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조미령 씨가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다. 사진제공=마포구청.
[일요신문]조미령(56·여)씨가 근무하는 서울 마포구 일자리센터. 조씨는 1평 남짓한 공간에서 1500명의 구직자와 110개의 구인업체를 관리하며 하루 평균 2~30명의 방문상담을 하고 있다.
“좋지 않은 눈으로 하루 종일 컴퓨터를 봐야해 퇴근길에는 눈을 감고 갈 정도지만 일하는 기쁨은 넘쳐납니다.”
조씨는 2009년 갑작스럽게 가정에 위기가 오면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전업주부였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영업직에 종사하던 중 직업상담사가 유망하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시험공부를 시작해 그는 1년 만에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이에 심리상담, 노동법 등 쉽지 않은 수험과목은 결코 쉽지 않았다.
조씨는 “암기를 위해 갈아치운 볼펜이 무려 50개입니다. 다시 공부하라면 못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2010년 마포구 일자리센터를 찾은 조씨는 서부고용센터에서 기간제 직업상담사 자리를 구했다. 2년 뒤인 2012년에는 마포구 일자리센터로 자리를 옮겼고 지난해 3월에는 마포구 직업상담사 채용시험에 합격해 계약직 공무원이 됐다.
근무성적이 좋을 경우 5년 간 더 근무할 수 있어 조씨는 60세까지 일할 수 있다.
그는 “합격통보를 받은 날, 잠이 오질 않았어요. 정말 꿈만 같았습니다. 나처럼 취업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보탬이 되는 직업상담사가 되겠습니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조씨는 지난 17일 마포구청에서 구직자를 대상으로 취업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을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젊지 않은 나이에 취업의 문을 뚫은 자신만의 노하우를 소개해 구직자들로부터 큰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그는 자기소개서를 쓸 때 대부분 어려운 상황을 감추려고 하는데 오히려 드러내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얼마나 굳은 의지와 성실한 자세로 단점을 딛고 일어났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신처럼 나이가 많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취업했을 때 직업상담사로서의 보람을 느낀다는 조씨는 “일자리가 절실하다구요? 일자리는 항상 있습니다. 직종과 조건을 따지지 말고 부딪혀 보세요”라고 당부했다.
주성남 기자 ilyo11@ilyo.co.kr