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쌀이 수도권 지역에서 속칭 ‘카드깡’의 대상이 되면서 유통과정이 왜곡돼 저가미로 전락하고 있다.
카드깡 업자들이 급전이 필요한 고객들의 카드로 전남쌀을 대량으로 구입한 후 이를 다시 헐값에 소매점이나 소비자에게 되팔고 있어 브랜드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도권 소매상인과 소비자들 사이엔 전남쌀을 제값 주고 사면 바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지역 유통업체들에 따르면 최근 서울·경기지역에서 상당량의 전남쌀이 정상가격(20kg 1포대 4만2천~4만3천원)보다 7~8% 가량 낮은 3만8천5백~3만9천5백원에 소비자에게 유통되고 있다. 보통 4만원대 이하면 저품질의 쌀에 해당된다.
전남지역 38개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서울·경기 등 수도권지역의 대형 할인점과 백화점을 비롯한 도·소매 거래처에 전달되는 것이 통상적인 전남쌀의 유통경로다.
현재 미곡처리장의 출고가격은 대략 3만9천5백~4만5백원선. 할인점이나 백화점 등 소매상에서는 마진을 붙여 4만2천~4만3천원에 소비자에게 내다판다. 하지만 최근 전자제품·자동차에 이어 쌀이 카드깡의 수단으로 등장하면서 카드깡 업자들이 이들 소매상에서 대량으로 전남쌀을 구입, 이를 다시 10%가량(4천2백~4천3백원) 할인된 가격에 민간 소매상이나 소비자에게 넘기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민간소매상들은 출고가격보다도 무려 2천~3천원이 낮은 3만7천8백~3만8 천7백원에 전남쌀을 구입하게돼 소비자에게는 4만원이 채 안되는 가격에 공급한다는 계산이다.
이렇게 가격이 떨어지다보니 서울로 올라갔던 전남쌀은 대량 소비를 하는 광주·전남식자재납품업자들에게까지 역으로 공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사정은 서울·경기지역 소비자들이 ‘전남쌀〓저가미’이라는 인식을 갖게 할 수밖에 없어, 전남쌀의 고품질과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수도권에서 벌이는 대대적인 판촉활동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수도권 지역의 대형 할인점이나 일부 백화점, 심지어 농협 하나로마트에서까지 전남쌀이 깡쌀이 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일부 할인점 등은 미곡처리장에 주문을 해 직접 카드깡 업자들이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면서 “할인점 특정 직원과 카드깡 업자의 결탁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수도권에서는 질이 좋은 경기미와 전남쌀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나 전남쌀이 경기미보다 저렴해 카드깡 업자들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 유통업체들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카드로 대량 구입하는 것을 경계해야 하고, 미곡종합처리장에서 유통경로를 미리 파악해 카드깡 업자에 대한 납품을 제한해야 한다”면서 “수도권에서의 쌀의 흐름을 감시하는 종합적인 체계가 있지 않고서는 전남쌀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광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