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장편소설 <7년의 밤>과 <28>로 한국문학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정유정의 첫 에세이.
다시 세상에 맞설 용기를 얻기 위해 생애 처음 떠나기로 한 여행지는 용감하게도, 자신의 소설 <내 심장을 쏴라>의 주인공 승민이 마지막 순간까지 그리워하던 신들의 땅 히말라야다.
그곳에서 펼쳐질 별들의 바다를 보기 위해 든든한 파트너 김혜나 작가와 함께 떠난 안나푸르나 환상종주 17일간의 기록을 담았다.
폭주하는 기관차 같았던,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진짜 이야기꾼으로 불리길 바랐던 작가 정유정은 단 한 편의 단편소설도 발표한 적 없이 오직 4권의 장편소설만으로 독자를 상대하며 질주하듯이 달려왔다.
그러나 지난해 <28>을 탈고한 뒤, 내부 에너지가 극심하게 고갈되어 무기력해진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생의 목적지로 돌진하던 싸움꾼이 사라진 것이다.
해결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안나푸르나가 떠올랐다.
자신이 쓴 소설의 주인공이 속박된 자신을 스스로 해방시켜 날아가기를 염원했던 바로 그곳.
“나 안나푸르나 갈 거야.”
선택사항이 아니야. 생존의 문제라고.
-본문 중에서
은행나무. 303쪽. 1만 4000원.
조현진 기자 gabar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