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수 회장은 신삼길 자금 전달 의혹과 디도스 배후설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는 음해라고 일축했다. 박은숙 기자
이밖에도 이 회장은 지난 정권을 뒤흔들었던 굵직굵직한 사안마다 이름이 거론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끊임없는 구설에 휘말렸던 이 회장은 얼마 전 미얀마 광구 사업권을 외국 업체에 내줬다. <일요신문>은 이 회장을 직접 만나 그동안 설만 무성했던 여러 정치적 논란들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이 회장 사무실이 위치해 있는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 이 회장은 특유의 넉살스런 웃음으로 취재진을 맞았다. 사활을 걸었던 자원개발이 무산돼 의기소침해 있을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이 회장은 중국에서 직접 공수했다는 차를 내주며 “미얀마에서 광구 대신 더 좋은 건으로 계약을 할 것 같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우선 자원개발에 대한 질문부터 던졌다.
―오랫동안 정치권에 몸담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갑자기 자원개발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하다. 그것이 특혜설과 맞물리는 것 아니겠느냐.
“나도 자원개발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2010년 미얀마 정부 실권자가 국내에 들어왔는데 만나게 됐다. 그와 친분을 쌓았고 또 직접 미얀마를 방문해 국빈급 환대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미얀마 대통령을 만났다. 대통령 가족들이 한국에 왔을 땐 부산 관광을 시켜주는 등 대접을 잘했다. 그러다 보니 서로 신뢰가 두터워졌고 미얀마 측에서 나에게 광구 사업권을 준다고 먼저 제안했다. 한국 정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박영준 전 차관이 도움을 줬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야당의 몇몇 의원들은 박 전 차관과의 유착설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어이가 없다. 전혀 사실과 다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난 박 전 차관을 비롯한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은 게 없다. 오히려 박 전 차관은 내 사업을 방해하려 했다. 박 전 차관은 내가 아닌 다른 사업자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거래가 시작된 후 내가 수많은 대기업 관계자들을 데리고 가 미얀마 사업을 알선해줬다. 애국자라고 하지는 못할망정 근거도 없는 주장들이 계속 나와 곤욕을 치렀다.”
박 전 차관은 2007년 대선 당시 이 회장이 이끌었던 국민성공실천연합과 함께 이 전 대통령 2대 조직으로 꼽히는 선진국민연대를 만든 장본인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선진국민연대에 대해 “실체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체가 없다니. 선진국민연대는 회원수가 400만 명이 넘는 조직이었다.
“(웃으며) 그 중엔 우리 국민성공실천연합도 포함돼 있다. 즉, 허수가 많다는 얘기다. 회원명부를 확인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유령 회원들이 적지 않았다.”
2011년 이영수 회장이 미얀마 광구 개발사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박은숙 기자
―그래도 박 전 차관이 최고 실세였던 건 맞지 않느냐. 박 전 차관과 비교해 이 회장도 같은 개국 공신인데 섭섭할 법도 하다.
“(박 전 차관이 실세인 것은) 맞는 것 같다. 박 전 차관이 인사 다 하더라. 우리가 뭘 바라고 선거운동을 한 건 아니었지만 같이 고생한 동지들을 위해 내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청와대로 초청받아 들어갔을 때 사전에 상의 없이 이 전 대통령에게 세게 건의했다. 이 때문에 당시 경호실이 발칵 뒤집혔었다. 다음날 이 전 대통령이 몇 명을 챙겨줬다.”
이 회장은 지난 정권에서 자원개발 외에도 여러 차례 구설에 휘말렸다. 2011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이 회장이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아 유력 후보에게 건넸다는 의혹과 같은 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디도스 사건’ 배후설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대꾸할 가치도 없는 얘기”라며 일축했다.
―우선 신삼길 명예회장 관련 얘기부터 해보자.
“의혹을 제기했던 야당 의원으로부터 사과를 받았다. 법적으로도 끝난 문제다. 신삼길 회장과 서울 한 호텔의 중식당에서 식사를 한 차례 한 적이 있긴 하다. 어떻게 그걸 알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들이 골프를 치는데 삼화저축은행 소속 골프 선수로부터 레슨을 받게 됐다. 그런 인연으로 신 회장과 식사를 하게 됐을 뿐이다. 내가 전당대회에서 특정 후보를 지원하자 이를 음해하기 위해 나온 얘기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 특정 후보는 홍준표 현 경남지사 아닌가.
“맞다. 홍 지사와는 개인적으로도 친하다.”
―그렇다면 디도스 의혹은 어떻게 된 것인지. 막후에서 기획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디도스 사건 관련자들과의 친분 때문일 것이다. 내가 오래전에 정치권으로 데리고 온 후배들은 맞다. 그러나 그들을 지금까지 관리해왔던 것도 아니다. 잘 모른다. 이 건은 별로 신경도 안 썼다.”
이 회장은 여전히 당내 대의원들에 대한 지분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6·4 지방선거 경선과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회장 스탠스가 주목을 끄는 이유다.
―서울시장 경선이 뜨겁다. 2012년 대선 때 박 대통령을 지원했다. 그렇다면 ‘박심’을 등에 업은 김황식 전 총리를 지원하는 것이냐.
“정몽준 의원을 밀기로 했다. 우리는 계파 따지지 않는다. 이길 만한 후보를 돕는다. 정 의원도 도와달라고 하긴 했다.”
―7월 전당대회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김무성·서청원 2파전이 되지 않겠는가. 둘 다 친하다. 그런데 둘이 싸우면 당은 갈라진다. 상처가 너무 클 것 같다. 양측이 정치적으로 타협점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내 역할이 있다면 하겠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서윤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