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반기문 대망론’의 실체가 보이기 시작한 셈이다. 주목할 점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1위를 기록하기도 한 정몽준 의원이 4위에 그쳤다는 점이다. 반기문 총장이 보수 성향 지지층에게 매력적인 인물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현 정권에서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당내 주자가 아닌 반 총장을 밀 것이라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반기문 총장은 인지도는 말할 것도 없고 이미지와 품성 면에서도 다른 대권후보를 압도한다”며 “지난 대선 당시 야권 진영이 왜 대선후보로 정치권 외부 인사였던 문재인과 안철수를 지목했나. 이미지와 품성 면을 본 것이다. 반 총장은 큰 선거 때마다 야권이 들고 나오는 진보와 보수, 박정희와 반 박정희 대결 구도가 먹히지 않는 인물이라는 점도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물밑 접촉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월 18일 친이계로 분류되는 권선동 새누리당 의원은 여야 의원 40여 명과 함께 ‘국회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포럼’을 창립한 뒤 반 총장을 국회로 초청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현 정권에서 외교관 출신인 박준우 정무수석을 이례적으로 발탁한 것을 두고 반기문 총장과 연결 짓기도 한다. 박준우 정무수석은 반 총장이 외교부 장관 시절 특별보좌관을 역임하는 등 친분이 두터워 청와대와 반 총장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또 지난 3월에는 조윤선 여성부 장관과 박병석 국회부의장 등도 미국으로 건너가 반 총장과 면담을 가진 바 있다.
코앞에 닥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반 총장을 찾는 이들이 등장했다. 특히 반 총장이 충청북도 음성 출신인 만큼 그의 행보 하나에 표심을 움직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 지난 10일 충북지사 여권후보인 윤진식 의원은 “미국 현지에서 반기문 총장을 만나 충주 지역 유엔 세계평화비전 창조사업에 관한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오기도 했다. 윤 의원 측은 의정활동의 일환이라고 설명하지만 충북지사 선거를 위해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까지 친 상황에서 직접 미국까지 건너간 것은 ‘선거를 앞둔 반기문 마케팅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선거홍보물에 반 총장과 찍은 사진 하나만 박아도 유권자들 인식이 달라지기 마련”이라며 “여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반 총장이 뜨고 있다. 반 총장과 찍은 사진을 전시해 놓은 의원실이 내가 아는 곳만 해도 세 곳은 된다”라고 귀띔했다.
홍형식 소장은 “그렇다고 반 총장을 반드시 여권주자로 분류할 수는 없다”면서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들은 반 총장이 진중하면서 자기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야권에서 반기문 총장을 여권에 빼앗기면 다음 대권 역시 물 건너간다는 불안감이 있다. 정치권 앞날은 알 수 없는 법”이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