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상향식 공천과 관련해 곳곳에서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사진은 최경환 원내대표(왼쪽)와 황우여 대표.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지역구로 입성한 초선이 느슨한 당심을 잡는 방법은 공천권을 가지고 줄 세우기밖에 없다. 물려받은 지역구의 조직 장악력을 확보하려면 ‘나 공천 주는 사람이야’라고 어깨에 힘 좀 넣는 무기가 필요한데 그걸 박탈당한 꼴이다. 상향식이니 뭐니 해서 돈 공천은 사라졌지만 지역구 국회의원은 권리는 누리지도 못하고 책임 똥바가지만 쓰게 됐단 말이다. 이거 원….”
컷오프(중도탈락)된 공천 신청자들 중엔 모든 책임을 지역구 국회의원 탓으로 돌리며 적으로 돌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국회의원이 힘이 없어서 본인이 떨어졌다느니, 돈을 요구했다느니 하며 말들을 만드는 통에 아예 해당 지역구에는 경선 끝날 때까지 내려가지 않는 의원들도 생겼다는 후문이다. 한 초선 의원은 “3배수니 4배수니 원칙도 없고 기준도 없는 통에 탈락자들 사이에선 반발이 빗발친다. 그런 기준은 중앙당과 시·도당 공천관리위에서 결정하는 것인데 우리만 욕먹고 있다”고 했다.
현역 국회의원이 출마한 광역시·도에선 국회의원 ‘입김’이 먹히지 않아 애를 먹는 분위기다. 이번 선거 출마를 선언한 한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좀 도와달라고 하면 절반은 해결됐는데 소위 말하는 ‘의원 오더(Order)’가 전혀 먹히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의원이 아니라 각 지역구 당원, 대의원을 일일이 만나야 해 더 바빠졌다. 지역민을 위한 정책 개발이나 공약 제시보다는 당원들에게 얼마나 당근을 제시하느냐가 경선 당락을 좌우하게 돼 상향식 공천의 취지도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의원 보좌진들도 난리다. 당원 절반, 일반시민 절반의 비율로 광역단체장 경선을 치르는 곳에선 경선에 참여하는 당원 중 몇 퍼센트에게 국회의원의 오더가 먹힐지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이 좋아 국민참여경선이지 공휴일도 아닌 날에 어느 시민이 일부러 투표하러 체육관을 찾아오겠느냐는 푸념도 쏟아진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차라리 과거처럼 공천심사위를 꾸려서 공천하거나 전략공천하는 것이 나았다. 잘못을 하면서 욕을 먹는 것이니 받아들일 만했다. 적어도 국회의원 힘을 빼지는 않았다”라며 “야권에서 무산됐지만 무공천의 명분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상향식 공천은 현실성도 없고, 국회의원 힘도 빼고, 잘해도 욕을 먹는 이상한 제도가 됐다”고 탓했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