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영산Ⅱ(마주:이건행)
김점오 조교사(서울 17팀)가 관리하고 있는 말이다. 국내에 데뷔하기 전 말레이시아에서 1200미터 경주에 두 번 출전한 기록이 있다. 두 번 모두 1분11초대의 압도적인 기록으로 우승했다. 이 기록이 과천경마장에서 그대로 나타날 수는 없겠지만 스피드에 대한 보증수표임은 틀림없다 하겠다. 그런 걸 입증이라도 하듯 영산Ⅱ는 지난 3월 2일 데뷔전에서 2위마를 무려 13마신이나 따돌리며 우승했다. 이날 주로상태는 건조 3%였는데도 주파기록은 1:13.8이었다.
두 번째 경주에서도 영산Ⅱ는 괴력을 발휘했다. 지난 3월 30일 1400미터에 출전한 영산Ⅱ는 이번에도 선행을 나선 뒤 곧장 결승선까지 밀어붙이며 2위마를 9마신이나 이겼다. 두 번의 경주를 통해 중반에 걱정스러울 만큼 강하게 페이스를 올리며 뛰었지만 두 번 모두 막판까지 좋은 걸음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순간 폭발력과 지구력 모두 인정을 받았다. 이 정도의 중속이면 센 편성에서도 얼마든지 통할 수 있는 걸음이라는 것이다. 물론 혼자서 속도를 높이는 경우와 경쟁하면서 뛰는 경우는 다를 수 있지만 이 정도면 그런 걸 견뎌낼 여지가 높다.
그렇다면 영산Ⅱ는 앞으로 얼마나 더 뛸까. 1700미터 이상의 중장거리에서도 현재와 같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영산Ⅱ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한국 리딩사이어를 석권하고 있는 최강의 씨수말 메니피의 자마다. 훈련 때나 예시장, 그리고 주로 출장시의 활기차고 씩씩한 모습은 메니피의 기질을 잘 물려받은 자마들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특징이다. 혈통상으로 보면 아비마가 잘 뛰었던 1800미터까지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광교비상, 스피디퍼스트, 경부대로 등 1군에서 활약하고 있는 형제들도 대체로 1800까지는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다만 1900미터 이상의 경주에선 한동안 적응기를 거치거나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 적도 있었다.
모계 쪽으로는 외조부인 페인트레 셀레브레(Peintre celebre)가 눈에 띈다. 이 말은 97년 유럽연도대표마를 지낸 명마였고 1600미터부터 2400미터까지 중장거리에서 좋은 활약을 했다. 현재까지는 부계의 형질을 잘 물려받은 것으로 보이는 영산Ⅱ가 향후 장거리에서 외조부의 끈기까지 보인다면 서울을 대표하는 대형마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경남신화(마주:김상기)
얼마 전 복기를 통한 다음 출전 때 관심마로 살펴본 말로 그 후 경주에서도 상대를 압도했다. 라이스 조교사(부산 31팀)가 관리하고 있고 현재 3전 3승을 달리고 있다. 현재 1300미터까지 거리경험을 했다. 경남신화의 최대장기는 가공할 폭발력이다. 지난 2월 홀랜드가 결승선에서 강하게 몰아붙이자 마지막 200미터를 11.1초로 뛰었다. 주로가 포화상태였다고는 하지만 결승선 오르막 주로에서 이 정도의 폭발력은 요즘 유행어로 ‘공간이동’이라 할 만했다.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경주를 거듭할수록 걸음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경주인 4월 4일 경주는 소름이 돋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출발부터 결승선까지 채찍은커녕 추진다운 추진도 없었다. 주행검사도 이 정도로 여유있게 받지는 않는다. 홀랜드 기수가 가만히 잡고 있었음에도 4코너까지 선두권에서 알아서 뛰었고 결승선에서 살짝 놓아주자 곧바로 거리를 벌리면서 아인스라는 강자를 6마신이나 따돌렸다. 종반에 홀랜드가 뒤를 보면서 뒷말과 얼마나 벌어졌나를 확인하는 장면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경남신화는 부마 키이드엔트리와 모마 베이브루키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마는 G1대회 3위, G2대회 우승 기록이 있다. 모마는 일반대회에서 3승을 수확한 게 전부다. 부계마는 인리얼리티(In reality)이다. 혈통상으론 거리 적성이 길지는 않지만 일단은 1800미터까지는 무난히 뛰어줄 것으로 보인다.
김시용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