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랜드 메인카지노 야경 | ||
이미 카지노를 접수한 ‘꾼’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돈과 사람이 모이다보니 사채업자들, 매춘여성들, 조폭들, 사기꾼들도 여전히 먹이감을 찾기 위해 촉수를 민감하게 세우고 있는 메인카지노는 일종의 인간시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강원랜드 메인카지노를 찾은 사람은 전년도(2002년)에 비해 68%가 증가했고 매출도 42%나 늘었다고 한다. 그만큼 도박에 중독된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카지노에 발을 디뎠다가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은 가산을 탕진하고 빚에 허덕이고 ‘앵벌이’를 하며 카지노를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는 돈을 잃고 자살까지 하는 사례가 간간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오픈 3년째를 맞이하는 강원랜드 카지노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지금은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현지 취재를 통해 확인해 보았다.
서울에서 강원랜드로 향하는 길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첩첩산중을 헤집고 들어간 곳에 폐광의 을씨년스런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녹색 파스텔톤의 지붕을 한 강원랜드가 들어서 있었다. 사연이 많다 보니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조차도 “아침에 아스라이 안개가 낀 날 건물을 보면 마치 ‘악마의 성’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말한다.
카지노는 영업을 하지 않는 새벽 6시부터 오전 10시 외에는 항상 사람들로 붐비지만 특히 밤 10시가 넘으면 호텔 내부의 사우나나 인근 여관에서 몸을 누이고 있던 ‘꾼’들이 몰려오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이곳에 모여드는 사람들끼리는 서로의 행태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 한정된 장소에 오랫동안 있다보니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의기투합한 조직이 새로이 생겨나기도 하고 때로는 조직들간의 다툼이 발생하기도 한다.
자정이 되면서 분위기가 점점 달아오르자 사채업자들도 눈에 띄게 늘어난다. 사채업자들이 풀어놓은 ‘삐끼’들은 현금인출기 앞에서 “돈 필요하세요”라고 물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접근한다. 그러나 이렇게 영업을 하는 이들은 초보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베테랑급은 이미 카지노의 모든 생리를 읽으며 돈이 필요한 사람을 정확히 파악해 접근한다고 한다.
‘삐끼’들에게 접근해 인터뷰를 시도하다 이들이 ‘형님’이라고 부르는 Q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았던 Q씨는 강원랜드가 만들어진 과정과 현 실태에 대해 자세한 내막을 알고 있었다.
▲ 강원랜드 메인카지노 입구(위). 강원랜드 주변에는 전당포들(아래)이 즐비.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 ||
돈을 잃은 이들이 이곳에서 계속 생존하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다. 첫째는 자리를 맡아주는 일이다. 블랙잭이나 바카라 같은 테이블 게임의 자리를 돈을 받고 파는 것이다. 테이블 게임은 앉아 있는 사람뿐 아니라 뒤에 서 있는 사람도 베팅이 가능하지만, 하루종일 게임에 매달리다 보면 서서 하는 것보다 앉아서 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자리를 선점한 사람이 돈을 받고 넘겨주는 것이다. 보통 30만원 정도에 팔리는데 이 때문에 입장 순서에 따라 희비가 교차된다고 한다.
과거 스몰카지노 시대에는 추첨을 통해 입장순서를 정했다. 입장순서에 따라 환희의 박수가 터져나오는 진풍경이 매일 벌어졌다. 때문에 입장할 때에 새치기를 하면 험악한 분위기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전화ARS로 신청을 받은 뒤 컴퓨터 추첨에 의해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입장순서를 배정해주고 있다.
이들이 생존하는 두 번째 방식은 베팅을 대신해주는 것이다. 테이블 게임의 최대 베팅액은 일반실의 경우 개인당 30만원이다. 그 이상의 베팅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통해 대신 베팅을 해야 하는데, 이들이 보통 ‘전주’의 돈으로 베팅을 대신해주며 수고비조로 10만원씩 받는다. 게다가 베팅하는 당사자의 마일리지 카드에 점수가 쌓이므로 전주의 돈으로 이들의 마일리지 카드를 채워주는 셈이다.
‘콤푸’라고 불리는 이 마일리지 카드에는 돈을 잃는 것과는 상관없이 마일리지에 적립되기 때문에 고객들은 돈을 잃는 것에 대한 상실감을 보상받으면서 계속 게임에 매달릴 수 있다. 일정한 마일리지가 쌓이면 그것으로 호텔 내부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돈으로 환산해 게임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고객들이 콤푸를 신청한다.
