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배지현 아나운서, 김민아 아나운서.
시작은 배지현 아나운서였다. 배 아나운서는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SBS스포츠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인 <베이스볼 S>의 메인 진행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지난 2월 말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이미 MBC스포츠플러스에서 활동했던 정우영 캐스터와 이순철 해설위원을 영입하며 올 시즌 야심찬 출발을 기대했던 SBS스포츠는 배 아나운서의 사표로 ‘멘붕’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SBS스포츠 관계자에 따르면 배 아나운서의 사표 이후 후임으로 내부의 신임 아나운서를 <베이스볼 S>의 MC로 발탁하려 했다는 얘기를 전했다. 그러나 이번엔 MBC스포츠플러스의 김민아 아나운서의 사표 제출 소식을 듣고 후임 아나운서 발탁을 잠정 연기했다는 것.
김민아 아나운서는 지난 3월 8일 결혼식을 올렸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직후인 3월 18일, 6년간 몸담았던 MBC스포츠플러스에 사표를 제출했다. 김 아나운서는 결혼하기 전까지만 해도 각 구단의 일본 스프링캠프 취재를 맡아 열의를 보였고, MBC스포츠플러스 측도 김 아나운서가 야구 하이라이트프로그램인 <베이스볼 투나잇> 진행을 맡는 걸 당연시했기 때문에 김 아나운서의 사표는 한마디로 ‘깜짝쇼’나 마찬가지였다.
MBC스포츠플러스의 한 관계자는 “김민아 아나운서의 사표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우리로선 ‘황당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을 정도였다. 김 아나운서를 중심으로 프로그램 세팅이 완성됐었고, 스태프들, 해설위원들까지 구축이 됐었는데 사표를 내는 바람에 모든 걸 다 수정해야 했다”는 말로 당시의 힘든 상황을 설명했다.
‘당분간 휴식 및 재충전의 시간을 갖겠다’던 김 아나운서는 불과 일주일 만에 다른 곳도 아닌 SBS스포츠로의 이적을 발표한다. MBC스포츠플러스 측이 김 아나운서에게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지사. 더욱이 김 아나운서는 <베이스볼 투나잇>의 경쟁 프로그램인 <베이스볼 S>의 메인 MC로까지 낙점됐다.
MBC스포츠플러스 관계자는 “김 아나운서도 고민이 많았겠지만, SBS스포츠로 옮겨간 부분은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사표를 냈을 때는 김 아나운서의 입장을 이해하려 했지만, 사표 수리가 되자마자 곧장 SBS스포츠로 소속을 옮긴 부분은 회사 선후배들에게 상상 이상의 배신감을 안겨주었다”는 말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SBS스포츠에 의하면 김 아나운서는 야구 이외에 골프와 피겨스케이팅 중계에도 참여하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즉 다양한 종목을 접할 수 있는 스포츠 채널을 찾았고, 그 기회를 SBS스포츠를 통해 잡게 되었다는 것.
MBC스포츠플러스로 이적한 배지현 아나(위)와 SBS스포츠 기자간담회에서의 김민아 아나(오른쪽에서 두 번째)
지난 3월 26일,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진행된 SBS스포츠의 기자간담회에서 김 아나운서는 “아줌마를 선택해준 SBS스포츠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며 “이 일을 한 지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올 시즌 야구 하이라이트를 해야 하나 자괴감이 들어 포기했는데 SBS스포츠가 먼저 손을 내밀어 줬다”는 말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인륜지대사인 결혼을 MBC스포츠플러스 소속으로 치르고, 신혼여행을 다녀오자마자 바로 사표 제출 후 ‘적군’에 합류한 부분은 오해의 소지가 클 수밖에 없었다.
김민아 아나운서에게 ‘당한’ MBC스포츠플러스 측은 이번에 배지현 아나운서를 전격 영입함으로써 어느 정도 ‘복수’를 하게 된다. 이미 SBS스포츠를 떠나 휴식을 취하고 있던 배 아나운서에게 MBC스포츠플러스 측에서 러브콜을 보냈고, 배 아나운서로서는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는 <베이스볼 투나잇>을 맡게 됨으로써 자연스레 MBC스포츠플러스의 간판 아나운서로 등극하게 되었다. MBC스포츠플러스에선 배 아나운서의 영입에 대해 ‘행운’이라고까지 생각하는 분위기다. 김민아 아나운서보다는 방송 경력이 짧지만, 배 아나운서만의 지적인 이미지와 해박한 야구 지식이 방송을 통해 잘 드러날 것이라고 기대를 모으는 중이다.
배 아나운서는 지난달 30일 잠실에서 열린 ‘LG-두산’ 경기 중계방송 직전 화면에 등장해 “야구팬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번에 MBC스포츠플러스와 함께할 배지현입니다”라는 인사로 MBC스포츠플러스로의 이적을 직접 전한 바 있다. <베이스볼 투나잇>은 지난해까지 주말을 맡았던 김선신 아나운서가 평일로, 배지현 아나운서가 주말에 투입되면서 당분간 투톱 체제로 진행된다.
경쟁이 치열한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의 시청률 1위는 MBC스포츠플러스의 <베이스볼 투나잇>이었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김민아 아나운서가 메인 MC였기 때문에 맞트레이드로 비쳐지는 배지현 아나운서와의 자리바꿈이 시청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한 PD는 “여자 아나운서에 의해 시청률이 좌지우지된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방송 구성이나 해설진, 내용 등이 맛있게 버무려졌을 때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 잡을 수 있다”는 말로 ‘여자 아나운서=시청률’의 등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프리랜서 선언 후 XTM의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인 ‘베이스볼 워너비’를 평일과 주말로 나눠 진행하는 최희, 공서영 아나운서와 최희의 공백을 훌륭히 메우고 있는 KBS N스포츠의 윤태진, 정인영 아나운서도 ‘야구 여신’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