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티 전설 시리즈 5번째 블랙 베스. 바디 일부분을 24K 금으로 코팅했다. 최근 베이징 모터쇼에서 공개돼 화제다.
알려졌다시피 ‘베이론’ 시리즈는 부가티를 상징하는 모델이다. 양산차 중 세계 최초로 최고속도 400㎞/h를 돌파한 ‘부가티 베이론(Veyron) EB 16.4’, 431㎞/h로 기네스 공인 최고 스피드 기록을 보유한 ‘부가티 베이론 슈퍼 스포츠(Super Sport) 등이 대표 격이다. ‘부가티 레전드’ 한정판 모델들은 이중에서도 부가티 베이론 그랜드 스포츠 비테세(Bugatti Veyron 16.4 Grand Sport Vitesse)를 기반으로 제작된 것이다. 최대출력과 제로백 등 성능도 비테세와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그랜드 스포츠 비테세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컨버터블이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공식 측정에서 지붕을 연 채로 약 408㎞/h의 최고속도를 기록했다. 8리터 W16 엔진이 최대출력 1200마력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데, 제로백은 2.6초에 불과하다.
부가티 레전드 시리즈의 첫 번째 모델인 ‘장 피에르 위밀’(Jean-Pierre Wimille)은 전설적인 드라이버 장 피에르 위밀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세계 정상의 자동차경주대회인 ‘르망 24시’ 레이스에서 부가티의 레이싱카 ‘57G 탱크(Tank)’를 몰고 1937년과 1939년 우승하며 부가티의 명성을 드높였다. 부가티 레전드 ‘장 피에르 위밀’ 모델은 57G 탱크에서 영감을 얻은 라이트 블루 및 블랙 색상의 투톤으로 도색돼 있고, 곳곳에 장 피에르 위밀의 서명이 새겨져 있다. 단 3대만이 한정 생산됐는데, 이 중 1대는 290만 달러(약 30억 원)에 중동의 한 부호에게 팔린 것으로 알려진다.
레전드 시리즈의 두 번째인 ‘장 부가티’(Jean Bugatti)는 부가티 창립자인 에토레 부가티의 아들로 자동차 디자이너로 활약하다 만 30세의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요절한 장 부가티를 기념하는 모델이다. 그가 디자인한 명품 슈퍼카 ‘57SC 애틀랜틱’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1936년식 ‘57SC 애틀랜틱’은 전 세계에서 단 2대밖에 없는데, 2010년 캘리포니아 경매에서 3500만 달러(약 363억 원)에 보험 사업가이자 예술품 수집가인 피터 멀린에게 팔려 빈티지 클래식 카 중 최고 비싼 차로 등극하기도 했다. 장 부가티 모델은 57SC와 같이 베이지와 브라운 투 톤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트와 계기판, 스티어링 휠, 센터콘솔 등은 초콜릿 브라운 색을 띠고 있으며 오일 캡에는 장 부가티의 이름과 서명이 레이저로 조각돼 있다. 대당 가격은 최소 228만 유로 (약 33억 원)를 호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부가티 레전드의 세 번째 모델은 ‘메오 코스탄티니’(Meo Costantini). 에토레 부가티의 친구이자 부가티 레이싱 팀 리더 및 고문으로 동고동락한 메오 코스탄티니를 기념해 제작된 모델이다. 메오 코스탄티니는 부가티 레이싱 팀을 이끌고 스페인 그랑프리와 밀라노 그랑프리에서 우승하는 등 빼어난 성적을 남긴 드라이버였다.
이 모델은 역시 단 3대만 한정판으로 생산됐으며 세금을 제외한 가격이 30억 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가티의 네 번째 전설은 ‘램브란트 부가티’(Rembrandt Bugatti)로 설립자 에토레 부가티의 동생 램브란트를 기념하는 모델이다. 뛰어난 조각가였던 램브란트는 특히 동물에 심취해 많은 청동 조각상을 남겼는데, 그의 대표작 격인 ‘춤추는 코끼리’가 당시 부가티가 제작한 차에 엠블럼처럼 달리기도 했다.
램브란트 부가티는 지난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세상에 공개됐는데, 램브란트를 기리는 한정판 모델답게 좌석 시트 사이에 바로 그의 춤추는 코끼리 상이 설치돼 눈길을 끌었다. 전체적으로 브라운 색상을 기본 톤으로 삼고 있으며, 기존의 베이론 모델보다 헤드램프가 다소 길쭉해진 게 특징이다. 33억 원대의 고가에도 한정 생산된 3대가 모두 모터쇼를 전후해 팔려나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부가티 레전드의 다섯 번째 모델은 서두에서 소개한 ‘블랙 베스’. 블랙 베스는 부가티가 1913년 부가티가 7대를 생산한 자동차 ‘타입(Type) 18’의 애칭이다. 특히 이 가운데 1대는 비행기로 지중해를 건넌 최초의 조종사 롤랑 갸로스를 위해 제작됐는데, 그에게 가장 빠른 자동차를 전해주겠다는 게 에토레 부가티의 생각이었다. 그 결과 5리터짜리 V4 엔진을 탑재해 당시로선 획기적으로 최고속도 160㎞/h를 낼 수 있는 최초의 슈퍼카 ‘블랙 베스’가 탄생했다.
최근 공개된 블랙 베스 모델은 이름에서 연상되듯 전체적으로 검은 색 톤의 바디에 일부분을 24K 금으로 코팅해 악센트를 줬다. 좌석 시트 사이에는 에토레 부가티의 금장 이니셜(EB)과 함께 100여 년 전의 ‘슈퍼카’ 블랙 베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