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1- 속옷상태 남녀와 구겨진 화장지들 정황상 정 통했다 인정할 수 있어]
남편 강형민씨(가명)와의 잦은 불화 끝에 1995년 12월 가출하여 혼자 살고 있는 아내 박순희씨(가명)는 이혼남 김종민씨(가명)와 95년 10월 초순경 처음 만났다. 이후 두 사람은 다음해 4월까지 평균 월 3~4회씩 만나 교제해오다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급기야 서로 상대방을 재혼대상으로 고려하게 됐고, 4월 초 김씨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박씨를 인사시키기까지 했다.
사건이 일어난 날은 4월19일. 김씨와 박씨는 전남 나주시 XX동 소재의 한 여관 207호실에 함께 투숙했다. 당시 이를 미행하던 남편 강씨가 약 한 시간 뒤 여관 지배인의 도움으로 함께 객실에 들어갔다. 당시 아내 박씨는 팬티와 블라우스만을 입은 채 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고 김씨 역시 팬티만 입은 채였다. 방바닥에는 구겨진 화장지가 여러 장 널려 있었다.
경찰서에서 아내 박씨는 간통을 부인하며 질 분비물과 소변 검사를 받았다. 검사결과 박씨의 몸 속에는 살아있는 정자가 발견되지 않았고, 화장지에서도 별다른 내용이 검출되지 않았다. 이에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간통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는 “살아있는 정자가 발견되지 않은 것은 피임기구 등을 사용할 경우 충분히 있을 수 있고, 여관에서의 정황상 두 남녀가 서로 정을 통하였다고 인정하는 것이 경험칙에 비추어 상당하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판례 2- 유일한 불륜 증거는 자녀의 목격 검찰에선 불기소 ‘헌재’서 뒤집어]
XX영농조합 대표인 구영철씨(가명)는 아내 이형숙씨(가명)와 가정불화로 인해 별거, 1987년경 혼자서 고향인 전북 완주로 내려와 살고 있었다. 여기서 남편과 사별한 정영자씨(가명)를 만나 가까운 사이가 되었고, 99년경에는 이미 마을 일대에서 두 사람이 내연의 관계라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이에 이씨는 남편인 구씨를 찾아가 정씨와의 불륜 관계를 청산할 것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전치 3주의 폭행만 당했다.
1주일 후의 어느날 새벽 0시20분경, 아내 이씨와 함께 살고 있던 자녀 3명이 군산으로 놀러 왔다가 시간도 늦고, 모처럼 아버지도 볼 요량으로 아버지 구씨집을 찾았다. 이들은 평소 갖고 있던 열쇠로 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섰다. 이들이 안방으로 들어선 순간, 방안의 침구는 흐트러진 상태였고 구씨는 상의 단추를 잠그지 않은 채 반바지를 입고 있었고, 정씨는 팬티와 브래지어만 한 상태로 창문을 넘어가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자녀들로부터 이 같은 말을 전해들은 아내 이씨는 두 사람을 간통혐의로 고소했다.
이 사건에 대해 전주지검은 “자녀의 진술만으로 범죄혐의를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 판결을 내렸다. 또 항고 및 재항고에 대해서도 모두 기각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에서는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특별한 조사 및 검토를 해야하고, 성교를 하였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한 것은 수사미진 및 증거에 대한 자의적인 판단”이라며 불기소처분 판결을 취소시켰다.
[판례 3-성행위 물증 없지만 지속적 만남 가정파탄 책임 위자료 지급하라]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명문대를 졸업하고 프랑스 유학까지 다녀온 김미란씨(가명)는 1991년 한 대학의 교양강좌에서 유완수씨(가명)를 만났다. 당시 일곱 살 연하의 유씨에게 마음을 뺏긴 김씨는 함께 여행을 다닌 것이 계기가 되어 동거에 들어갔고, 급기야 1남1녀의 자녀를 두게 되면서 혼인신고도 하게 되었다.
95년 유씨는 자신의 친동생의 애인이었던 이주희씨(가명)가 동생과 헤어졌다는 말을 듣고 접근, 이씨와 친하게 되었다. 유씨는 이씨의 서울 대치동 집과 직장인 S병원을 자신의 차로 출퇴근시켜주는 등으로 환심을 사고 주말 여행도 함께 다녔다.
주말마다 외박이 잦은 것을 의심한 아내 김씨는 유씨의 차를 뒤진 결과 이씨의 소지품을 여러 개 발견하고 추궁 끝에 남편 유씨로부터 “앞으론 절대 이씨를 만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고 용서했다. 김씨는 이씨에게도 전화를 걸어 자신의 남편과 만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남편과 이씨가 계속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안 김씨는 두 사람을 간통죄로 고소했다. 검찰 조사에서 유씨와 이씨는 서로 성행위를 맺은 사실이 절대 없다고 완강히 부인, 결국 두 사람은 무혐의로 풀려나왔다.
하지만 96년 법원에서는 간통죄 성립 여부와 상관없이 “아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씨가 동생의 전 애인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한 것은 경험칙상 남편으로서의 정조의 의무를 저버린 정황이 충분하고, 또한 이씨 역시 유씨가 아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교제를 계속해온 것은 가정 파탄의 책임이 있으므로 두 사람은 각각 김씨에게 3천만원과 1천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이혼 승소판결을 내렸다.
안성모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