콤푸의 신청과 동시에 이름과 주소지 등의 신상정보는 고스란히 카지노로 넘어가게 된다. 때문에 카지노측에서는 대부분의 고객 현황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카지노측에 의하면 고객의 상당수가 상주하는 인원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여자의 경우 성매매를 통해 돈을 마련하기도 한다. 서로 얼굴을 알기 때문에 돈이 떨어진 것을 알고 남자들이 먼저 접근해오기도 한다. 심지어는 조직적으로 포주가 여자들을 데리고 와서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일단 돈이 많아 보이는 사람을 노린다. 돈이 많다는 것은 쌓여 있는 칩이나 베팅의 규모를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고 한다.
작업대상이 정해지면 이들 옆에 붙어 같이 베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말을 붙인다. 그러다 보면 점차 친해지면서 “너 때문에 운이 좋아서 땄다”며 칩을 몇 개씩 얻기도 한다. 그렇게 친해진 후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나면 이후 계속 붙어다니면서 가끔씩 외부로 여행을 가는 사이로 발전한다. 그러다 헤어지고 나면 그때는 다른 여자들이 접근해 또 연인관계를 맺으면서 돈을 받게 된다. 이때 작업대상을 두고 여성들끼리 다투기도 하는데 서로 머리채를 휘어잡고 싸우는 일도 종종 생겨난다고 한다.
▲ 지난 2000년 10월28일 개장해 약 3년 동안 운영해온 강원랜드 스몰카지노. | ||
Q씨의 경우에도 자신은 ‘세븐포커’나 ‘고스톱’을 좋아하기 때문에 카지노의 단순한 게임을 별로 하지 않는다고 한다. 때문에 자연스레 사기도박을 하는 일당들이 들어오기도 한다. 최근 언론을 통해 도박판으로 유인해 약을 먹이고 사기도박을 한 일당이 검거된 일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 사건이 터진 후 사기도박은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큰돈이 오가다 보니 사채업자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이들이 받는 이자는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하루 10%대를 넘는다. 대부분 카드깡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스몰 때보다는 많이 정리가 되어 사채업자 수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장사가 되기 때문에 새로운 업자들이 들어오려고 항상 기웃거린다고 한다.
때문에 전국에서 모인 조직들간에 이권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카지노 내에서 사소한 말다툼으로 따귀를 맞은 조직원들이 일본도를 들고 호텔 앞까지 몰려와 보안요원들을 초긴장시켰던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한때 사채업자를 단속한 이후 매출이 30%가량 떨어진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 후 사채업자들의 영업을 카지노측이 묵인해주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이른바 ‘앵벌이’들의 자리맡기, 대리베팅 등도 감시카메라로 잡아낼 수 있지만 강원랜드측은 영업에 지장을 받을 것으로 우려돼 소극적이라고 인근 사채업자들은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살하는 사람도 종종 생겨난다. 자살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빚 때문. 사채업자로부터 급전을 빌린 뒤 모두 날리고, 카드깡까지 몇 번 하다보면 빚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실제로 수개월 전 카지노 안에 있는 화장실에서 빚 때문에 두 명의 여자가 동시에 목을 매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이 사건은 언론에 노출되기를 기피한 강원랜드측에서 화장실문을 폐쇄하고 나중에 시체 등을 처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강원랜드측은 구체적인 답변을 기피했다.
한 달 전에는 ‘삐끼’를 하던 사람이 다른 조직원과의 다툼 끝에 분에 못이겨 스스로 자살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사채업자 Q씨는 “정선쪽이 원래 대마가 많이 나는 지역이다. 여기 애들은 어릴 때부터 담배처럼 대마를 피면서 큰 애들이다. 나도 고등학교 때부터 몇 번 피웠지만 지금은 끊었다. 마약은 특별히 들어오지는 않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카지노 내부에는 8백여 대의 감시카메라가 달려 있는데 이 카메라는 고객들의 손목시계 초침까지도 판별할 수 있을 정도로 고성능이라고 한다.
한 직원의 말에 따르면 “아무래도 돈이 오가다 보니 말썽이 항상 끊이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이 베팅한 것을 자신이 베팅했다고 우기거나 칩을 훔쳐가는 경우가 초창기에 많았는데, 감시카메라로 100% 다 잡아냈다”고 한다.
이 카메라의 명칭은 ‘Eye of Sky’라고 하는데 마치 ‘하늘의 눈’처럼 카지노 내의 모든 상황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다. 그러나 몸싸움 등의 불미스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보안요원들이 고객들의 행태에 대해 크게 간섭하는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