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당국자는 9일 “지난 3월 3일 필리핀에서 20대 중반의 한국인 여성 유학생이 납치됐다”며 “그동안 필리핀 경찰에 총력 수사를 요청하고 최선을 다해 석방 노력을 했으나 전날 밤 납치범 은거지에서 이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필리핀 경찰과 관계당국은 그동안 피랍 여대생의 신변 안전을 위해 비공개 수사를 벌여왔고, 전날(8일) 밤 납치범 중 1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숨진 여대생은 지난 3월 3일 친구를 만나러 가던 도중 택시 안에서 피랍됐다.
이후 택시기사를 포함한 납치범 일당은 이틀간 10여 차례에 걸쳐 피해 여대생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거액의 몸값을 요구했다. 이들은 당시 피랍 여대생과 통화를 시켜주기도 했다.
같은 달 5일 마닐라 북부지역에서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택시와 납치범 일당의 일원으로 보이는 남성의 시신이 함께 발견됐다. 이후 납치범 일당들은 피랍 여대생과의 전화 통화를 거부해 피살 우려가 제기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납치범 일원이 살해된 채 발견됐기 때문에 내분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며 “피랍자도 그때 피살된 것으로 보이는데 명확하진 않다”고 밝혔다.
현지 수사 당국은 납치범이 최소 3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를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필리핀에서 한국인이 피살되는 사건은 올해만 벌써 4번째 발생했다. 특히 한국인 유학생이 현지인에게 피랍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피살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는 필리핀에 체류하고 있는 유학생만 3만 명에 달한다며 현지 교민과 유학생들은 안전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시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