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무시무시한 테이블세터진이 발야구로 엄청난 파괴력을 선보이고 있다. 1~2번은 기본, 여기에 9번과 3번 타자까지 가세해 사실상 KIA의 테이블세터 진은 4명이나 되며 모두 빠른 발과 빼어난 주루 센스를 겸비했다. 그렇지만 이런 KIA의 발야구는 앞으로도 계속되는 빈볼 시비를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날 경기에서 KIA는 모두 4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3회 신종길이 2루 도루에 성공한 데 이어 김주찬은 4회와 5회, 이대형도 4회에 도루를 성공시켰다.
빈볼 시비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김주찬의 5회 도루다. 당시 스코어는 13대 4로 KIA가 크게 앞서도 있었다. 그럼에도 선두타자로 나와 안타를 친 김주찬은 도루를 시도해 성공했다.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면 도루 등을 자제하는 것이 프로야구 선수들 사이의 불문율이고 김주찬이 이를 어기면서 넥센의 빈볼 응징이 이뤄졌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물론 손승락이 고의가 아니라는 손짓을 한 만큼 빈볼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긴 하다.
TV 중계 화면 캡쳐
그렇지만 계속된 KIA의 발야구는 거듭 상대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 오히려 이날 경기의 결정적 장면은 5대 4로 KIA가 리드한 4회 무사 1,3루 상황에서 이뤄진 이대형과 김주찬의 더블스틸이다. 이로 인해 KIA는 손쉽게 한 점을 얻었고 무사 2루로 기회를 이어갔다.
9번 김선빈부터 이대형 김주찬 신종길로 이어지는 KIA의 테이블세터 진은 올 시즌 들어 무시무시한 발야구를 선보이고 있다. 한점 차 아슬아슬한 상황에서의 더블스틸은 분명 빈볼 등으로 응징할 상황은 아니다. 페어한 플레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상대 내야진의 혼을 빼놓는 플레이임을 감안하면 결코 기분 좋은 상황은 아니다. 이런 불편한 감정이 쌓이다 5회 큰 점수차에서의 도루까지 이뤄지자 결국 빈볼 시비로 연결됐다고 보는 야구관계자들도 많다.
게다가 KIA의 발야구는 상대팀의 실책을 유발하는 경우도 많다. 이로 인해 KIA 테이블세터 진은 ‘실책유발자들’로 불리기도 한다. KIA 테이블세터 진은 경기당 1개가량 상대팀의 실책을 유발하고 있는데 특히 이대형의 활약이 돋보인다.
지난 1일 NC전에서의 KIA는 1대 0 승리를 거뒀다. 0대 0으로 팽팽하게 이어지던 경기 상황은 8회 말 평범한 2루수 앞 땅볼 상황에서 NC 2루수 박민우가 송구 실책을 범한 데 이어 1,3루 상황에서 손민한까지 투수 앞 땅볼을 더듬는 실책을 범했다. 이 두 개의 실책으로 이대형은 1루에 진루했으며 결국 결승 득점까지 만들어냈다.
5일 두산 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3대 2로 아슬아슬하게 KIA가 앞선 7회 상황이다. 이대형이 출루해서 이뤄진 무사 1루 상황에서 두산은 연이어 2개의 실책을 했다. 타구는 분명 병살타 코스였지만 1루 주자 이대형과 타자 김주찬의 빠른 발을 생각한 두산 내야진이 실책을 저지른 것.
다음 타자는 신종길은 희생번트를 시도했지만 그 역시 빠른 발의 소유자다. 이는 또 한 번 두산의 실책을 유발하는 계기가 됐고 결국 무사 1루 상황은 두 개의 실책으로 무사 만루가 됐다. 결국 KIA는 7회에만 5득점하며 승기를 잡았다.
약체로 평가됐던 KIA 입장에서 빠른 발은 분명한 무기다. 이로 인해 시즌 초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그렇지만 거듭된 도루와 실책 유발은 상대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으며 8일 경기의 김주찬 도루와 같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플레이가 나오면 빈볼 시비로 연결되기 쉽다. 결국 승리유발자이자 실책유발자인 KIA의 테이블세터진이 자칫 빈볼유발자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올 시즌 KIA의 발야구는 무섭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