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정보
영화가 갖는 덕목 가운데에는 서로 대치되는 것들이 있다. 가장 흔한 예가 작품성과 대중성이다. 아예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가 재미는 없다’는 편견을 갖고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유명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영화는 아예 보지도 않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또 하나는 사실성과 재미다. 영화가 사실성이 뛰어난 경우 영화적인 재미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이들도 많다. 어찌 보면 영화의 가장 큰 덕목 가운데 하나가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허구성임을 감안하면 이런 사실성과 재미 역시 서로 대치되는 덕목임이 분명하다. 결국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데다 사실성이 뛰어나면서도 재미있는 영화가 최고의 영화일 수 있겠지만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영화 <론 서바이버>는 현실성에 포커스를 맞춘 전쟁 영화다. 국내에선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국에선 매우 유명한 아프카니스탄 전쟁 도중에 벌어진 ‘레드 윙 작전’이 바로 이 영화의 기반이 된 실화다. 아프카니스탄 전쟁 최악의 참사로 알려진 레드 윙 작전으로 인해 미군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최악의 피해를 입었다. 무려 19명의 특수부대원이 사망한 것.
영화를 관람한 뒤 레드 윙 작전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니 이 영화는 거의 다큐멘터리를 표방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현실성이 뛰어 났다. 특히 영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장면은 네 명의 네이비씰 대원들이 아프가니스탄 산악 지대에서 100여명의 탈레반에 쫓기는 도중에 바위산 절벽에서 굴러 떨어지는 장면이었다. 실제 레드 윙 작전에서도 네이비씰 대원들이 6~9m 바위 절벽에서 굴러 떨어졌다고 한다.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론 서바이버>의 홍보 카피는 ‘2014년 1월 10일부터 16일 전미 박스오피스 1위’와 ‘<라이얼 일병 구하기>를 잇는 또 하나의 명작’ 등이다. 우선 개인적으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잇는 명작이라는 카피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전쟁 영화인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네 명의 미군 네이비씰 요원이 100여명의 탈레반에 쫓기는 상황을 그린 <론 서바이버>는 규모 면에서 우선 차이가 크다. 다소 감동을 강요하는 듯한 스토리가 걸리긴 하지만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스토리 라인이 분명한 데 반해 <론 서바이버>는 외롭게 탈레반에 쫓기는 절박한 상황이 스토리의 대부분이다.
미국에서 한 주라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다. 그렇지만 레드 윙 작전이 미국에선 매우 잘 알려진 사건임을 감안할 때 미국 내에서의 화제성이 대단했을 것이며 이런 부분이 박스오피스 1위 자리로 연결됐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레드 윙 작적이 뭔지 잘 모르는 국내에선 상황이 조금 다르다.
전쟁 영화치고는 상당히 현실적이다. 기존 미국 전쟁영화는 대부분 너무 영웅스런 미군이 나온다. 2차 대전을 다룬 영화 등에서도 미국 특공대가 많이 나오는 데 하나같이 1당 100의 전사들이요, 너무나 완벽하게 작전을 수행해내는 영웅들이다. 또 어지간해선 잘 죽지도 않는다.
반면 <론 서바이버>의 미국 특공대는 다르다. 잠복 도중 양치기 소년 일행에게 발각된 미국 특공대는 이들을 죽이냐 살려서 내려 보내느냐를 두고 인간적인 고뇌를 한다. 살려서 내려 보낸 것이 화근이 돼 100여명의 탈레반에 쫓기는 과정은 불쌍해 보일 정도다. 이 과정에서 미국 특공대는 상당수가 사망한다. 총격전, 도주 장면 등이 매우 사실적인 전쟁 영화라는 점 역시 이 영화가 갖는 미덕이다.
관건은 과연 사실성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영화 <론 서바이버>가 과연 재미까지 있느냐다. 작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아니 작전이 시작돼 양치기 소년 일행에게 발각돼 이들을 살려 줄지 죽일 지를 두고 격한 토론을 벌이는 과정까지는 분명 재미가 없고 다소 영화가 늘어진다.
이후 탈레반에 쫓기며 총격전이 시작된 뒤에는 상당한 몰입감을 선사하며 영화의 재미가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재밌다고 얘기해도 될 만큼의 수준까지 영화의 재미가 올라갔느냐는 분명 논란의 여지가 있다. 아무대로 재미있다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게 기자의 평가다.
또한 정해진 교전 수칙을 어기고 민간인을 학살한 미군의 행태가 뒤늦게 알려지며 국제 사회를 들끓게 했음을 감안할 때 그와는 정반대로 작전 실패는 물론 자신들의 생존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교전수칙을 지키려 안간힘 쓰는 미군 네이비씰의 모습이 어쩐지 조금은 불편해 보이기도 한다.
@ 줄거리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한창인 2005년 6월 28일. 미국은 탈레반 부사령관 아마드 샤(Ahmad Shah)를 체포하기 위한 ‘레드 윙 작전’을 감행한다. 여러 팀의 미군 특공대가 레드 윙 작전에 투입됐는데 네이비씰 대원인 마커스 러트렐(마크 월버역 분), 마이클 머피(테일러 키취 분), 대니 디에츠(에밀 허쉬 분), 매튜 엑슬슨(벤 포스터 분) 등도 이 가운데 한 팀이다. 이들은 적진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본격적인 임무 수행을 위해 잠복에 돌입했다.
문제는 잠복 도중 산으로 올라온 양치기 소년 일행에게 정체가 발각된 것이다. 우선 양치기 일행을 사로잡은 이들은 완벽한 작전 수행을 위해 이들을 죽일 것인지, 아니면 교전 수칙에 따라 이들을 살려줄 것인지를 두고 격한 논쟁에 돌입한다. 윤리와 의무, 아니 생존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대원들은 오랜 논쟁 끝에 이들을 살려주기로 결정한다.
그렇지만 이들의 선택은 엄청난 재앙을 부른다. 풀려난 양치기 일행이 탈레반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100여명의 탈레반이 네 명의 네이비씰 대원들을 추격해온다. 게다가 산악 지대라 작전 본부와의 통신까지 두절된다.
수적으로 크게 불리한 상황인데다 해당 지역 지리를 잘 알고 있는 탈레반과의 교전인 만큼 미군 네이비씰 요원들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과연 이들은 살아서 귀환할 수 있을까?
@ 이 영화 볼까 말까?
볼까?
1. 평소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탈레반 등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에게 추천한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상황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부분이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이기 때문이다.
2. 현대전에서 특수 부대의 작전 상황 등 전쟁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절대적인 주인공이 적들을 물리치는 오락 영화보다는 요즘 전쟁의 실상을 최대한 현실적으로 그린 영화이기 때문이다.
3. 실화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관심이 많은 영화팬들에게도 추천할 만한 영화다.
말까?
1. 킬링타임용으로 재밌는 전쟁 영화를 원하는 이들에겐 비추다. 재밌는 전쟁 영화화는 거리가 멀다.
2. 무시무시한 현대 무기가 등장하고 엄청난 인원이 동원된 대규모 전쟁영화는 아니다. 기존의 블록버스터 전쟁 영화를 기대하는 이들에게도 비추다.
3. 세계 평화 유지에 앞장서는 미국의 행보에 평소 불만 있는 이들에게도 비추다. 이 영화에선 자신들의 생존이나 작전 성공보다는 교전 수칙에 따라 민간인을 살려주기로 결정한 미군의 결정이 매우 인간적이다. 그렇지만 교전 수칙을 어기고 민간인을 학살한 미군의 행태에 화가 나 있는 관객이라면 관람하는 게 힘겨울 수도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