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출신의 포토그래퍼였던 린다 매카트니. 유방암으로 57세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존 레넌의 옛 연인 중 하나였던 델마 피클스, 가수 로리 스톰의 여동생인 아이리스 캘드웰 등과 잠깐씩 만난 후 여배우 제인 애셔와 매카트니는 5년 동안 연인 관계였다. 그녀의 집에 있는 작업실에서 ‘Yesterday’를 만들었을 정도로 애셔는 매카트니의 음악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 1967년에 약혼했지만 1968년에 결국 헤어졌는데 그 이유는 매카트니의 불륜. 애셔는 매카트니가 시나리오 작가인 프랜시 슈워츠와 뜨거운 밤을 보내는 현장을 그만 보고 말았던 것이다.
이런 질풍노도의 시기를 끝낸 사람은 바로 린다 이스트먼이었다. 매카트니보다 한 살 많았던 그녀는 뉴욕 출신의 포토그래퍼. 비틀스 열풍을 취재하기 위해 런던에 온 그녀는 어느 클럽에서 처음 매카트니를 만났고, 며칠 후 비틀스의 전설적인 앨범인 <서전트 페퍼의 론리 하트 클럽> 론칭 파티에서 두 번째 만남을 가진 후 뉴욕으로 돌아왔다. 매카트니가 뉴욕으로 가 그녀를 만난 건 1968년 5월. 그리고 1969년 3월 12일에 그들은 결혼했다.
린다에 대한 폴의 사랑은 지극했다. 1970년 비틀스가 해산한 뒤, 폴은 린다에게 키보드를 가르쳤고 함께 듀오로서 앨범을 낼 정도였다. 이후 ‘윙스’라는 그룹을 결성했을 때도 린다는 함께했다. 그들은 세 아이를 낳았고, 폴은 린다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헤더 매카트니를 입양했다. 그들은 애리조나 투손 지역에 150에이커 규모의 목장을 만들었고, 그곳은 그들만의 왕국과도 같았다. 린다는 포토그래퍼와 뮤지션 외에도, 동물 보호를 위한 사회 활동에 힘썼고 채식주의의 전도사가 되었다. 하지만 1995년, 그녀는 자신이 유방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투손의 농장에 머물며 지역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1998년, 그녀는 세상을 떠났다. 57세의 젊은 나이였다. 폴과 린다의 대변인이었던 제프 베이커는 캘리포니아의 산타 바바라에서 린다가 숨을 거두었다고 발표했다.
폴 매카트니(가운데)는 린다(오른쪽)에게 키보드를 가르쳤고 그룹 ‘윙스’로 함께 활동했다.
그런데 산타 바바라 당국은 이 사실을 부인했다. 캘리포니아 법에 의하면 그 지역 안에서 사망한 사람에 대해서는 반드시 사망 증명서와 함께 어떤 이유로 죽었는지에 대한 보고서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전혀 그런 문서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변인인 베이커는 “사실은 산타 바바라가 아니다”라며, 유족들이 편안히 의식을 치르고 영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장소가 알려지면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 것이기 때문이었다. 죽기 전 린다가 친구 및 가족들과 산타 바바라의 호프 랜치에서 시간을 보낸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그녀가 마지막 순간을 보내진 않았던 것이다.
베이커는 “가족들만의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라고만 했을 뿐, 린다가 죽은 장소에 대한 언급은 회피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투손 지역에서 린다가 죽었을 거라고 추측했지만 확인할 길은 없었다. 애리조나 법에선 고인에 대한 그 어떤 기록도 공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관련 공무원들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사망 즈음에 매카트니의 전용기가 투손 공항에 들어온 적은 없었다. 투손 지역의 장의업체 및 공동묘지 관리자들도 모두 린다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죽은 장소와 함께 또 하나의 의혹은 사인이었다. 동물 보호론자였던 린다는, 항암 치료 중 동물 실험에 의해 만들어진 약물은 거부했다. 혹자는 그녀가 그 약들을 거부했기에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람도 있었고, 큰 고통을 겪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안락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건 그런 이유다. 그 고통을 이기지 못했던 린다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고, 의사의 도움으로 편안하게 죽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정확한 사망 장소에 대한 정보가 극도의 기밀이 되었다는, 다소 음모론적인 이야기가 떠돌았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 폴 매카트니의 대변인은 전적으로 부정했다. 린다를 떠나 보낸 후 폴은 헤더 밀스라는 여성과 사랑에 빠졌고, 2002년에 두 번째 결혼을 한다. 다음 주엔 그녀의 독특했던 삶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