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선장 이 씨의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 내용이 알려지자 여론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선장 이 씨는 탈출 과정에서 선원법에 반하는 대처로 승객의 대부분이 실종되는 화를 자처했다. 특히 선장 이 씨가 △‘비상버튼’ 미사용, △승객들에게 ‘대피 지시’를 내리지 않은 점을 두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출처=뉴스와이 캡처
세월호 침몰 과정에서 승객 구조를 하지 않고 가장 먼저 탈출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선장 이준석 씨(남‧69)는 19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된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승객들에게는 왜 ‘선실 내에 가만히 있으라’고 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구조선이 도착하기 전이라서 그랬다”고 해명했다.
이어 선장 이 씨는 “승객에게 퇴선 명령을 내렸다”고 강조하면서 “당시는 조류가 상당히 빠르고, 수온도 차고… 만일 구명조끼 없이 한 사람씩 퇴선하다 떠밀려갈 수도 있다. 그리고 당시 구조선도 없고 주위에 인명 구조하는 어선, 협조선도 없는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과연 사실일까.
선장 이 씨의 주장과는 달리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인근 선박 선원들의 증언은 달랐다.
한 선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선장한테) ‘승객들 전부 다 뛰어내리게 해라, 그러면 우리가 전부 다 건져내면 되니까’, 그렇게 말했는데 선장님이 정신이 없었는지 횡설수설하시더라고...”라고 말했다.
게다가 당시 세월호 무선 반경에는 여객선과 화물선이 37척, 어선은 수백 척이 대기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선이 도착하기 전이라 승객들을 퇴선시킬 수 없었다”는 선장 이 씨의 주장을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우선 당시 세월호에는 구명정 45개, 승객 250명이 탑승할 수 있는 해상탈출보트 4대 등 첨단 탈출 장비가 충분히 갖춰져 있었다.
사진설명= 세월호 비상탈출보트
내부에 장착돼있던 ‘위기 시 행동 안내 매뉴얼’에는 “동요하지 말고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침착하게 행동할 것”이라는 내용이 게재돼있다. 그러나 승객들을 보호해야할 선장과 승무원 대다수는 가장 먼저 탈출해버렸다. 구명정 45개 중에 단 2개만이 이들 선장과 승무원들의 탈출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한 것이다.
또한 선장 이 씨는 사고 당시 비상용 채널 대신, 제주관제센터와 연결되는 채널만 사용해 의혹을 더하고 있다.
선박이 조난을 당했을 때 사용하는 무선 주파수는 16번 채널. 일반적으로 세월호 같은 일정 규모 이상의 선박들은 항상 이 채널을 켜놓고 다닌다. 16번 채널이 주변 선박과 관제소 측에 긴급 상황을 알릴 수 있는 국제적인 약속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장 이 씨는 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 무전 교신에서 16번 비상채널 대신 채널 21번 제주센터에 구조 요청을 했다. 이 후 제주센터는 완도와 진도관제소, 해경 측에 차례로 세월호 사태를 알린다.
선장 이 씨의 첫 무전 10분 후, 세월호의 다른 선원도 선장 이 씨와 마찬가지로 비상채널을 통하지 않고 진도관제소에 추가로 무전을 쳤다. 이 과정에서 세월호 선체는 빠른 속도로 기울고 있었다. 비상채널을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월호에 가장 가까이 있던 선박들은 세월호의 침몰 사태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게 입수하지 못했다.
세월호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비상채널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업계 관계자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사고 당시 세월호 근처에 있던 선박의 한 선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기에 버튼만 누르면 자동 전송되는 긴급 조난문자도 주변 어선들은 전혀 받지 못했다. 오전 9시 30분 전까지 세월호가 조난신호를 발송 안 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 다수의 비정상적인 비상 대처로 꽃다운 아이들과 죄없는 승객들 다수가 아직도 배에 갇혀 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