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수 교육부장관이 지난 4월 16일 진도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의료테이블에서 라면을 먹어 물의를 일으켰다. 사진제공=오마이뉴스
지난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정치권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면서 국회는 사고 수습 때까지 최대한 몸을 낮추고 있다. 국회는 일부 상임위원회 일정만 진행하는 등 활동을 최소화했다. 사고가 수습될 때까지 일부 일정 외에는 4월 임시국회를 5월로 미루고 세월호 침몰과 관련된 법안을 검토하는 방향으로 기본 일정이 진행되고 있다.
국회가 사실상 ‘올스톱’된 만큼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분주했던 국회의원들의 활동에 대해서도 주의보가 내려졌다. 사고 이후 새누리당 지도부는 국회의원들의 신중한 발언과 처신을 주문하면서 음주, 골프 등에 대해서도 자제령을 내렸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의원들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상에서 여객선 침몰 사고와 관련한 게시물을 올릴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할 것을 요청했다. 지방선거 예비후보들도 공식적인 선거 활동을 모두 중단했고 경선 일정 또한 미뤄졌다.
하지만 사고 수습 과정 동안 일부 고위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의 언행이 문제가 되며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실종자 가족들이 기다리는 진도 체육관에서 컵라면을 먹는 사진과 빈소에서 수행원의 “장관님 오신다”는 언행으로 빈축을 산 서남수 교육부 장관, 진도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다 해임된 송영철 안전행정부 감사관, 두 사람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은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 등 고위공무원들의 말실수가 이어졌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이는 아마도 서울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정몽준 의원일 듯하다. 정 의원의 막내아들이 SNS에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국민정서가 미개하다”고 말해 논란이 일자 곧바로 공식 사과했다. 송영선 전 의원도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너무나 큰 불행이지만 좋은 공부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임내현 의원이 지난 20일 광주에서 한 신문사 주최로 열린 마라톤 대회에 참석했다가 질타를 받았다. 또한 진도에 있는 실종자 가족 대표였던 송정근 씨가 새정치민주연합 기초선거 후보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원인이 인재였던 점과 구조작업도 미숙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책임론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여기에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의 악재까지 겹치고 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언행에 더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사실 국회에 있는 사람들은 여야 없이 모두 죄인이다. 사무실에서도 웃음이 사라졌다”면서 “우리는 여당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여론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모르기 때문에 다들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말 자체를 조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몽준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4월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아들의 부적절한 SNS 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현재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행사나 출판기념회 등 공식 일정과 저녁 약속 등을 취소하고 국회를 오가며 활동을 자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NS가 문제가 됐던 만큼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글 자체를 온라인에 올리지 않는 의원들도 늘고 있다. 새누리당 당권 도전에 이름을 올리던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이번 사고와 관련된 언행으로 비난을 받은 가운데 새누리당 당권 도전자들인 김무성 서청원 의원은 공식적인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김무성 의원의 경우 지난 2월부터 매주 한 차례씩 해오던 통일 관련 세미나를 취소하고 공식 일정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세미나는 6월 지방선거 이후 재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서청원 의원도 안전행정위 활동 외에는 공식 일정을 하지 않고 있다. 서 의원은 지난 23일 개인적으로 안산에 있는 빈소에 다녀온 뒤 다음날 안행위 소속 의원들과 함께 안산 분향소를 찾았다. 서 의원 측은 “서 의원이 안산에 있는 빈소에 혼자 간 것은 피해자 중 지역구 출신 학생이 있어 조용히 따로 다녀온 것”이라며 “현재는 안행위 일정 외에 다른 일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창당 이후 지방선거 공천작업으로 분주하던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는 잠시 공식 일정을 멈췄다. 김한길 안철수 대표의 경우 사고와 관련해 진도와 분향소를 찾은 것 외에는 공식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안철수 대표의 한 측근은 “조용히 계시다. 사무실에서 보고받고 연석회의에 참석하시는 것 정도”라고 말했다.
참사 여파로 대부분의 공식 일정이 멈췄지만 물밑에서는 지방선거 작업으로 분주한 분위기다. 후보 경선을 한 달여 앞두고 무공천 결정을 철회한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공천심사위원회 활동과 함께 사고 수습 이후 정부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분주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다른 관계자는 “공천심사위의 공식 일정은 멈췄지만 시간이 없기 때문에 꾸준히 물밑에서 작업을 해왔다”며 “대책위도 당에서 사고 수습이 끝날 때 까지 정부에 자료요구를 하지 말자고 해서 정확한 조사가 어렵지만 구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법의 문제점을 찾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