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울산 계모 사건 피의자 박 씨가 호송버스에 타려다 주민들이 뿌린 물을 맞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지검은 소풍 가고 싶다는 의붓딸을 폭행해 갈비뼈 16개를 부러뜨리고 결국 사망까지 몰고 간 계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사형을 구형했다. 반면 대구지검은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하고 그 언니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 계모에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폭행 사실에 대해서도 울산지검은 상해죄(징역 7년 이하)를 적용한 반면 대구지검은 그보다 형이 가벼운 아동복지법상 학대죄(징역 5년 이하)를 적용했다.
이 때문에 칠곡 계모 임 씨에 대해서도 검찰 기소부터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구지검 측은 “폭행 후 곧바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 이틀 뒤에 숨졌고, 범행 당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볼 수도 없었다”며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은 적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칠곡 계모 사건의 변호인인 이명숙 변호사는 “계모가 아이의 눈이 돌아가고, 배가 부풀어 오르는 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한 것은 죽어도 좋다는 살인의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며 “똑같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검찰의 보다 적극적 의지가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원은 두 사건 모두 상해치사를 적용했다. 울산 지법은 “박 씨가 폭행 직후 실신한 딸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119구급대에 신고한 점을 보면 딸을 살해할 의도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구지법도 “부검 감정서에 사망원인이 1차례의 강한 충격에 있었다고 나오는 것으로 미뤄 무차별적인 폭행이 있었던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의 판결과 관련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울산지검과 대구지검 모두 항소 방침을 밝혀 향후 재판에도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배해경 기자 ilyoh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