말들을 만난다고 하더라도 훈련 때 한두 번만 모래 맞는 연습을 시킨다면 무난히 극복해낼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번째는 서울 경주마 빅투다. 빅투는 그동안 부진했으나 직전에 깜짝 2위를 하더니 이번엔 1위를 하고 5군으로 승군했다. 직전에 외곽 ‘뺑뺑이’를 당하고도 1:16.1초의 호기록을 냈는데, 이번엔 선입권에서 자리를 잘 잡고 따라가자 1:14.7로 더 나은 기록을 냈다. 당일 경주로가 함수율 2%로 최악의 건조상태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기록은 액면 이상의 가치가 내제된 기록이다. 빅투는 이제 5군이기 때문에 지금의 컨디션과 경주력만 잘 유지한다면 다음 출전 때도 입상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세 번째는 ‘영산Ⅱ’다. 두 번 뛰었고 두 번 모두 상대들을 압도하면서 대차로 우승했다. 스타트는 그리 빠른 편이 아니지만 육중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워와 주폭으로 앞선을 넘어서고 그 스피드 그대로 직선까지 밀어붙이는 가공할 능력을 보이고 있다. 이미 말레이시아에서 2전2승을 거뒀고, 당시 1200미터 기록이 1:11.0, 1:11.1초였다. 이 정도의 스피드는 아무나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장거리로 진출하면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중거리까지는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메니피의 자마들 중 걸출한 말들은 메니피가 그랬듯이 1800미터까지는 잘 적응했기 때문이다. [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